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개소 예정 한라병원 올해 3월로 연기...도내 간호학과 졸업생 55% 도외 유출

이국종 사태로 널리 알려진 권역외상센터가 제주에서도 처음 들어섰지만 간호인력 대란으로 병원측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도내 최초의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제주한라병원이 4년이 지난 올해 3월 개소를 준비 중이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다발성 손상, 과다출혈 등의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365일 24시간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 등에 나설 수 있는 외상전용 전문치료센터다.

제주에서는 2014년부터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지만 최종 승자는 한라병원이었다. 현재 전국에서 권역외상센터가 없는 곳은 제주와 경남뿐이다.

한라병원은 권역외상센터 유치에 따른 후속조치로 기존 장례식장을 허물고 건물을 신축했다.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본관 건물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보건복지부는 외상전용 중환자실과 입원병상 확충 등의 명목으로 시설·장비 구매비용 80억원을 지원했다. 외상전담 전문의 충원계획 등에 따라 매해 최대 27억원도 지원하기로 했다.

한라병원은 관련 의료 장비 설치와 전문의 확보를 끝내고 당초 지난해 8월 개소를 계획했지만 간호인력 모집에 난항을 겪으면서 개소 시점을 올해 3월로 늦췄다.

현재 계획상 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중환자실은 20병상. 중중환자 전용 병동은 40병상이다. 총 60병상을 관리할 간호 인력은 최소 60명이다. 이중 중환자실은 32명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한라병원은 중증환자를 담당하기 위해 숙련된 간호인력 확보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충원된 인원은 절반 수준이다. 다른 지역 간호사까지 수소문 하고 있지만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간호 인력난은 한라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도외 유출로 해마다 제주에서 인력난이 반복되고 있다.

도내 간호인력 양성 학교는 제주대와 한라대, 관광대 등 3곳이다. 이들 대학의 간호학과는 모두 4년제로 올해 2월 졸업 예정자는 각각 60명, 180명, 40명 등 280여명에 이른다.

해마다 제주에서만 300명 안팎의 간호사 국가고시 자격증 소지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졸업생의 55%가 취업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향하고 도내 의료기관에 취업한 인력마저 저임금과 고된 노동, 육아 등으로 일을 아예 그만두거나 경력 단절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간호인력난은 간호등급제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환자수 대비 간호사수를 나타내는 간호등급에서 제주는 1등급 의료기관이 전무하다. 제주대병원이 2등급 나머지 4개 병원은 3등급 이하에 머물고 있다.

간호등급제가 높을수록 의료수가가 높이 책정된다. 결국 수도권 대형병원이 간호사들을 대거 채용하면서 지방의료기관에서는 간호 인력이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도내 모 병원 간호국장은 “같은 국가고시 자격증을 얻어도 의료기관 마다 임금이 달라 인력 유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지속적으로 처우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방의 간호인력 부족은 제주를 포함한 전국적인 현상”이라며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정원을 초과한 간호인력에 대해서는 1인당 4000만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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