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제주가 건강한 먹거리 중요성 확산 기폭제 돼 달라 /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지난 40년간 기후변화에 대한 중요한 세계적 협상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빨리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지구가 회복할 수 없는 기후의 임계점에 다다르는 것인데 이는 인류가 노력해도 더는 통제할 기회를 잃는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의 진보적 언론 매체 가디언지가 기후변화 대신 기후비상사태·기후위기·기후붕괴 등으로 용어를 쓸 것을 밝힌 이후 유럽을 시작으로 각국의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포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를 비롯한 18개국과 900여 개 지방정부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 기후위기 학교파업 한국서도 확산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한 학교 파업 시위도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며 한국에서까지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풀뿌리 시민단체들이 정부 및 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기후 소송도 줄짓고 있다. 컬럼비아대학 기후변화법센터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400여건의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데 최근엔 네덜란드 대법원이 세계 최초로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은 정부의 의무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판결을 내려 기후 소송도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여타 국가와 지방 및 도시, 산업체들도 예전과는 달리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153개국 1만 1000명의 과학자들도 기후변화 대처 비상선언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이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197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차 세계기후회의에서 50개국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시급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한 지 정확히 40년만의 일이다. 이들은 작년 11월 옥스퍼드대의‘바이오사이언스’에 체계적으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한 29가지 지표를 근거로 제시하고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여섯가지 행동지침을 제안했다.

첫째, 신속하게 화석연료를 저탄소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폐지와 강력한 탄소세를 부과하라는 것이다. 2015년 파리협약에서 세계는 지구 평균기온의 2℃ 상승을 막고 가능하면 1.5℃ 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약속했다. 1.5℃ 이내로 막으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2010년 배출량의 45%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하지 못하면 허리케인과 심각한 폭풍·산불·가뭄이 2배로 늘고, 그 강도도 배가돼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올 것이며 이를 막으려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 노력을 2배 3배로 늘려야 한다.

둘째, 메탄과 블랙카본, 수소불화탄소 등 단기성 온실가스를 신속하게 줄이자는 주장이다. 그렇게 하면 향후 수십 년 동안 단기 온난화 추세를 5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성 온실가스의 감축은 빠르게 지구 온도를 냉각시켜 되돌이킬 수 없는 지점, 즉 임계점을 치닫는 온난화의 양의 되먹임 추세를 일단 진정시키게 된다. 한편 인류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시간을 벌어준다. 이 단기성 온실가스의 감축은 기후과학의 최근 성과에 근거한다. 

전 세계 153개국 1만 1000명의 과학자들도 기후변화 대처 비상선언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이 즉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 11월 옥스퍼드대의‘바이오사이언스’에 체계적으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한 29가지 지표를 근거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여섯가지 행동지침을 제안했다. / 그래프 = 고용석 회장 제공 ⓒ제주의소리
전 세계 153개국 1만 1000명의 과학자들도 기후변화 대처 비상선언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이 즉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 11월 옥스퍼드대의‘바이오사이언스’에 체계적으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한 29가지 지표를 근거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여섯가지 행동지침을 제안했다. / 그래프 = 고용석 회장 제공 ⓒ제주의소리
전 세계 153개국 1만 1000명의 과학자들도 기후변화 대처 비상선언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이 즉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 11월 옥스퍼드대의‘바이오사이언스’에 체계적으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한 29가지 지표를 근거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여섯가지 행동지침을 제안했다. / 그래프 = 고용석 회장 제공 ⓒ제주의소리
전 세계 153개국 1만 1000명의 과학자들도 기후변화 대처 비상선언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이 즉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작년 11월 옥스퍼드대의‘바이오사이언스’에 체계적으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한 29가지 지표를 근거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여섯가지 행동지침을 제안했다. / 그래프 = 고용석 회장 제공 ⓒ제주의소리

셋째, 산림과 초원, 이탄지대, 습지와 맹그로브 숲 같은 자연생태계를 복원 및 보호함으로써 이들 생태계가 핵심 온실가스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큰 몫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토지와 숲 등 생태계를 파괴하면 사실상 이중의 온실가스 감축 기회를 잃게 된다. 파괴 시 막대한 탄소 배출은 물론이고 동시에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활용도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물다양성과 사막화, 자원보존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넷째, 동물성 식품을 줄이고 채식 위주로 식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영국 옥스퍼드대가 2018년 10월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50년 인류의 생존을 위해선 육류소비를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한다. 세계 평균 시민들은 현재 대비 소고기 소비량을 75% 줄이고, 돼지고기는 90%, 달걀은 절반으로 줄이고 서구는 소고기 소비량을 현재보다 90%, 우유를 60%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파국, 즉 지구 온도를 2도 넘지 않기 위해서인데 1.5도 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채식이나 비건(완전채식)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다섯째, 탄소 없는 경제로 전환해 생물권에 대한 인간의 의존을 해결하고, 국내 총생산(GDP) 성장과 풍요의 추구라는 목표에서 탈피하자는 것이다. 즉 생물권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개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대한 빨리  많은 돈을 벌겠다는 이기심과 탐심의 경제학은 단기 경제학이다.

