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검찰 “범행 잔혹하고 극단적 인명경시”...전 남편, 아들 껴안는 동영상 공개 ‘눈물바다’

최초 수사를 맡은 제주동부경찰서가 2019년 6월1일 오전 10시32분 충북 청주시내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고유정을 체포하는 모습.
최초 수사를 맡은 제주동부경찰서가 2019년 6월1일 오전 10시32분 충북 청주시내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고유정을 체포하는 모습.

“비록 사형 선고는 예외적지만 피고인에게는 어떠한 관행도 선처도 없어야 합니다. 피고인 고유정에게 사형을 선고해주길 바랍니다”

검찰의 최종 의견은 사형이었다. 구형과 함께 방청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묵묵히 재판과정을 지켜본 피해자의 가족들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검찰은 20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고유정(38.여)의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사건의 11차 공판에서 재판부에 사형을 구형했다.

이환우 검사는 이날 프레젠테이션(PPT)까지 준비해 전 남편 강모(당시 38세)씨와 의붓아들 홍모(당시 6)군에 대한 고유정의 계획적 범행을 설명했다. 핵심은 졸피뎀 검출과 부검결과였다.

고유정은 2019년 5월25일 밤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하고 완도행 여객선과 경기도 김포에서 사체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고유정은 살인과 사체 은닉 혐의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전 남편의 강압적 성관계 요구에 대응하다 발생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왔다.

그러나 검찰은 고유정이 이혼과 양육 과정에서 생긴 불만으로 계획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자가 남긴 혈흔에서 나온 향정신성의약품 '졸피뎀'을 스모킹 건으로 제시했다.  

이 검사는 관련 증거 제시 도중 2편의 영상 파일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범행 당일인 2019년 5월25일 오전 서귀포시 한 놀이시설에서 전 남편이 아들과 만나는 모습이 담겼다.

최초 수사를 맡은 제주동부경찰서가 2019년 6월1일 오전 10시32분 충북 청주시내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고유정을 체포하는 모습.
최초 수사를 맡은 제주동부경찰서가 2019년 6월1일 오전 10시32분 충북 청주시내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고유정을 체포하는 모습.

전 남편은 2016년 고유정과 이혼 절차에 들어가면서 2년 가까이 친아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고유정이 법원이 제시한 전 남편과 아들간 면접교섭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상 속에는 전 남편이 어렵게 만난 친아들을 보자 두 팔을 벌려 와락 껴안는 모습이 담겼다. 두 번째 영상에는 신이 난 듯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목마를 태우는 모습이었다.

이환우 검사가 해당 영상을 소개하면서 목이 메인 듯 말문이 막히자, 영상 속에서 “얼마나 좋았으면...”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해당 영상에 녹음된 담당 형사의 목소리였다.

우연히 녹음된 소리가 법정에 울려 퍼지자, 전 남편의 친동생 강모(35)씨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를 지켜 본 현 남편 홍모(39)씨도 먼저 떠나보낸 아들을 떠올리며 목이 메어 울었다.

이 검사는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는 아빠의 심정을 생각해봤다. 그 사이 훌쩍 커버린 아들의 모습을 보며 미안한 마음에 후회와 자책을 했을지도 모른다”며 울컥했다.

고유정은 이보다 앞선 2019년 3월1일 밤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현 남편 홍씨의 친자인 의붓아들(당시 6세)을 침대에서 몸으로 강하게 눌러 질식사 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고유정은 자신은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새벽에 안방으로 이동해 컴퓨터를 작동하고 자신의 휴대전화에 접속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검사는 “이 아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저 아빠와 살고 싶었을 뿐”이라며 “잘못된 망상과 피해의식에 놓인 고유정은 멈출 줄 몰랐고 결국 아빠 옆에서 (의붓아들을) 참혹하게 살해했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3시10분 고유정에 대한 제11차 공판이 끝난후, 제주지방법원 현관 앞에서 고유정의 전남편 유족과 변호인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일 오후 3시10분 고유정에 대한 제11차 공판이 끝난후, 제주지방법원 현관 앞에서 고유정의 전남편 유족과 변호인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검찰은 최종 의견진술에서 “고유정은 아들에게서 아빠(전 남편)를, 아빠(현 남편)에게서 아들(의붓아들)을 영원히 빼앗는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이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가족의 삶을 빼앗고 남겨진 이들의 삶마저 참혹하게 무너뜨렸다”며 “피고인의 극단적 인명경시에 기인한 계획적 살인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검사는 이에 “억울하고 비통한 죽음을 맞이한 피해자들, 절망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유족들, 거짓말에 탄식하는 우리 공동체가 모두 재판부의 결단을 바란다”며 사형을 요구했다.  

더불어 “사형은 사법제도의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의 형사적 비난 가능성을 일부라도 감경하는 것은 책임주의와 정의에 부합하지 않다”며 법정 최고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결심공판을 진행해 고유정의 최후 진술을 듣기로 했지만 변호인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사실확인조회서 일부를 받지 못했다며 결심 공판연기를 주문했다.

재판 직후 유족과 방청객들은 고유정 변호인 측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변호인이 “조용해라. 시끄럽네”라고 말하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전 남편의 동생 강씨는 “유족들은 절망감에 빠져 있다. 꼼수로 공판을 늦추는 행태에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며 “이런 유족들의 절규에 대한 변호인과 고유정의 태도에 손발이 떨린다”고 말했다.  

현 남편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끝까지 반성도 없이 모든 걸 부정하고 심지어 재판 연기까지 요구하는 것을 보면서 극단적 이기주의밖에 생각나지 않았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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