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음지의 이웃, 외국인노동자](2) 고된 산업현장 고용주-노동자 간극...결국 '소통 부재'

제주사회의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약 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은 낮은 임금을 받고 내국인 노동자들이 회피하는 힘들고 위험한 현장에서 땀을 흘린다. 우리사회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수많은 중소기업, 자영업, 농축산어업을 비롯한 1차산업 전반이 크게 흔들릴 정도다. 합법적 이주노동자들은 물론 불법체류 신분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내몰려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저성장·저출산 시대에 맞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생존을 위해 노동하는 모든 인간은 보편적 인권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이는 그들이 차별적 대우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에 기여한 노동의 대가로 획득한 권리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설명절을 맞아 외국인이주노동자 실태를 세차례에 걸쳐 심층 조명해봤다. [편집자 글]
일선 산업현장에서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주와 내국인노동자들의 차별과 폭력 등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가 조사됐다. 반대로 외국인노동자들과의 문화 차이로 고용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업주들도 많았다. 결국 언어의 한계로 인한 소통의 부재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언어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이미지=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바다에서 사장님 때리고, 사장님 아버지 안 좋아. 한국말 잘 몰라요. 바다가면 일 많아요. 손 아파요. 나중에 사장님 이야기해요. '야 일로와, 일로와 이 XX야.' 나중에 막 욕하고 때려요. 바다 일 안좋아요."

한국에서 생활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스리랑카 국적의 30대 선원 A씨는 떠듬떠듬 자신이 겪었던 인권침해 사례를 털어놨다. 매끄럽지 않은 증언이지만, A씨가 선상에서 겪었을 수난과 모욕을 쉬이 유추할 수 있다. 최근 제주연구원이 수행한 '제주지역 외국인근로자의 경제·사회분야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이같이 일선 현장의 외국인노동자들과 고용주들 간 목소리가 여실히 담겼다. 

음지로만 파고들 수 밖에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시장과는 달리 합법적으로 취업비자를 발급받고 유입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업무환경이 양호한 편이다. 

일방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쫓아낼 경우 고용주들에게 돌아오는 페널티는 만만치 않다. 인력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에서 더이상 인력고용 TO를 배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손해다. 외국인노동자조차 기피할만큼 고된 특정 산업현장의 경우 오히려 웃돈을 얹어가면서까지 인력을 빼오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의 인식도 상당히 개선됐다. 외국인노동자와 함께 근무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고용주들 역시 구시대적 인식에서 벗어나 외국인과의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는게 일선의 목소리다. 

그러나, 여전히 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부당대우, 인격침해 사례는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다. 확연히 드러내지 않을 뿐 저변에 깔려있는 무시와 조롱 역시 이국땅의 외국인노동자들에겐 뼈에 사무치는 현실이다.

 근무환경 제각각...1차산업 종사자 비교적 근무강도 높아

사업장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외국인노동자들이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습관적인 반말과 경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동남아 지역 국가에서 고졸 이상의 학력수준을 갖고있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편견을 갖고 보거나 무시·차별하는 경우가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별로 분류할 시 다수의 외국인노동자들은 농축산업, 연근해어업, 양식어업 등 1차산업 종사자가 상당수다. 1차산업 중에서도 일터의 환경에 따라 노동환경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농업 종사자의 경우 외국인노동자들은 주로 농장과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가장 양호한 환경은 조립식 하우스 사례이지만, 창고를 개조하거나 컨테이너에서 거주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로 거름주기, 가지치기, 약주기, 수확 등의 업무를 맡고 있으며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고 있어 노동강도가 높은 편으로 분류됐다.

연근해어업의 경우 며칠씩 조업에 투입돼 주로 그물 당기기, 물건 나르기, 고기 배따기, 생선 저장 등의 업무를 맡는다. 비교적 해양산업에 익숙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국적의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더 먼 바다로 나가는 어선의 선원들은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하고 있다. 같은 배를 타고있는 한국인 선원은 일주일에 이틀정도 휴식을 갖지만, 외국인 선원은 날씨만 허락한다면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어선원의 경우 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단순노동에서 벗어나 좀 더 복합적인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2차산업 종사자의 경우 한국어 성적이 좋은 근로자들이 유입되고 있다. 비교적 규칙적인 노동시간을 갖고 있으며. 정기적인 휴일을 갖고 있어 규칙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음식점 등 3차산업 종사자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서 생활환경은 좋은 편이지만 노동강도는 높고,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전 9시에 출근해 늦으면 오후 10시까지 근무하면서 초과수당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경우도 조사됐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미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취업한 외국인노동자들에겐 미숙한 언어 문제로 소통의 어려움이 크다. 이들은 언어소통 문제뿐만 아니라 조롱과 차별대우, 심지어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도 잦다.  거꾸로 사업주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업무 태도를 지적하며 고용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조업 중인 어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미숙한 언어로 마찰...조롱·폭력·성폭행 등 인권침해 빈번

외국인노동자가 초기에 경험할 수 있는 인권문제는 대부분 언어적 제약에 의한 소통의 어려움에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사업주와 내국인들은 외국인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반말을 사용하거나 조롱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남아 지역 국가에서 고졸 이상의 학력수준을 갖고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편견을 갖고 보거나 무시 및 차별하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이다. 

