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 한축 ‘외국인노동자’ 양지로 이끌어야” 제도 마련 절실
“제주경제 한축 ‘외국인노동자’ 양지로 이끌어야” 제도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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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음지의 이웃, 외국인노동자](3) 인력난 현장서 외국인 고용 합법화 방안 필요...언어-인권교육 시급
제주사회의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약 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은 낮은 임금을 받고 내국인 노동자들이 회피하는 힘들고 위험한 현장에서 땀을 흘린다. 우리사회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수많은 중소기업, 자영업, 농축산어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이 크게 흔들릴 정도다. 합법적 이주노동자들은 물론 불법체류 신분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내몰려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저성장·저출산 시대에 맞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생존을 위해 노동하는 모든 인간은 보편적 인권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이는 그들이 차별적 대우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에 기여한 노동의 대가로 획득한 권리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설명절을 맞아 외국인이주노동자 실태를 세차례에 걸쳐 심층 조명해봤다. [편집자 글]  
제주지역 경제의 한 축이 된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미 제주경제의 한 축이 된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무엇보다 인식 개선이 우선이다. 제주지역 '외국인 이주노동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최우선 전제 조건이다. 전문가들은 도민사회의 인식 개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지역경제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주노동자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제주에서는 이주노동자 이슈에 대해 터놓고 공론화하지 못했다.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이주노동자들이 제주사회 곳곳에 자리잡기 시작했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주노동자는 2019년 6월 기준 미등록 노동자를 포함해 2만9225명에 이르게 됐다. 다만 이들 중 상당수가 음지에 있다. 

섬이라는 특성을 지닌 제주는 산업 구조가 상당히 열악하다. 주로 2차산업 종사자가 몰려있는 육지부와 달리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는 대부분 1차·3차산업 현장에 분포돼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고 꺼려하는 일자리를 빠르게 메웠다.

임금을 훨씬 낮게 줘도 되기 때문에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한다는 소리도 이젠 옛말이 됐다. 취업비자를 발급받고 오는 합법적 이주노동자는 내국인과 임금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역시 과거보다 임금이 상당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차별적 대우를 견뎌내는 경우도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종종 고용주의 여건상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외국인노동자도 기피할 만큼 고된 3D 현장의 경우 웃돈을 얹어가면서까지 인력을 '모셔가야 하는' 형국이다.

이는 외국인노동자가 이미 지역 경제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물론 일선 현장에서도 "외국인노동자가 없으면 지역경제가 무너진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의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전혀 타당하지 않은 지적은 아니다. 실제 일부 농촌지역에서는 미등록 외국인의 숫자가 너무 늘어서 노동 생존권이 위협받고있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농번기에 감귤, 무, 당근, 마늘 등을 수확하던 일손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외국인들로 대체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등록 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노동자 문제를 더욱 양지에서 다뤄야 한다는 조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명확한 일자리 수요 예측을 통한 인력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의 의뢰를 받아 '출입국관리법 위반 거주 외국인 실태조사' 연구를 수행한 한국고용복지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내국인근로자와 외국인근로자 비율, 잠재적 근로자 군 등을 분석한 결과 제주지역내 인력부족분은 5780명으로 잠정집계됐다. 이중 단순노무직 일자리는 외국인 도입을 통해 4350명을 충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용역을 수행한 한국고용연구원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완전히 없애는 정책을 펴기에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 지금은 오히려 적절하게 관리하는 대책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며 "미등록 노동자의 고용 분포를 조사해 외국인 고용에 필요한 인력 수요와 공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합법적 고용 현실화 과제, "일자리 수급 예측 선행돼야"

핵심 과제는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사업주는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했다가 적발되면 1인당 벌금을 250만원씩 내야 한다. 그럼에도 고용주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단순 명료하다. 내국인은 고용하려고 해도 인력이 부족하고, 합법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절차와 제약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미등록 외국인이 적발되면 폐업 수준으로 벌금을 강제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영세 사업주의 환경을 고려했을때 그처럼 단순 밀어붙이기 식으로 시행하기엔 대안이 아니다. 

당장 농업·어업·축산업 등 1차산업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고, 이미 미등록 노동자가 시장을 잠식한 건설업 현장 역시 극심한 피해가 예상된다. 음식점 등 서비스 분야에도 합법외국인과 미등록외국인이 섞여 서빙이나 설거지를 하고, 때에 따라 해당 국가 관광객과의 통역을 맡기도 한다. 이미 일정 수요를 외국인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

타 지역과 달리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는 미등록 외국인 관리도 한결 수월하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필요로하는 일자리의 수요를 예측한 후, 음성적으로 뿌리내린 미등록 노동자들을 양성화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결론에 힘이 실린다.

