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 39. 해치지않아(Secret Zoo), 손재곤, 2019.

영화 ‘해치지않아’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해치지않아’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1968년 프랭클린 J. 샤프너의 영화 ‘혹성탈출’ 이후 팀 버튼의 ‘혹성탈출’, 맷 리브스의 ‘혹성탈출’ 등 여러 감독에 의해 유인원과 인류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가 계속 이어졌다. 우리는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우리가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에 있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환경 파괴에 의해 지구를 병들게 하는 인류를 보면, 과연 우리가 이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점이 든다.

1828년 런던 리젠트 파크 동물원이 근대식 동물원으로는 최초로 문을 열었다. 인류는 동물들을 가둬놓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1907년 도쿄 박람회에서는 한국인 남녀가 전시되었다. 제국주의 시대에 서양의 강대국들이 식민지 노예들을 전시하는 걸 일본도 따라했다. 당시 일본은 한국인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기이하게 생긴 동물로 인식한 것이다.

동산 파크에 오랫동안 갇혀있던 북극곰 까만코는 머리로 철창을 박는다. 정형행동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갇혀있으면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를 타국으로 끌고 가 감옥 같은 울타리 안에 가둬놓으면 어떻게 버틸 수 있나.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들인 동물들은 동물원에 갇혀 울부짖는다.

대명그룹은 제주도 선흘리에 동물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파리 동물원이라고 말하는데, 사파리의 원래 뜻은 야생에서 동물들을 사냥하는 행위를 말한다. 곶자왈을 어슬렁거리는 사자, 멸종위기종 개가시나무에 매달린 나무늘보, 곶자왈에서 콜라 마시는 북극곰, 덩굴 숲에서 목을 빼고 주억거리는 기린. 영화 제목과 달리 우리가 동물들을 해치고 있다. 

명절에는 가족이나 친척이 모여 있어야 사람 사는 집 같다. 진학을 못 했다는 이유로, 취직을 못 했다는 이유로, 결혼을 못 했다는 이유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 채 고시원이나 원룸에 갇혀 있는 동물들. 영화가 끝나고, 아기를 낳지 못해 우울한 우리 부부는 어기적어기적 집으로 갔다. 영화 끝 부분에서 캐나다까지 찾아간 수의사와 눈 쌓인 언덕을 거닐던 까만코의 눈이 마주쳤을 때, 까만코는 과연 수의사가 반가웠을까. / 현택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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