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도로 일부 개인 사유지...소유주가 철재 구조물 설치해 차량 통행 막아 논란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한 마을길에 설치된 철재 구조물. 구조물은 인접 토지 소유주가 사유지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설치했다.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한 마을길에 설치된 철재 구조물. 구조물은 인접 토지 소유주가 사유지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설치했다.

수십년간 마을길로 사용하던 도로에 갑자기 철재 구조물이 설치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다. 도로의 일부가 사유지여서 토지주가 철재 구조물로 차량 진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독자제보에 따르면 최근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 내 마을길을 따라 철재 구조물이 설치됐다. 논란이 된 철재 구조물은 도로의 약 50m 구간에 걸쳐 도로 중간을 가르는 다소 기형적인 위치다.
 
문제의 길은 주민들이 수십년간 사용해 왔다. 행정은 1970~80년대 ‘새마을 운동’ 일환으로 해당 도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을 안길에 철재 구조물을 설치한 당사자는 길과 인접한 토지를 소유한 A씨.
 
2017년 해당 토지를 구매한 A씨는 지적측량을 통해 길 일부가 사유지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최근 철재 구조물로 경계를 표시했다.
 
도로는 차량 1~2대가 오갈 수 있는 폭인데, 철재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일부 구간은 성인 2명이 서로 비켜줘야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공간으로 변했다.
 
수십년간 사용했던 길이 막히자 문제의 도로를 이용하던 주민들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유수암리에 거주하는 고모(38)씨는 “수십년간 사용했던 마을길에 갑자기 철재 구조물이 설치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철재 구조물이 설치된 길 안쪽에는 집과 밭 등이 있어 많은 주민들이 이용해 왔다. 당혹스럽다. 가까운 도로를 이용할 수 없게 돼 다른 길로 우회해 다니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철재 구조물을 설치한 A씨는 해당 토지에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엄연한 사유지기 때문에 개발행위 등을 막을 방법은 없다.
 
철재 구조물이 설치된 길 지적도. 빨간 원 속을 보면 현재 사용되던 길(흰색 부분)에 주황색 선이 겹쳐 있는 모습이 보인다. 주황색 선은 지적재조사를 통한 토지 경계다.
철재 구조물이 설치된 길 지적도. 빨간 원 속을 보면 현재 사용되던 길(흰색 부분)에 주황색 선이 겹쳐 있는 모습이 보인다. 주황색 선은 지적재조사를 통한 토지 경계다.

A씨는 20일 [제주의소리]와 전화에서 “집 짓고 살기 위해 해당 토지를 3년 전 매입했다. 현재는 집을 3채 정도 지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도로 사용된 토지를 계속 제공하면 집을 2채 밖에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오갈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는데, 가깝다는 이유로 사유지를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는 일방적인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 행정이나 주민들과 협의할 의사는 있다. 다만, 지금처럼 아무런 조건도 없이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애월읍사무소도 난감한 상황이다. 개인 재산인 사유지 이용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애월읍 관계자는 “지적도상 40~50m 연장 도로 폭이 매우 좁아지는 상황이다. 토지주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며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우회도로를 개설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철재 구조물을 기준으로 사진 오른쪽이 사유지고, 왼쪽이 도로다. 일부 구간의 경우 성인 2명이 함께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공간이 좁다.
철재 구조물을 기준으로 사진 오른쪽이 사유지고, 왼쪽이 도로다. 일부 구간의 경우 성인 2명이 함께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공간이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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