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관광객 예약 취소는 물론 내국인 관광 시장까지 여행심리 위축 우려

‘우한 폐렴’이라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관광 1번지 제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최대 명절 춘절 기간 제주를 찾는 중화권 관광객도 절반 가까이 줄었고, 위축심리로 인한 내국인 관광객까지 줄어들 것으로 우려돼 관광업계 등이 초긴장이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 2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절 연휴 3만명이 넘는 중화권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인은 2만7000명, 중화권 3700명 등이다.
 
3만명이 넘는 중화권 관광객이 제주를 찾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하루에 약 4000명이 입도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제주를 방문한 중화권 관광객은 총 1만664명뿐이다. 
 
날짜별로 ▲24일(총 3277명) 중국인 2688명 중화권(홍콩, 대만 등) 589명 ▲25일(3326명) 중국인 2691명 중화권 635명 ▲26일(2058명) 중국인 1813명 중화권 245명 ▲27일(2003명) 중국인 1701명 중화권 302명이다.
 
26~27일 제주 방문 중화권 관광객이 전망치에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실제 24~26일 제주와 중국을 잇는 직항 19개 노선 평균 탑승률은 56%로, 전주인 17~19일 탑승률(88.5%)보다 32.5%p 감소했다.
 
숙박업소 등 예약 취소 사례도 잇따랐다.
 
28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한 특급호텔의 경우 중화권 관광객의 100여건 200실 규모 예약이 최근 취소됐다. 제주도는 약 350여건에 3000여명 규모의 중화권 관광객이 숙박업소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월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계획했던 중국 쯔보시 축구단의 경우 전지훈련을 취소하면서 제주 숙박 등 일정 모두를 취소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발 중국으로 향할 예정인 항공기 예약 취소가 계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려에 따라 발원지인 중국 여행 자체를 취소한다는 얘기다.
 
내국인 관광객들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제주 여행을 계획했던 내국인 관광객들이 전화로 “중국인이 숙박하느냐”고 묻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한 내국인 관광객들이 중국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제주 여행마저 취소하는 등 여행 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제주시 연동 한 음식점을 비롯해 도내 몇몇 업소들이 국내·외 거주 여부 상관없이 모든 중국인 손님 입장을 거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제주 경제는 크게 휘청거릴 것으로 보인다. 관광을 중심으로 한 3차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 경제는 신종플루,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사태 때도 크게 흔들린 바 있다.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제주에 중국인이 많다는 사실로 인해 내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다. 관광업계가 흔들리면 3차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 경제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관광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가장 큰 우려는 내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는 것"이라며 "중국 등 중화권 관광객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내국인 관광객 시장까지 얼어붙으면 관광 업계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고, 사례정의도 변경해 대응을 강화했다.
 
오염지역이 해제될 때까지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건강상태질문서를 사실에 맞게 작성해 입국시 검역관에게 제출하고, 발열 등 유증상자에게는 검역조사를 실시해 의심되는 환자는 역학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즉시 격리하거나 관할지자체로 연결해 관리된다.
 
제주도는 지난 27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최상위 비상체제인 '심각' 단계로 정해 대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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