사업주가 외국인노동자에게 무조건 반말을 하다보니 해당 외국인이 그대로 따라서 말을 배워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령 사업주가 외국인노동자에게 '이리 와' 했는데 언어가 서툰 외국인노동자도 사업주에게 '이리 와'라고 했다는 식이다. 

어선원의 경우 조업 중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사업주가 큰 소리로 얘기하거나 요구할 때 한국어에 미숙한 외국인은 화를 내는 것으로 오해해 감정상 마찰이 있는 경우도 확인됐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는 숫자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제주도내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 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4명 꼴이었다.

비꼬거나 무시하는 등 언어적 조롱을 당했다는 답변은 36.2%, 신체적 폭력 경험이 있다는 답변은 7.5%에 달했다.

모욕적 언사 등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답변이 12.2%,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는 답변도 5.6%였다. 심지어 응답자 중 5명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단순한 부당대우를 떠나 명백한 범죄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지만, 피해당사자가 입을 다물면 외부로 드러날 수 없는 것이 이국만리에 와 있는 그들의 현실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피해를 입더라도 '그냥 참고 넘긴다'는 것이 그들의 목소리다(관련기사 - 조롱·차별·성폭력 ‘쉬쉬’…합법 이주노동자까지 ‘사각지대 방치’).

 좁히기 어려운 문화 간극...고용주도 외국인노동자도 '끙끙'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고용주는 고용주 나름의 사정을 토로한다.

30년간 어업에 종사하면서 4명의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B씨(61)는 외국인노동자들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외국인 애들하고 자꾸 다투게 돼. 시키면 잘 안하고 노려보고 욕하는 경우가 있어서 자꾸 싸우게 돼. 옛날에 2000년 초반에는 월 50만원만 주면 됐는데 그래도 엄청 일 잘했어. 요즘에는 돈만 따지고 일하는데 꾀병을 부리는 경우가 많아. 인건비가 자꾸 올라서 남는게 없어. 적자야 적자."

제주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C씨(60.여)는 내국인은 자신의 고유 업무 외에도 바쁜 상황이면 서로 도와주는데, 외국인노동자는 다른 사람이 아무리 바빠도 자신의 업무가 아니면 도와주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했다. 문화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언어장벽이죠. 언어 때문에 서로 대화가 안 되니까. '이것 좀 해줄래?' 물어보면 '아니요!' 하고 말아요. 하지 않겠다고 그러면서 성질을 내버리는 거에요. 성질 낼 일이 아닌데도 못 알아들으니까. 이게 말, 대화가 안되는게 제일 불편하죠.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간혹 근무지를 이탈해 미등록 체류자가 되기도 한다. 기존에 거주하고 있던 미등록 체류자 브로커들이 등록 체류자에게 보수가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알선하면서 벌어지는 문제다. 외국인노동자가 근무지를 이탈할 경우 해당 업체는 최소 1년 간 외국인을 채용할 수 없어 금전적인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감수하면서라도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특히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소위 3D업종의 경우 더욱 그렇다. 과거 2000년대 전후에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이 절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채용했는데, 현재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인건비 지출은 거의 같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들 업종에서 일을 하려는 내국인이 없어 소위 '뒤통수'를 맞은 직후에도 다시 외국인 인력을 찾아나서야 한다.

외국인노동자 역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근무 조건과 환경을 비교해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인건비 증액을 요구하는데 최소 1년 단위로 올려주라는 요청이 보편화 돼 있다.

 말 문 닫아버린 외국인노동자들...한국문화·언어 지원 프로그램 필수 

전반적인 문제는 결국 '소통의 부재'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어 미숙으로 인한 업무상 실수 혹은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치 않아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인권침해를 당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속으로 분을 삭이는 이유도 대부분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문제의 연장선이다. 

연구진은 "제주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과 제약은 대화에 따른 미숙으로, 사업장에 얽매어 있는 노동자들이 한국어능력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함을 강조했다.

또 문화적 차이로 인해 외국인노동자와의 교류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시간적인 한계가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를 체득하고 소통하기 위한 공간적-시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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