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요일별 배출제의 공과] 2. 시행 과정과 공과

제주도의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쓰레기 처리. 이를 해결하고자 2016년 12월 1일 제주시에서 시작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시민들 피부에 와 닿는 변화 가운데 하나였다. 3년 넘게 지난 시점에서 요일별 배출제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환경윤리의 실천’의 저자 김일방 제주대학교 교수(사회교육과)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의 공과’에 대해 살펴보는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논문에서 김 교수는 환경총량제, 환경교육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제주의소리]는 세 차례에 걸쳐 논문 전문을 소개한다. 해당 논문은 한국환경철학회의 '환경철학' 제28집(2019. 12. 31)에도 수록됐다. [편집자 주]

2.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의 시행 과정

제주는 2010년대 들어 유입인구 및 관광객의 급증으로 쓰레기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였다. 클린하우스 넘침 현상, 해안 및 관광지를 비롯한 곳곳에 쓰레기 무단 투기 행위, 쓰레기 매립장 포화 등 여러 문제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2016년 8월 4일~10일까지 추천과 공모를 통해 각계각층의 시민들로 100인 모임을 18일 최종 구성하였다. 이 모임의 명칭은 ‘제주시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 선정 100인 모임’이었고, 공식출범일은 8월 31일이었다(제주의소리, 2016. 8. 31).

100인 모임은 소모임, 원탁회의, 공개토론회 등 여러 차례의 회의와 토론을 거쳐 10월 18일에 최종토론회를 마쳤고 10월 27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쓰레기 감축을 위한 최종 실천 아젠다를 발표하였다. 그 아젠다의 내용은 정책과제 12건, 행정 제안의제 5건, 실천과제 12건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뉴시스, 2016. 10. 27).

제주도는 이러한 100인 모임의 제안사항을 토대로 11월 9일 ‘제주특별자치도 폐기물 관리조례’를 개정하였고,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와 배출시간 조정’을 발표하여_④ 제주시는 12월 1일부로, 서귀포시는 2017년 1월 1일부로 시범운영에 들어가도록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하고는 요일당 제품군 한 가지씩 오후 6시에서 자정까지 배출할 수 있게 기존의 자유배출제를 요일별로 배출 가능한 쓰레기와 시간을 제한한 것이다.


각주④ 당시 제주도의 보도자료(2016. 11. 2)에는 ‘홍보기간: 2016. 10. 24-11. 30’, ‘시범운영기간: 2016. 12. 1-12. 31’, ‘배출시간은 18:00-24:00’로 제시돼 있었다. 


시범 운영된 지 일주일 만에 야간업소와 급식소 등에서 영업시간에 맞지 않는 배출시간이라며 조정 요구가 빗발침에 따라 배출시간은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로 12월 9일부터 조정되었다. 시범 운영 이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더니 시행 이후에는 전체 민원량의 80%가 넘을 만큼 관련 민원이 폭주하였던 것이다(오마이뉴스, 2016. 12. 23). 급기야 이 정책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구성하고 2017년 1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제도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였다. 이들의 회견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제주의소리, 2017. 1. 6).

요일별 배출제는 쓰레기를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일본의 몇몇 정책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쓰레기 줄이기 100인 모임 위원회에서 의견수렴이 됐다 하는데 우린 들어본 적 없다. 의견수렴이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요일별 배출제로 집안이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행정은 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발생하는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행정이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고 시민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낙후된 시스템을 손보지 않고 시민들만 닦달하는 상황이다. 시민 불편만 강요하는 요일별 배출제는 하루빨리 폐기돼야 한다.

이어서 이 시민 모임은 1월 13일, 이 날을 ‘제주시 쓰레기정책 시민저항의 날’로 선포하고 제주시청 인근 분리수거함에 ‘쓰레기 산’ 퍼포먼스를 벌이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오마이뉴스, 2017. 1. 14).

