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 37. 처음 만난 사람들(Hello, Stranger), 김동현, 2007.

안판석 감독의 영화 ‘국경의 남쪽(South Of The Border, 2006)’보다 먼저 봤다. 영화 ‘처음 만난 사람들’. 두 영화 모두 탈북자를 다루고 있다. 탈북자 역시 사람이므로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오해도 하고, 원망도 한다. 오래 가지 않아 자본주의 물이 들 듯 체제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얼마 전엔 판문점으로 군용 차량을 몰고 탈북한 한 북한군이 남한에서 방송 활동도 하다가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음주운전은 정말 잘못 된 행동이지만, 탈북자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몇 배 더 비난하는 건 차별 의식이 원인이다. 

시인 김소월의 고향은 평북 구성이다. 구성은 신의주보다 조금 아래에 있다. 국경 부근에 있다보니 이민족의 침입이 잦았다. 구성에서 평안남도 쪽으로 가다보면 영변이 나온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 나오는 그곳이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영변의 옛 이름이 ‘연주’다. 연주 현씨의 본관이 그곳이다. 그래서 나는 북한을 고향처럼 그리워한다. 나의 조상은 영변을 떠나왔고, 수많은 세월이 흘러 제주도에 정착했다. 그러니 나의 조상은 탈북자인 셈이다.

몇 년 전, 탈북해서 공무원이 된 사람을 간첩으로 조작한 일이 세상에 알려졌다. 국정원은 21세기에도 간첩 조작을 이어왔다. 그들은 국민 모두를 간첩으로 만드는 날을 꿈꾸고 있을까. 

통일이 되면 탈북 엑소더스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남한의 경제가 흔들릴 거라고. 그러면 좀 어떤가. 예멘 난민을 끌어안을 줄 몰랐던 우리는 통일 준비가 아직 멀었다. 처음 만난 사람을 경계하지 말자. 그 역시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이다. 서로 경계하다 따뜻한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홍임정 소설가는 탈북자들을 만나 소설을 쓴다. 인터뷰를 할 때는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하는 경우가 많아 무척 어려운 일이다. 먼저 온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낼 때, 훗날 통일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잘 어울릴 수 있겠지. / 현택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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