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아름다운 나눔 현장을 가다](1) 제주청소년봉사단, 캄보디아 씨엠립 쿡찬-타판초에 전한 진심

나눔은 늘 아름답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매년 개최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를 통해 조성된 ‘아름다운 기부금’은 제주도내는 물론 지구촌 곳곳의 소외된 이웃들과 소중히 나누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는 제주청소년봉사단을 통해 기부금의 일부를 캄보디아 시골 초등학교 두 곳에도 보내고 있다. 열악한 교육환경에 처한 이들 학교의 도서관 설립과 운영, 도서구입, 학용품 마련, 학교시설 보수 등에 쓰이고 있다. 캄보디아 어린이들의 문맹을 퇴치하고 이들이 당당한 지구촌 동반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주청소년봉사단의 9일간 교육봉사활동에 제주의소리가 동행했다. 설 명절을 맞아 아름다운 나눔의 현장을 세 차례에 걸쳐 글과 영상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글] 

 

한국의 아이들은 캄보디아의 아이들보다 얼마나 더 가지고 있고, 얼마나 더 가져야 행복할까. 더 이상 혼자 잘 사는 것만이 답이 아닌 세상에서 나눔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찾는 제주청소년봉사단의 9일간 아름다운 여정에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함께 했다.

제주청소년봉사단은 올해도 어김없이 캄보디아에 온기를 전했다. 2011년부터 9년째 이어가는 캄보디아 교육 봉사활동을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8박 9일 동안 진행한 것. 이들은 올해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300km 떨어진 씨엠립 인근의 쿡찬초등학교와 산골학교인 타판초등학교를 찾았다.  

캄보디아로 떠난 9기 제주청소년봉사단은 초등학교 6학년생부터 20살의 청소년 총 14명과 인솔교사 6명으로 구성됐다. 단원들은 매주 토요일 도내 읍·면 지역 아동센터에서 영어책을 읽어주는 등 교육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매년 1번씩 떠나는 캄보디아에서의 영어 수업을 위해서는 몇 달 전부터 영어 원고와 놀이 등을 준비한다.

ⓒ제주의소리
쿡찬초등학교의 아이들. 제주청소년봉사단이 이름표를 붙여주기 위해 잘라둔 종이를 얼굴에 붙인 리아빤냐(9, 맨 오른쪽). ⓒ제주의소리

2018년 기준 캄보디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1485달러로, 조사된 189개국 중 152위에 해당하며, 이는 한 달 한 가구당 수입이 약 15만원 정도임을 나타낸다. 고등학교까지는 학비가 무료지만 부모들은 자식을 학교 대신 생업에 뛰어들도록 할 수밖에 없다.

가난을 대물림 받은 남자 아이들은 대개 일용직 노동이나 농사, 여자 아이들의 경우 설거지나 청소 등 단순 노동 또는 접객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캄보디아의 15세 이상 문맹률 또한 26.1%(UN 개발프로그램 인간개발보고서, 2018)에 달한다. 캄보디아의 빈곤과 지식인의 부재는 아픈 역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과거 오랜 식민 통치와 베트남이 개입한 30여 년 간의 내전, 또 ‘킬링필드’를 통해 캄보디아 인구 전체의 4분의 1 정도 이상인 약 200만 명이 학살당했다. 노동자와 농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된 이 학살은 지식인, 교육자,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때 기존의 산업시설이 대부분 파괴되며 캄보디아의 교육 인프라, 의료 시설이 무너졌다. 그 당시의 트라우마로 캄보디아의 가난한 이들은 더욱 교육받는 것을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육이 아니고서야 ‘자력’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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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청소년봉사단이 캄보디아 쿡찬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청소년봉사단은 캄보디아 학생들이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도록 문해력 교육에 힘써왔다. 봉사단의 모토는 'be the change!'.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도록 도와주며 학교에 꼭 가야할 이유를 알려주고 새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것이 주된 목표다.

고정숙 제주청소년봉사단장과 스칼러스초이스 어학원장이자 원어민 단장인 케네스 클라우드의 협력으로 시작된 캄보디아 교육 봉사활동은 9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꾸준한 봉사는 수도 프놈펜에서 300km나 떨어진 씨엠립의 작은 두 학교에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매년 진심으로 다가온 봉사단을 기억하고 있는 캄보디아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말간 웃음을 띠며 단원들에게 달려와 인사를 건넸다. 현수막에 걸린 봉사단원의 얼굴을 기억하고 가리키거나 다시 보게 된 단원의 이름을 기억하는 아이도 있었다.

