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도로에 쓰러진 운전자를 피하지 못해 치였더라도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는 등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이장욱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모(47)씨와 정모(47)씨에 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여씨는 2018년 10월15일 오후 7시50분쯤 승합차를 몰아 서귀포시 남원읍 모 유스호스텔 앞 도로를 지나던 중 길을 건너던 오모(77) 할머니를 들이 받았다.

1차 충격으로 할머니가 도로에 쓰러지자 뒤따르던 정모씨의 차량이 재차 할머니를 치었다. 이 사고로 오 할머니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재판과정에서 여씨는 범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정씨는 앞선 사고로 피해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2차 사고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정씨가 60km/h 제한도로에서 94km/h로 내달리면서 1차 사고 발생후 0.6초만에 2차 사고를 낸 점에 비춰 과실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인정했다.

피해자의 부검 결과에서 2차 충격으로 인한 하반신의 다발성 골절이 중요 사인인 점도 반영했다. 규정 속도를 지키고 차간거리를 유지하면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감정 결과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해 범행 경과가 매우 중하다”며 “다만 피해자도 무단횡단을 하고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면서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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