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성산 연안 법적보호종 누락-조류충돌 위험성도...“부실한 환경평가, 재개해야”

19일 오후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인근 연안에서 조류를 조사하고 있는 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제주의소리
19일 오후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인근 연안에서 조류를 조사하고 있는 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 해안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철새도래지가 추가로 발견됐다. 천연기념물 지정 조류를 포함한 멸종위기종 새들이 다수 발견됐다. 이들에 대한 보호문제와 항공기 조류 충돌 위험성까지 뒤따르는 결과로, 국토교통부가 수행한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부실 논란도 피할 수 없게됐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와 성산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은 18일과 20일까지 3일에 걸쳐 서귀포시 성산읍과 제주시 구좌읍 연안 일대의 조류 생태환경을 조사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도 이날 조사 일정에 동행 취재했다. 

이번 조사는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조류 생태환경을 조사하기 위해 실시됐다. 특히 기존에 알려져있던 철새도래지 외에 제2공항 예정지 남측의 조류 분포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날에는 성산읍 신풍리, 삼달리, 신산리, 온평리, 신양리 바다 등을 둘러보고, 둘째날에는 종달리, 하도리 등지의 연안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바다뿐만이 아니라 제2공항 예상부지의 습지, 저수지, 연못을 중심으로도 조사가 이뤄졌다. 

조류전문가인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을 필두로 제2공항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했다.

그 결과 기존에 익히 알려졌던 구좌읍 하도리·종달리 등의 철새도래지 외에도 성산읍 연안에서 다수의 조류종이 발견됐다. 조사단에 따르면 이틀에 걸쳐 발견된 조류는 약 30종, 개체수는 수천여 마리가 넘는다.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 연안에서 발견된 저어새. 사진=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 연안에서 발견된 저어새. 저어새는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이자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사진=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 연안에서 발견된 저어새. 사진=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 연안에서 발견된 물수리. 물수리는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이다.  사진=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 연안에서 발견된 저어새. 사진=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 연안에서 발견된 새 무리. 사진=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개중에는 환경부 지정 1급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등이 포함됐다.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2400여마리 밖에 남지 않아 천연기념물 지정은 물론 보호대상해양생물종으로도 포함된 종이다.

멸종위기동물 2급인 매, 물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등도 성산읍 연안에서 발견됐다. 해당 종은 익히 구좌읍 하도철새도래지 등에서 발견돼 온 종이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와 직선거리로 1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 외에도 성산 바다에서는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쇠오리,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넓적부리, 해오리, 가마우지 등의 개체도 눈에 띄었다. 어림잡아 수십에서 수백마리의 개체가 바닷가에 빽빽이 들이찼다.

조류가 추가로 발견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을 가진다. 보호종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또 하나는 조류 충돌(Bird Strike)의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인근 조류를 조사하고 있는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인근 조류를 조사하고 있는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제주의소리

주 연구원은 "제2공항 부지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곳임에도 굉장히 많은 조류가 발견되고 있다. "갈매기나 오리류도 높이 날 때는 상공 1km 이상씩 날아오른다. 비행기 이착륙 시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지점임에도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이 지점에 대한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사에 참여한 성산주민 김광종씨는 "이번에 철새가 추가로 발견된 곳은 환경부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곳이 아니다. 기존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곳들"이라며 "하루 몇 시간 정도 조사하는 식으로는 조류 분포도를 알 수 없다. 시기별로 세세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민들은 이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토부와 환경부를 상대로 한 대응방침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중에는 성산연안 풍경을 담은 사진전을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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