제주도는 이러한 시민들의 많은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마냥 눈감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에 제주도는 부랴부랴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급조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2017년 2월 24일에는 제주시민 토론회, 27일에는 서귀포시 시민토론회, 3월 2일에는 제주시에서 종합토론회를 열었던 것이다(제주의소리, 2017. 3. 2). 세 차례에 걸친 토론회를 토대로 제주도는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로 개선하여 3월 6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선된 주 내용은 배출 요일이 주 1회(종이류, 캔․고철류, 병류, 비닐류, 불연성)와 주 2회(플라스틱, 스티로폼)였던 배출횟수를 종류별로 2~3회로 늘림으로써 주민들이 집안에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불편 해소에 중점을 두었다(제주의소리, 2017. 3. 6).

이처럼 요일별 배출제는 시범 운영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배출 시간대는 물론 명칭까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진행돼오다 시범운영기간(2016. 12. 1~2017. 6. 30)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 기간이 끝나면서 요일별 배출제는 2017년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이 이루어졌다. 본격 시행이라는 말은 이 제도를 미준수할 시 법적 제재력이 발휘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요일별 배출제가 시행됨과 동시에 곧장 과태료를 부과하기는 무리이므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가졌다. 이 기간 동안은 안내와 홍보에 집중하고 동시에 위반 시에는 계고장 발부를 통해 준수를 권고하며 10월부터 과태료를 부과해나갔던 것이다(제주의소리, 2017. 6. 29).

2017년 12월 20일, 제주도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시행 1주년 토론회’를 열어 여러 파란중첩이 있었지만 도민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꾸준히 증가하던 쓰레기량이 매립량과 소각량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재활용품은 증가했다는 것이다(제주의소리, 2017. 12. 20).

이러한 제주도의 발표와는 달리 여전히 한쪽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불만과 개선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이에 제주도는 도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시민불편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다시금 요일별 배출제에 수정을 가했다. 2018년 4월 1일부터 대폭 손질된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것이다. 배출시간대는 그대로 유지하되 재활용품 중 병류, 스티로폼, 캔․고철류는 매일 배출, 플라스틱과 종이류는 격일제 배출로 바꾼 것이 개선안의 주 내용이었다(제주의소리, 2018. 3. 22).

이렇게 바뀌어 시행돼오던 요일별 배출제는 2018년 6․13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하기도 하였다. 일부 도지사후보는 이 제도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모 후보는 이 제도야말로 ‘대도민 사기극’이라는 주장까지 폈다. ‘사기극’이라 주장하는 근거는 가연성과 불연성 쓰레기가 혼합된 채 소각됨으로써 시민들이 애쓰게 요일별로 분리 배출한 쓰레기가 정작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었다(뉴스제주, 2018. 6. 1). 하지만 현 도지사가 재선출되면서 요일별 배출제는 지속적으로 시행될 수 있었고, 2018년 12월 18일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시행 2주년 보고회’를 개최하였다. 이 보고회에 따르면 그 간의 생활쓰레기 처리 상황을 분석한 결과 매립량은 줄고 재활용품 수거량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일별 배출제의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한 결과 폐기물 매립량은 22% 감소한 반면 재활용품 수거량은 14% 증가하였다는 것이다(헤드라인제주, 2018. 12. 18).

하지만 이러한 제주도의 발표와는 달리 이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흘렀음에도 정착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여전하였다. ‘쓰레기 발생량은 반으로, 재활용품은 7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재활용률은 소폭 느는데 그쳐 아직도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연합뉴스, 2018. 12. 1).

Ⅲ.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의 공과

요일별 배출제를 둘러싼 평가는 극명하게 갈려 있다. 한쪽에선 ‘선진화된 정책’(제주환경일보, 2018. 6. 3)이라고 극찬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도민 불편만 가중시키고 효과는 미흡한 도민 사기행정’(뉴스제주, 2018. 6. 1)이라고 혹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는 대체로 요일별 배출제의 집행 주체인 제주도를 비롯한 관의 입장이고, 후자는 제주도정을 비판하는 일부 정치세력 및 일부 언론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요일별 배출제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제주도의 입장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제주도는 요일별 배출제 시행 1주년 토론회 및 2주년 보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2017년 12월 20일에 있었던 1주년 토론회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을 인용해본다(제주의소리, 2017. 12. 20).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도입되자마자 집집마다 재활용 쓰레기가 쌓이면서 욕도 듣고 공격도 받고 정신없이 보냈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제주시는 꾸준하게 증가하던 쓰레기량이 매립․소각 쓰레기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재활용품은 증가했다. 도민들이 현명하게 참여해줘서 생활문화로 정착되는 중이다(당시 제주시장).

