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2주년 기획] 4.3피해 회복탄력성 (8) 결론과 제언

제주4.3은 현재 진행형인가? 아니면 70여년이 지난 이미 끝난 일인가? 최근 법원의 군법회의 공소기각 판결을 보더라도 4.3이란 족쇄를 풀지 못한 억울한 시민들이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긴 시간이 흐르면서 4.3을 겪은 피해자들의 마음은 어느 정도 나아졌을까. 전 국무총리소속 4.3위원회 전문위원 김종민은 최근 제주학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4.3피해자 회복탄력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4.3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내적 회복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제주의소리]는 4.3 72주년을 맞아 김종민 전 전문위원의 연구를 1월6일부터 매주 월요일, 목요일 총 8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Ⅳ. 결론과 제언

1. 결론

그동안 제주4.3 관련 연구는 피해사실의 진상규명에 주목하여 거시적인 관점에서 진행되어왔다. 연구의 방향을 돌려서 피해자의 삶의 경로를 통해 제주4.3 피해가 4.3피해자의 일상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미시적인 접근 역시 중요하다. 이와 같은 연구의 시각에서 회복탄력성이란 개념을 도입하고, 결정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다변적 상호작용 관점에 주목하며 조사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4.3피해자는 ‘공산주의자’로 지목되었고, 사회제도인 연좌제를 통해 취업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제약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이 4.3피해자의 회복탄력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이런 관점에 주목하며, 분석의 기준점을 민주화운동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였다. 본 연구는 4.3피해자의 일상 사회생활, 연좌제 등 사회제도, 그리고 공동체의 변화가 피해자 개인의 회복탄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민주화운동을 기준으로 구분하였다.

그 결과 첫째로 민주화운동 이전은 사회 환경(정치, 경제, 법, 문화)이 직접 개인의 행위를 강제하는 시기로서, 이 시기에 회복탄력의 요인은 ‘가정 경제’에 있었다.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은 경제였고, 공공기관의 취업이 제한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직업은 ‘농업’이었다. 처음에는 수익이 낮은 잡곡 농사를 지으며 절대 빈곤 상태에 놓였지만, 60~70년대부터 감귤농사를 시작하면서 고수익을 얻게 되자 경제적으로 안정되었고 경제적 안정은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졌다. 또한 4.3피해자들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능동적으로 경제 활동에 나서거나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가정 경제의 안정을 이루어 회복탄력을 진행하였다.

둘째, 1987년 시작된 민주화운동은 시민 역량을 강화시켰고, 공동체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4.3피해자의 회복탄력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민주화운동 이전에는 4.3 문제에 대해 말할 수조차 없었지만, 민주화운동의 분위기가 확산되자 4.3문제에 능동적이며 의식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민주화운동 이전 4.3피해자는 타인과의 대화 도중 ‘폭도 새끼’, ‘애비 없는 자식’이란 멸시를 받았고 이로 인해 많은 심적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이후 점차 지역사회의 대화 분위기가 변화하기 시작해 이젠 그런 모멸적 표현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민주화운동은 4.3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주었고 심적인 아픔의 치료에도 한 몫을 했다.

셋째, 민주화운동 이후 나타난 다양한 사회제도들이 4.3피해자들의 회복탄력에 큰 영향을 주었다. 즉, 제주4.3추념일 제정, 제주4.3평화공원 조성 및 평화재단 설립 등이 4.3피해자들의 회복탄력에 도움을 주었다. 또한 4.3피해자들은 위령제참석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위로를 받고 있다.

넷째, 제주4.3특별법의 제정과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는 4.3피해자들의 회복탄력에 가장 큰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사회 환경의 변화 특히 정치의 변화는 4.3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정치의 변화는 공동체의식과 사회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주고 이를 통해 개인의 회복탄력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사회 환경은 개인의 회복탄력성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변화가 개인의 회복탄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증언도 존재한다. 이는 4.3피해자의 아픈 경험이 정치에 대한 불신감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끝으로, 4.3피해자는 4.3특별법 개정을 현재 제주사회에서 풀어야할 숙제로 지적했다. 4.3특별법 개정으로 피해 배상은 물론, 군법회의 무효화를 통해 ‘전과자 낙인’이 지워지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4.3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함을 지적했다.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남겨두어야 하고 후세대에 대한 4.3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4.3피해자의 생애주기별 경험을 통해 회복탄력의 과정과 정도를 밝히기 위해 다변적 상호작용 관점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결과적으로 사회 환경이 직접 개인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 환경이 공동체의식과 사회제도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다시 개인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다변적 상호작용 관점으로 4.3피해자의 생애주기별 회복탄력성을 연구하였지만, 연구기간과 질적 연구의 한계로 인하여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후속과제로 남는다. 이는 다음의 연구를 위한 시발점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4.3이 주는 역사의 교훈을 거울삼아 사회 각 분야에서 평화와 인권 의식 신장,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문화 확산, 통일교육, 평화교육, 민주시민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논의의 장이 확대되어야 한다. 사진은 2018년 4.3 70주년 광화문 행사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4.3이 주는 역사의 교훈을 거울삼아 사회 각 분야에서 평화와 인권 의식 신장,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문화 확산, 통일교육, 평화교육, 민주시민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논의의 장이 확대되어야 한다. 사진은 2018년 4.3 70주년 광화문 행사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 제언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4.3피해자들의 회복탄력성을 촉진하기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사회 분위기가 민주화됨에 따라 4.3진상규명운동이 활기를 띠면서 공동체 의식과 제도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를 통해 4.3피해자의 회복탄력성이 향상되었다. 따라서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해서는 정치.사회의 민주화가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민주화운동 이후 4.3피해자의 회복탄력성에 관한 주요 변수는 공동체 의식의 변화였다. 언론의 4.3관련 보도, 4.3연구소 발족, 4.3유족회 출범, 그리고 문화예술단체의 4.3행사가 활성화되면서 4.3진상규명에 관한 시민사회의 공감대가 확산되었다. 앞으로도 시민사회의 변화와 4.3이해의 세대전승을 위한 장기적인 교육체계 및 시민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민주화운동 이후 정치.사회적인 일련의 변화가 4.3피해자의 회복탄력성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였지만 현 시점에서 4.3피해자의 회복탄력성을 보호하고 촉진하기 위해서는 4.3의 현안과제인 군법회의 무효화, 배상 등의 내용을 담은 4.3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끝으로 4.3이 주는 역사의 교훈을 거울삼아 사회 각 분야에서 평화와 인권 의식 신장,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문화 확산, 통일교육, 평화교육, 민주시민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논의의 장이 확대되어야 한다. [끝]

# 김종민은?

김종민(59)은 4.3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일간지 기자 4.3취재반 13년, 국무총리 소속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 13년, 그리고 지금까지 30여년간 오로지 4.3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제민일보 ‘4.3은 말한다’ 취재보도, 정부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4.3평화기념관 전시 설명문 작성, 희생자·유족 인정, 일부 희생자를 제외시키라는 극우보수단체와의 숱한 송사를 맡아 승리로 이끌었다. 지금은 낮엔 농사를 짓고 밤엔 글을 쓰고 있다. 기자시절 무려 7000여명의 4.3유족들로부터 증언을 채록한 역사학도(고려대 사학과 졸업)로서의 집요함을 보였다. 이 방대한 증언은 4.3의 진실을 밝히는데 단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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