새해는 최소한 일하다 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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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의 노동세상] 18. 2020년 새해 바뀌는 노동법(하)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매일매일 지나는 일터에서의 하루지만, 2020년 첫 출근을 하면서는 새로운 마음가짐이나 올해의 목표가 생각날 수도 있겠습니다. 올 한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하다 병들거나 다치지 않고, 일한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는 제주 사회가 될 수 있길 희망해 봅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2020년에 변경되는 노동법 중 알아두면 좋을 주요한 내용을 두 번에 걸쳐 연재합니다. [필자 주]

첫 번째 (1/2)
- 최저임금 시급 8,590원
- 주52시간 상한제 확대 적용
- 빨간날엔 같이 쉬자

두 번째 (1/16)
- 가족돌봄휴가 및 근로시간 단축제도 신설 
- 개정 산업안전보건(김용균 법) 시행 

가족돌봄휴가 및 근로시간 단축제도 신설 
- 가족돌봄휴가 (1인 이상 모든 사업장 적용)
- 근로시간단축제도 (2020. 300인 이상 / 2021. 50인 이상 / 2022. 1인 이상)


아이의 입학식이나 졸업식 혹은 학교에 참관 수업을 가야 할 때, 병원에 계신 조부모를 짧은 기간 동안 간병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데리고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배우자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서 며칠간의 간병이 필요했을 때, 직장인 조부모가 손·자녀를 양육하는데 급히 돌봐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개념이 거론된 지 오래이지만 노동자의 일상은 회사에서의 노동 시간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간혹 위의 사례와 같은 예기치 않은 가족 돌봄의 일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에서 별도의 휴가 제도를 보장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연차 휴가’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연차 휴가를 이미 모두 소진한 경우라면 상황이 난감해진다. 또, 연차 휴가만큼은 오롯이 나의 재충전의 시간으로 갖고 싶은 욕구도 있고 연차 휴가 제도 본연의 취지도 그러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연차 휴가 제도가 의무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아예 엄두도 내기 힘들다. 

2020년에 들어서면서 위와 같은 가족 돌봄에 있어서 아주 조금은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작년 8월 27일, 남녀고용평등법의 개정에 따른 내용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주요 개정사항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가족 돌봄의 대상인 ‘가족’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기존에는 (배우자의) 부모, 자녀, 배우자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배우자의) 조부모와 손·자녀 까지 확대되었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가족형태가 존재하지만 그중 조손가정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두 번째, 가족 돌봄 제도를 사용하는 ‘돌봄의 사유’가 확대되었다. 

기존에는 질병·사고·노령에 의한 사유 발생 시에만 가족 돌봄이 가능했다면, 가족 돌봄의 범위에 ‘자녀의 양육’까지 포함되었다. 자녀의 양육에는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학교 행사도 포함된다.  

세 번째, 가족돌봄 휴직 이외에 휴가 제도가 신설되었다. 

작년까지는 가족 돌봄과 관련된 휴직 제도만 존재했다. 1년간 90일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분할 사용도 가능하지만 1회 사용 시 30일 이상 사용하는 방식이다. 법 개정으로 인해 올해 1월 1일부터는 하루 단위로 사용하는 휴가 제도가 신설되었다. 휴가는 1일 단위로 사용할 수 있고, 1년간 총 10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10일을 붙여서 사용해도 된다. 가족 돌봄 휴직과 휴가를 모두 합쳐 연간 9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네 번째,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신설되었다. 

이 제도는 위의 가족 돌봄 휴직·휴가제도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제도라고 보면 된다. 현재 육아휴직 대신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가족 돌봄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사용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신청사유에 본인 건강, 은퇴 준비, 학업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드디어 가족이 아닌 본인의 건강과 생활도 챙길 수 있는 제도가 등장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근무를 하면서 일부 노동 시간만 단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는 있다. 또 다른 제도와는 달리 대체인력 채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사업주의 거부권이 보장된다.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하는 경우 회사와 협의하여 주당 노동 시간을 15~30시간 사이로 조정하게 된다. 

가족돌봄 휴가와 휴직 제도는 2020년을 기해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2020년에는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작해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되어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김용균법, 오늘부터 시행되지만...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일터에서의 죽음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그의 죽음과 투쟁을 통해 26년 만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이 있었고, 그 법이 시행되는 날이 바로 오늘 2020년 1월 16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용균법은 법 개정을 추진한 본래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행되고 말았다. 김용균법이라고 불리지만, 그 내용에 김용균은 없다. 

오늘부터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주요 골자는 ‘근로자’에게 적용했던 것을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다변화되는 고용 형태에서 일하는 모두의 안전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이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 건설공사 발주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에 대하여 산재 예방 책임 의무를 신설했다. 

도급시의 산업 재해 예방을 별도의 장으로 구성하고 도급 금지와 도급인의 안전 조치 책임 범위도 확대했다. 조선소, 발전소를 포함한 많은 현장에서 위험한 업무에 대한 도급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사망하는 노동자의 대다수가 외주화 된 위험 업무를 담당하는 도급 업체의 노동자다. 도급 업체 노동자가 사망하더라도 원청은 책임지지 않는 구조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급을 금지하고 원청의 책임을 확대하는 법안을 신설했다. 사망 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한 경우 노동부에서 해당 사업장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도 법률상 명시하였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위험 업무에 대한 도급을 금지했지만 그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했다. 발전소, 조선소에서 사망 사고가 빈발하지만 개정법에서는 여전히 위험 업무를 외주화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김용균 노동자를 포함한 산재 사망 사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위험 업무의 외주화’를 막아낼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또, 사망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장에 대한 전면 작업 중지가 불가능해졌다. 사업장의 작업 중지 기간도 대폭 축소되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후퇴된 부분이다. 

2018년 11월 19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이민호 군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던 중 눈물을 닦는 민호 아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8년 11월 19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이민호 군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던 중 눈물을 닦는 민호 아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과정은 이러하다. 작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이후, 노동부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1년 동안 개정해 왔다. 개정의 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이 제출되었는데 결과적으로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18년 삼다수 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나고 한 달 여간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었다. 2017년 현장 실습생이 사망한 제이크리에이션 용암해수 공장에도 한 달 여간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되었다.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 된 시기에는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것과 동시에 해당 사업장에 대하여 종합적인 근로 감독이 진행되고 현장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개선이 이뤄져왔다. 그런데 이번 개정법은 오히려 작업 중지의 범위가 좁히고, 기간도 축소했다. 안전 시설 미비로 인한 사망 사고 시 사업주의 부담을 오히려 덜어준 꼴이 되었다. 

그렇다고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 대한 중대한 처벌이 도입되었는가? 그것도 도입되지 못했다. 사업장에 대한 노동 관서의 적극적인 행정 명령도 중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제한된다. 정부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암울하다. 

생명권은 인권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작년 말 국가인권위원회는 간접 고용 노동자의 생명권을 위해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노동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최소한 일하다가 죽는 것이 일상이 되면 안 되지 않나.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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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1
국민 2020-01-18 16:04:07
생명은 소중하다. 일하다 죽는 사람보다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으니......... 일하다 죽고, 사고로 죽고 병으로 죽고 자살로 죽고.... 산업재해 줄이려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나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놈들이 아주 나쁜 ㅅ끼들이다
12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