서귀포지역도 쓰레기 발생 증가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특히 재활용품 중 종이류의 발생량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외부에서 벤치마킹을 오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은데, 자기네도 도입해야겠다고 이야기 한다. 앞으로 재활용도움센터_⑤ 등을 추가로 설치해 나가겠다(당시 서귀포시장).

플라스틱이 재활용품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데, 물이 담기는 용기, 음료수 패트, PVC 등은 잘 구분해서 배출되고 있지만, PP나 우유를 담았던 용기 등은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있다. 어떻게 분리해야하는지 시민들도 잘 모르고, 행정도 잘 모르고 있다(당시 생활쓰레기 배출실태 평가단장).

시민과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쓰레기 정책도 정확하게 시민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왜 분리배출을 해야 하는지, 무얼 줄여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시민단체나 전문가 등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당시 서귀포YMCA 사무총장).


⑤ 재활용품을 집안이나 업소에 보관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배출 요일, 시간에 관계없이 수시로 배출할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이를 설치하게 된 이유는 현재 운영 중인 클린하우스의 악취·미관 저해 등으로 이설 민원 급증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 개선하고, 요일별 배출제의 불편함 해소와 주민들에게 재활용 요령을 교육, 홍보하는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재활용도움센터는 2019년 현재 제주시 31개소, 서귀포시 24개소 총 55개소가 운영 중에 있다.


이상의 발언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러하다. 

먼저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는 매립·소각 쓰레기는 줄었고 재활용품은 증가했다는 성과를 내세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시민 입장에서는 꼼꼼한 분리 배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시민과의 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은 물론 행정도 잘 모르는 깜깜이 제도라는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관에서는 요일별 배출제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긴 했으나 도민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돼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는 반면, 시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개선 사항이 많이 요구되는 좌충우돌 제도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2018년 12월 18일에 있었던 요일별 배출제 시행 2주년 보고회 발표 사항도 살펴보기로 한다. 

제주도에 따르면 요일별 배출제의 시행으로 인해 시행 전보다 매립 쓰레기량이 감소하고 재활용품 수거량은 증가하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 성과들이 나타났다. 가령 재활용품으로 생산되는 재생품의 품질도가 향상되었고, 클린하우스 내 생활쓰레기 ‘넘침 현상’도 사라지면서 환경미화원들의 작업 여건이 개선되었고 도시미관도 깨끗해졌다. 더불어 이 제도는 여러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제주도 환경보전국 보도자료, 2018. 12. 19).

위 내용을 보면 1주년 결과 보고 내용과 마찬가지로 관의 입장은 큰 차이가 없다. 매립 쓰레기량은 줄고 재활용품 수거량은 늘었다는 비슷한 발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관의 입장만을 놓고 보면 요일별 배출제는 비교적 성공적인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제도의 애초 목표인 쓰레기 발생량은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품 수거량은 70% 이상 끌어올린다는 데는 한참 못 미치지만 매립량은 줄고 재활용률은 높아짐으로써 일단 목표에는 한 발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의 주장처럼 요일별 배출제가 과연 성공적으로 순항하고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문제가 많고 개선이 필요한 좌충우돌 정책인지 그 공과를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제도의 공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야말로 이 제도의 성패에 직결되는 혜안을 발견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요일별 배출제가 초래한 공로부터 살펴본다. 

