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청정 제주’ 만큼은 ‘과정의 공정’ 지켜져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김우남, 문대림 예비후보. 둘은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사건으로 대립하는 바람에  끈끈한 한 팀이 되지 못했고, 결국 본선 패배로 이어졌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지난해말 열린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 회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8년 제주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지기 힘든’ 선거였다. 거꾸로 야당 후보는 그가 누구든 ‘이기기 힘든’ 선거였다. 당적을 지워버린 ‘승부사 원희룡’이라고 해도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70%, 민주당의 지지도는 50%를 각각 웃돌던 상황이었다.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물론 역대 제주 선거는 전국적인 바람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무엇이 존재해 왔으나, 그렇다고 ‘무풍지대’ 일 수는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 3명의 당선으로 이어진 17대 총선은, 바람은 어디에서나 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시도지사 선거를 거의 싹쓸이했다. 예외가 있었다.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민주당의 ‘사실상 독식’을 막은 주인공으로 탄생했다. 그것도 득표율 두자릿수 격차의 낙승이었다. 늘 따라붙던 잠룡이란 수식어조차 가물거리던 상황에서 다시 ‘보수의 희망’으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것이었다.   

원 후보로서는 민주당 후보의 ‘도정 심판론’에 ‘인물론’에다 ‘적폐세력 심판론’으로 맞불을 지핀 프레임의 전환이 주효했다. 반면 민주당 후보는 도덕성 논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분이 뼈아팠다. 당내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게 치명적이었다. 

그 중심엔 당원 명부 유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기는 하나, 1·2심 판결로만 보면 특정 예비후보 관계자의 소행으로 마무리되어 가는 분위기다. 당사자가 입을 굳게 닫는 바람에 명부 입수 경위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던진 화두 가운데, 특히 ‘공정’은 이후 우리 사회의 거대 담론이 되었다. 이는 그만큼 각 분야에 불공정이 만연해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특권이니 특혜니 반칙 따위의 것들은 뿌리도 깊어서 도려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예비후보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당내 경선에서, 만일 특정 예비후보의 공보물이 권리당원들에게 선택적으로 발송됐다면 상대방은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출발의 공정’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일찌기 제주도민들은 ‘과정의 공정’에 대한 목마름을 누구보다 앞장서 실천한 주역인 셈이다.  

21대 총선 정국이 도래한 지금, 1년 여전 제주도지사 선거 얘기를 꺼내는 것은 민주당 앞에 드리워진 불길한 기운을 염려해서가 아니다. 당을 불문하고 ‘청정 제주’가 잘못된 정치로 오염될까 싶어서다. 

현역 의원의 불출마에 따라 전략공천지역으로 분류된 제주시 갑 선거구에서 중앙당이 특정인을 내리꽂을 것이란 우려가 당내에서 일고 있다. 

아직까지는 설에 불과하지만,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만약에’라는 전제를 달고서 벌써부터 예비후보들이 반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무소속 출마 강행’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예비후보도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전략공천을 한다해도 어떤 방식으로 누굴 선택하느냐는 과정이 남아있다. 경쟁자들이 수긍할 수 있다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이해찬 대표도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투명한 공천이 총선 승리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모든 예비후보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공천을 하겠다고도 했다. 부디 공언이 꼭 지켜지길 바란다. 
  
적폐척결을 주창하는 민주당에서 불공정이 빚어지는 건 아이러니다. 아니 촛불정부를 만들어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바야흐로 시대정신이 된 공정은 야당이나 무소속이라고 해도 예외일 순 없다.    

제주는 순수한 전국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정치 풍향계 정도면 족하다. 그래서 더더욱  제주에서 만큼은 불공정의 향연을 보고 싶지 않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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