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청소년봉사단-제주의소리 ‘교육나눔’이 가져온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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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청소년봉사단이 캄보디아 쿡찬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나눔은 그 대상자만 좋은 게 아니다. 나누는 주체도 동시에 행복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혹자는 나눔을,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하는 고차원적인 행동으로 규정했는지 모른다.

대개 나눔의 대상은 어려운 이들이다. 이들에겐 궁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나눔에도 여러 종류가 있기 마련이다. 

각각의 나눔을 크기로 잰다는 게 우습지만, 그 가치로 본다면 ‘교육 나눔’을 최고로 치고 싶다. 어려움에서 벗어날 자력의 길을 터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치 물고기 대신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듯이. 

이런 점에서 지난달 [제주의소리]가 캄보디아 오지 학교에서 제주청소년봉사단과 함께 행한 교육 나눔은 자기 행복을 넘어 숭고한 것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해도 지나치지 않다. 

동행한 기자는 취재만 한 게 아니었다. 8박9일 동안 봉사단과 숙식을 함께 하며 모든 활동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오전, 오후 빡빡한 수업이 끝나면 하루 평가와 팀별 회의가 이어졌다. 매일 저녁 활동보고서를 작성해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산 중턱에 있는 오지 학교를 찾아갈 땐 가파른 산길을 1시간 30분이나 타야 했다. 항상 땀에 밴 옷과 온갖 벌레들, 야영할 때의 쌀쌀함, 단절된 통신 등은 개인의 의지를 시험하기 충분했다. 캄보디아로 향하기 전 준비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떠날 땐 소정의 후원금을 지참했다. 영어도서·학용품·의자·수업도구 구입, 학교 울타리·태양열 패널 설치, 홍수 피해 복구 등에 쓰일 돈이었다. 후원금은 [제주의소리]가 매년 개최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를 통해 조성한 기부금의 일부였다. 그러고보니 나눔의 홀씨를 퍼뜨리는 ‘기부 마라톤’ 참여자들이 캄보디아까지 온정의 손길을 뻗친 셈이다. 

후원금은 2016년부터 보냈으니 이번이 4번째다. 특히 이번에는 달랑(?) 후원금만 전한 게 아니라 기자가 직접 현지에서 팔을 걷어부쳤으니 의미가 남달랐다. 2017년에는 [제주의소리]와 제주청소년봉사단이 현지 초등학교에 영어도서관을 세우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제주청소년봉사단은 2011년부터 캄보디아에서 교육봉사, 도서지원, 교육 후원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그 매개는 시골 학교였다. 

봉사단이 학교를 선택한 것은 ‘배움’에 주목했기 때문이리라. 그곳의 어린이들이 당당한 지구촌의 동반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은 결국 배움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터.

알려진 바와 같이 캄보디아의 문맹률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UN 개발프로그램 인간개발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15세 이상 문맹률은 26.1%에 달한다. 

여기에는 아픈 역사가 서려있다. 20세기 지구 최악의 만행으로 불리는 킬링필드를 통해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여만명이 살해됐다. 노동자와 농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된 이 학살은 지식인, 교육자, 전문직 종사자가 주요 타깃이었다. 당시 트라우마가 지금까지 남아 가난한 이들이 교육받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시절이 있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55년 대한민국의 문맹률은 22.3%였다. 그중에서도 제주도는 높은 편에 속했다. 특히 당시 제주도의 여성 문맹률은 42.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랬던 게 1960년대 중반까지 문맹 퇴치 교육이 이뤄지면서 문맹률은 급전직하했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9년째 계속된 헌신적인 교육 나눔 활동으로 캄보디아 아이들은 서서히 변해갔다. 가난 때문에 생업이 급한 아이들이 점차 학교를 ‘재밌는 곳, 가고 싶은 곳’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현지 초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의 부모들도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면서 “일찍 결혼한 학생을 제외하면 정규 과정을 수료하고 진학하는 학생의 비율이 100%에 달했다”고 봉사단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다른 초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이)1년, 또 1년이 지날수록 다른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새로운 영감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봉사단에게도 ‘소(?)확행’이 아닐 수 없다. [제주의소리]도 지금의 보람과 감동을 계속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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