첫째는 클린하우스가 깨끗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제도의 시행 이전에는 요일과 시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쓰레기를 배출하는 자유배출제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클린하우스 넘침 현상을 초래함으로써 도시미관을 저해함은 물론 분리수거함 세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인근 주민에게 악취로 인한 피해를 끼쳐왔다. 하지만 요일별 배출제의 시행으로 이러한 현상은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 중론이며, 이는 높이 평가받을 만한 결과로 여겨진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요일별 배출제 시행 이후 지난 2017년 추석 연휴 당시 클린하우스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둘째는 요일별 배출제로 인한 생활쓰레기 발생량의 변화이다. 제도 시행 이전(2016년)과 시행 이후인 2018년 10월 말 시점을 비교해보면 소각 폐기물은 304.6톤/일(이하 톤)에서 327.1톤로 22.5톤(7.4%) 증가했고, 매립량 폐기물은 303.4톤에서 234.7톤로 68.7톤(22.6%) 감소하였으며, 재활용품 수거량은 470.1톤에서 537.9톤로 67.8톤(14.4%) 증가하였다(<표 4> 참조). 매립량과 재활용품 수거량 면에서 제도 시행 이전과 이후의 변화가 달라진 점은 이 제도의 분명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요일별 배출제가 도민들로 하여금 쓰레기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낳게 해주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유배출제 방식 하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대해 별다른 고민과 성찰이 없었으나 요일별 배출제 시행 이후에는 자유롭게 배출하던 방식에 제동이 걸리면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대해 잠시나마 고민과 성찰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무심코 버렸던 재활용품들을 물에 헹궈서 버리게 되고,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그걸 배우는 것을 보면 일상적인 환경교육이 되고 있다”(제주의소리, 2017. 12. 20)라는 한 도민의 이야기처럼 무심코 버리던 방식에서 이제는 반성적 행위를 수반한 버리기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 효과라고 여겨진다. 

이어서 요일별 배출제의 과실에 대해서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는 요일별 배출제가 쓰레기의 발생량을 줄이는 데는 전혀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제도 시행 이전인 2016년 1305.3톤에서 시행 이후인 2017년 1312.1톤, 2018년 1311.4톤을 비교해보면 쓰레기 발생량은 오히려 약간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제주특별자치도, 2019c: 170).

이는 제주도민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요일별 배출제에 의한 쓰레기 감소 효과를 묻는 질문에 ‘감소함’ 32.6%, ‘보통’ 28.5%, ‘감소 안 함’ 38.9%의 반응을 보인 것만 보더라도(제주특별자치도, 2019b: 571)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요일별 배출제의 당초 목표 중의 하나는 기존 50%대에 머문 재활용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으나 여전히 5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도별 재활용률을 비교해보면 2014년 56.0%, 2015년 56.5%, 2016년 53.4%, 2017년 56.7%, 2018년 8월 57.3%로 거의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도가 시행된 최근 2년간만 따로 보더라도 3.9% 소폭 느는데 그친 수준이다(연합뉴스, 2018. 12. 1).

셋째는 요일별 배출제가 주민과의 충분한 협업을 결여한 제도라는 점이다. 어떤 제도이건 간에 지역주민 중심의 제도라면 그들의 의견을 토대로 삼는 것이 기본 전제여야 한다. 하지만 요일별 배출제는 이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함으로써 제도 시행 약 일주일 만에 배출 시간 변경과 같은 잦은 변경을 거쳐야 했고 주민들의 많은 반발까지 불러오게 하였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 봉개동 소재 매립장 내 음식물슬러지 매립 현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물론 쓰레기 대란에 직면한 상황에서 관에서는 문제 해결이 다급했고, 따라서 밀어붙이기식의 정책 추진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을 줄 안다. 또한 6개월 간의 시범운영기간도 거쳤기에 시민과의 협업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된 지 약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분리배출 자체부터 문제가 있고 재활용률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음을 볼 때 도민들과의 충분한 교감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요일별 배출제는 클린하우스 주변을 깨끗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도시미관 및 악취로 인한 민원을 개선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두었고 재활용률 상승에도 미약하나마 나름대로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쓰레기 발생량은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은 70% 이상 높인다는 당초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쓰레기 발생량은 오히려 약간 늘고 있고, 재활용률은 50%대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시행을 위해 투자한 비용과 노력에 비해 그 효과는 지지부진한, 따라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이 절대 필요한 미완의 제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 김일방 교수는?

경북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관심분야는 환경철학·사회철학·사회과교육이며 현재 제주대 사회교육과에 재직하고 있다. 저·역서로는 《환경문제와 윤리》, 《환경윤리의 쟁점》, 《환경윤리의 실천》, 《모럴 아포리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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