쥥이도 들 굼기, 날 굼기 싯나
쥥이도 들 굼기, 날 굼기 싯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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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의 借古述今] 155. 쥐도 들어갈 구멍, 나갈 구멍 있다

* 쥥이 : 쥐 (鼠)
* 들 : 들어갈 (入)
* 날 : 나갈 (出)
* 굼기 : 구멍 (穴)
* 싯나 : 있다

 
‘쥐’의 행태를 빌려 인간세상을 풍자한 것으로, 작게는 한 개인을, 크게는 나라와 사회 또 그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제주 사람들이 일상에서 널리 주고받던 말이다. 전국에 통용되는 것은 ‘너구리도 들 굼기, 날 굼기를 판다.’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아온 지 어느새 한 달이 다 돼 간다. 오늘(25일)은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다. 육지에 나가 각계각층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가족들이 너나없이 귀성해 텅 비었던 집이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넘쳐나리라. 얼마나 기다림으로 설렜던 설인가. 오랜만에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덕담으로 혈연의 끈끈한 정과 우애를 확인하고 더욱 도타이 하는 좋은 만남, 유의미한 기회가 되리라 굳게 믿는다.

경자년이므로 ‘쥐’에 관한 이야기 한 토막 펼치기로 한다.

경자년, 흰 쥐 띠 해다.

쥐란 동물이 어떤 녀석인가. 참 영특하고 약삭빠르다. 빼어난 분별력과 민첩함이야말로 녀석들 종(種) 특유의 DNA다.

옛적, 옥황상제가 12지신(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을 불러 누가 잘 달리나 어디 보자고 경주를 시켰다 한다. 그런데 이럴 수가 쥐가 1등을 한 게 아닌가. 호랑이, 토끼, 말, 원숭이 달리기라면 내로라하는 녀석들을 제치고 말이다. 쥐란 놈 가만 보니, 소가 미련하긴 해도 제일 근면성실해 끝까지 집중할 것을 알아 소의 등에 탄 것이 아닌가. 소를 2등 시킨 건 미안하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쥐다.

‘쥐 같다’는 말, 약고 잽싸고 똑똑하다는 얘기다. 보라, 쥐가 함부로 들락거리는가. 슬그머니 ‘子時’를 틈타 야금야금 갉아 먹는 놈이다. 한데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된다. 한 가지 녀석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할 게 있다. 사람이 먹는 100가지 약 모두 (흰)쥐가 그 실험용이라는 사실. 목숨 내놓고 희생하고 있다. 너그러이 봐 줘야한다. 기름기 자르르한 먹거리도 냉장고에 잘 간수하면 건드리지 못한다. 2020년은 ‘쥐 띠 해’이니, 제철을 만났다. 녀석들 떼 지어 와르릉거리며 세상이 쥐판이 될지 모른다.

방언으로 ‘쥥이’다. 추수 때 장만해 놓은 좁쌀이며 산디(산도, 山稻)며 고구마 할 것 없이 허술하게 놔뒀다가는 밤새 맥(멱서리), 가맹이(가마니), 푸대(포대)를 구멍 내 배터지게 먹어 제친다. 쥐 잡는다고 몽둥이 들고 지켜 섰던 일이 떠오른다. 어린 아이에게 잡힐 녀석들인가.

올해는 쥐띠 해다. 쥐들이 사방에서 날뛸 터인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나. 정초부터 단단히 맘먹어야지. 출처=오마이뉴스.
올해는 쥐띠 해다. 쥐들이 사방에서 날뛸 터인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나. 정초부터 단단히 맘먹어야지. 출처=오마이뉴스.

대저 이런 쥐에게 지혜가 없으란 법이 없다. 녀석들은 구멍 속에 숨는다. 그런데 그냥 들어가 숨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나갈 구멍을 마저 뚫어 놓는다. 절대 잊지 않고 뚫어 둔다. 유사시 도망질할 탈출구다. 한낱 조그만 미물인데 얼마나 영특한가. 

‘순자, 대략편’에 “먼저 할 일을 생각하여 일하고, 먼저 근심할 것을 생각하여 근심한다. 마땅히 비가 오기 전에 창문을 수리해 방비하고, 목이 마를 때 우물을 파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동물들도 한번 빠진 덫에는 두 번 다시 빠지지 않으려 한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게 하지 않는가. 우리는 이미 많은 수난의 역사를 겪었고,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당하기도 했다. 그 모두가 미래를 예측하거나 사전 대비책을 세우지 못하고 현실에서 당파싸움만 일삼다 당한 통한의 역사였다.

우리는 지금 또 다시 역사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번에야말로 충분한 대책을 사전에 수립하고 대비하고 있는지 국민 모두는 스스로 자문자답해야 하리라.

국가의 안보가 유지되지 못하면 집도 절도 다 소용이 없는 일이다. 우리 국민은 지금 모두가 급변하는 주변 정세 속에 국가의 안보부터 우선 고민해야 한다. 유비무환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때다.

‘쥥이도 들 굼기, 날 굼기 싯나’, 얼마나 놀라운 표현인가. 보잘것없이 업신여기는 쥐란 녀석에게도 저런 지략(智略)이 있다니, 외부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전략이라니, 또 그걸 실천하고 있다니….

올해는 쥐띠 해다. 쥐들이 사방에서 날뛸 터인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있나. 정초부터 단단히 맘먹어야지. 365일 앞을 보며 올 한 해 원 없이 뛰어야지. 올해는 쥐띠라서 우리 모두 부자 되는 해!

‘차고술금’을 정독하시는 강호제현 독자 여러분, 경자년을 맞이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김길웅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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