9기 캄보디아 봉사단은 이번 방문을 통해 ▲쿡찬초 멘티와의 1일 여행 ▲쿡찬초 영어 정규수업 진행 ▲영어책 읽어주기 활동 ▲전교생 학용품 후원 ▲전교생 한국 음식 급식 ▲타판초 태양열 패널 설치 ▲타판초 급식실 완공 ▲타판초 교실 및 영어도서관 정비 ▲책가방 및 신발 지원 등의 활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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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청소년봉사단은 캄보디아 쿡찬초등학교와 타판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주먹밥, 소시지 김밥 등 간단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나눠줬다. 주먹밥 등 제주청소년봉사단이 만든 음식을 보고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한 미소와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들 모습 ⓒ제주의소리

한편 해외봉사를 다녀오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다름 아닌 한국 내 일각의 시선이다. 

저명한 후원단체의 비리 사실이 연달아 논란이 되며 제주청소년봉사단과 같은 지역봉사단체들도 후원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 해외봉사라는 명목 하에 관광을 하러 다녀오는 게 아니겠냐는 식의 시선 또한 수없이 많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해외봉사자들의 안전 사고까지 더해져 국민들의 거부감이 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시선에 제주청소년봉사단은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할 일을 펼치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단원들이 안전하게 활동하고 대한민국 청소년, 제주청소년봉사단원으로 한국을 대표해 캄보디아에 왔음을 잊지 않도록 엄정한 활동 규칙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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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청소년봉사단이 캄보디아 쿡찬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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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청소년봉사단원들이 고된 하루 일정을 마친 후에도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한 놀이와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오전과 오후 3교시씩 눈코 뜰 새 없는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하루 평가와 팀별 회의가 이어진다. 문화 체험 및 관광에 쓰이는 시간은 전체 9일 일정을 통틀어 고작 4~5시간 안팎. 봉사 기간 중 휴대폰 및 전자기기 사용시는 발견 즉시 귀국 조치되며 매일 저녁 느낀 점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봉사단으로 선정되기까지도 까다로운 절차가 따른다. 연회비와 해외봉사활동 참가비, 영어면접, 봉사경험 등을 준비해야하며 단원으로 선정된 후에는 영어 수업과 한국 문화를 알려주기 위한 놀이 준비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수업 준비물인 온갖 미술도구, 사인펜, 용지는 물론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제 에코백과 선물을 캐리어에 나눠 담아야 해 옷가지도 다 챙겨가지 못한다. 매일 저녁 회의가 끝난 후 손빨래를 하고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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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에 위치한 타판초등학교에 방문하기 위해 1시간 30분 가량을 등반해 올라가고 있는 제주청소년봉사단의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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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에 위치한 타판초등학교에 방문하기 위해 1시간 30분 가량을 등반해 올라가고 있는 제주청소년봉사단의 모습. ⓒ제주의소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제주청소년봉사단의 아름다운 나눔에 공감하며 이에 동참하기 위해 2016년부터 4년째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 대회에서 모인 기부금 일부와 자체 후원금을 보내오고 있다.

후원금은 캄보디아 씨엠립 인근의 쿡찬초등학교와 산골학교인 타판초등학교로 전달돼 △영어도서관 준공 △급실식 준공 △영어책 기부 △사서 임금 지원 △영어 수업 지원 △학용품 및 중고자전거 기부 △놀이기구 설치 등에 쓰여 왔다. 두 학교 모두 교육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이다. 

올해 [제주의소리] 후원금은 ▲영어 도서 1200권 구입 ▲쿡찬초 학교 울타리 ▲쿡찬초 전교생 학용품 및 수업 도구 구입 ▲타판초 태양열 패널 설치 ▲타판초 홍수 피해 복구 ▲타판초 도서관 매트, 책꽂이, 의자 구입 등에 소중하게 쓰였다.

고정숙 제주청소년봉사단장은 “[제주의소리]의 후원으로 올해 제주청소년봉사단 9기 활동도 순항할 수 있었다. 쿡찬초등학교와 타판초등학교의 학생들 안전 및 교육 환경에 보탬을 줄 수 있어 기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 캄보디아=최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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