현행 '고용허가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현 제도는 고용주가 정부에 노동자를 신청하면 정부에서 외국인을 선별해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직접 탐색하는 기회를 갖거나 별개의 채널을 통해 일자리 매칭을 돕는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주지역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비자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정 전문직 종사자에게 발급되는 E-7 비자와 단순 업무가 가능한 비전문취업 비자 E-9의 중간쯤 위치한 비자의 필요성이다. 실제 관광통역원으로 E-7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가 음식점에서 서빙을 하는 등 체류자격 기준이 퇴색되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개선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계절근로자 제도는 외국인노동자가 우리나라에서 최소 75일 이상, 최대 90일 이하 기간 동안 일하고 출국하는 제도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 농번기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품목은 파종 또는 수확의 기간이 3개월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어 작목에 따라 기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의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출입국·외국인청이 실시하는 '자진출국 사전신고'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보여줬다. 오는 6월 30일까지 자진 출국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범칙금과 입국금지를 면제하고, 체류기간 90일의 단기방문(C-3) 비자를 발급받아 다시 입국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게 골자다. 제대로 안착된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를 줄일 수 있고, 농가의 부담도 덜어낼 수 있는 방안이다.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김상훈 사무국장은 "제주사회, 제주산업 전반에서 미등록 노동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전반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상훈 사무국장은 "이런 분위기는 산업현장만이 아니라 주무부처인 출입국외국인청이나 제주도정 역시 미등록 노동자를 쫓아내는 정책이 아닌 융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젠 현장의 목소리를 실제 정책으로 반영하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이번 자진출국 제도 도입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노동권 등 근무환경 개선...제주도 컨트롤타워 부서 필요

현재 지역에 자리잡은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노동환경 개선 역시 시급한 과제다.

우선순위로 꼽히는 것은 한국어의 미숙으로 인한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거점형 한국어 교육공간' 마련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설문조사에서도 제주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과 제약을 '한국어 대화의 미숙'을 꼽았다.

제주에 유입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한국어 능력 수준은 상당히 미숙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노동현장에 얽매어 있어 교육기관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어 미숙으로 인해 발생되는 업무상 오류, 생산물 손실, 산업재해, 소통부재 등이 발생하고 있어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외국인노동자 교육-지원을 위한 제주도청 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외국인노동자 교육-지원을 위한 제주도청 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외국인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직업적 소명의식 교육 역시 필요하는 조언도 주목해야 한다. 고용주와 외국인노동자의 가장 큰 갈등은 임금조정 문제, 근로자의 직업적 소명의식 부족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에서 일을 원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자국보다 높은 임금수준 때문이기에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노동과정에서의 휴식, 노동 강도, 임금수준, 사회보험 가입여부 등에 대해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단순노무를 맡더라도 작업속도와 생산성 측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문화 교류를 돕기 위해 생활·거주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타 지역의 성공적인 외국인거리를 모델로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이를 통해 제주시 원도심을 중심으로 외국인거리를 조성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안도 제시되고 있다. 서울 창신동의 네팔음식거리, 동대문의 중앙아시아거리 등은 침체되던 지역 공간을 외국인들의 커뮤니티로 되살린 주요 사례다.

그러나 제주도청 조직구성에는 외국인 지원부서가 제각각 흩어져 있다. 지역의 의제를 다뤄야하는 제주도정이 외국인에 대한 지원체계를 일원화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금처럼 외국인 지원 담당하는 부서가 뿔뿔이 흩어져있는 상황에선 다양한 외국인 관련 의제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여성가족과는 다문화가족 및 거주외국인을 지원하고, 경제정책과가 외국인근로자 지원업무를 담당하며, 관광정책과가 출입국·외국인청 근무를 지원하는 식이다. 외국인선원 무단이탈 등에 대한 지침은 해양산업과, 외국인 숙박시설·음식점 이용 점검 등은 보건위생과. 외국인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 부서는 기획조정실이다. 난민신청자에 대한 업무는 자치행정과에서 맡는다. 해당 부서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주민 관련 업무는 차순위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용길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사무처장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한국어교육, 노동기본권 강화 모두 필수적으로 수행돼야 하는 과제다. 이 같은 지원 시스템을 만들려면 공공기관, 민간기관 등 제주도내에 흩어져있는 업무를 모아서 외국인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산업별로, 지역별로 지원돼야 하는 업무가 매우 다양하다. 제주도가 주도적으로 총괄할 수 있어야 내향적 국제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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