 현 78억 세계인구 먹고 쓰고 버리려면 지구 1.7개 필요

이 방식은 막대한 외부비용을 발생시키고 그 부담을 미래로 떠넘긴다. ‘대대손손 황금률’ 즉 우리가 다음세대에 바라는 만큼 미래 세대에 베푸는 방식의 장기 경제학이 요구된다.  근본적으로 소비패턴과 사고방식을 전환이 절실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 경제 정의를 보장할 수 있는 접근 방식, 즉 적절한 정책을 사용해 하루 20만 명 이상 늘어나는 지구촌 인구를 안정화시키자는 내용이다. 1950년의 25억명에서 현재는 78억명, 2050년에는 100억명이 예상된다. 현재의 78억명 인구가 먹고 쓰고 버리기 위해 필요한 면적은 지구 1.7개다. 만약 전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산다면 3.5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채식 위주의 식생활이 단기성 온실가스(둘째)뿐 아니라 생태계 복원 및 보호(넷째)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일종의 연결고리라는 사실이다. 먼저 블랙카본의 40~50%는 숲과 대초원을 불태우는 데서 발생한다.

유엔에 따르면 육류생산으로 인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불태워졌는데 이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인 그을음이 남극의 블랙카본의 60%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축산업은 삼림파괴와 메탄 배출의 최대 주범이다. 그리고 축산업은 지구표면의 1/3과 전 세계농지의 80%를 차지한다. 이 토지에 삼림을 조성함으로써 생태계를 복원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선진국들이 채식 위주로 전환하면 가축 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을 식량 재배를 위한 농토를 넓힐 뿐 아니라 사료용 삼림파괴도 멈추고 기존의 방목지가 숲이 되는 이중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나는 것이다. 

이미 작년 10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IPCC(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 총회는 세계 각국 정부가 승인한‘기후변화와 토지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발표하고 화석연료 감축과 함께 토지이용의 획기적 전환 없이는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토지는 일종의 양날의 칼이다. 즉 온실가스의 흡수원이자 배출원이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에 산림과 농업 부문에서의 탄소 흡수원의 확대 및 활용은 매우 중대하다. 지구 온도의 상승과 함께 토지가 방치되면 온실가스 흡수능력이 저하되어 토양 침식·가뭄·기아·물 부족·생물 다양성·식량·이주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선진국에서 육류와 유제품을 줄일 것을 권고하며 전 인류가 채식이나 비건으로 식습관을 바꿀 시 최대 연간 80억 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만도 연간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차지하는 등  경작· 혼농임업 등 식량 생산방식을 바꾸면 2050년까지 최대 연간 96억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음도 밝혔다. 생산·유통·소비·폐기까지 먹거리 시스템만 개선해도 최대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50% 가까운 양을 줄일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빠르고 쉬운 최상 기후대책 ‘채식과 비건’...제주도 기폭제 역할

채식과 비건(완전채식)은 빠르며 쉽고 저렴한 최상의 기후대책이다. 정부나 시장을 기다릴 필요 없이 개인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단기 온실가스를 줄여 빠른 냉각효과를 가져오고 재생에너지를 통한 장기적 이산화탄소 감축에 시간을 벌 뿐아니라 탄소흡수저장력이 높은 우림을 보호하고 사료 경작지 역시 조림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

즉 식습관 변화를 연결고리로 기후변화 및 사막화의 완화, 생물다양성의 복원을 연결하고 물 부족·인류 건강·식량·양극화 문제의 해결이란 가능성도 확인해 준다. 아울러 땅과 동식물들과의 관계를 새로이 하며 인간을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려놓고 인간 본연의 연민과 자각을 축소하고 마비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든 인간 중심의 사고와 믿음에서 깨어나도록 돕는다.

환경보호와 사회정의는 종이의 양면 즉 연기적인 관계이다. 우리가 서로에게나 다른 생물체를 대하는 방식은 우리가 지구를 대하는 방식에 고스란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인간과 자연은 하나이며 인간은 자연에 기반을 두어야 좋은 삶, 정의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전통문화의 신념은 현대 환경운동과 시민운동의 선구자인 랄프 왈도 에머슨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로 이어졌고, 이는 또 간디의 사티아그라하 운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까지 면면히 이어져 왔다, 오늘날 생명존중·생태계보호·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의  비거니즘의 세계적 확산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는 채식과 비거니즘의 중요성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된 평화와 지속가능성의 섬이다. 2009년 유엔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라젠드라 파치우리 의장을 비롯하여 세계적 전문가들이 참석한 '아이건강 & 지속가능 지구촌 제주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49개 시민단체가 주관한 이 회의는 수프림마스터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 100여개 나라에 위성 생중계됐고 이후에는 40여개 언어의 자막을 넣어 다시 한 번 전체 행사가 재방송 되었다.(한겨레 신문 보도) 그리고 광주를 비롯한 채식 급식운동과 서울 부산 등 각 지자체의  주1회 채식운동, 폴 매카트니가 주도하는 미트 프리 먼데이 운동을 국내에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된 것도 이 컨퍼런스로 인해서다.

인류는 기후비상사태로 비롯되는 역사상 전례없는 지속가능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가 오히려 세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되는 기회 또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즉 식습관 변화를 통한 악순환과 선순환 가운데 양자택일의 순간에 서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과 지구, 밥상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밥상 혁명의 순간이다. /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은?

비건채식운동가. 1994년, 환경·시민·종교단체가 총망라된 국내 최초의 국제 채식 심포지엄 ‘채식이 지구를 살립니다’와  미래진단 세미나 '퓨쳐비젼'을 비롯하여 2008 2009년 세계를 연결하는 3차례 지구온난화 글로벌 컨퍼런스  등 창의적이고 선구적인 프로그램들을 기획해왔다.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관련 활동에도 수십차례 참여해왔으며 방한 종교및 환경지도자의 통역일과 각종 주요신문의 컬럼리스트와 자유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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