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시 洞지역 이전 필요성 검토...제주고 부지 등 유력 입지

제주시 도심권 고등학교 분포 현황.
제주시 도심권 고등학교 분포 현황.

정부의 외고·자사고·국제고 방침과 맞물려 제주도교육청이 '고교 재배치'에 대한 신호탄을 쏘면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그간 명분을 찾지 못했던 고교 재배치의 적기를 맞았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다음달 중 국무회의 인준만을 남겨놓고 있다. 해당 시행령은 고교 서열화 해소를 목적으로 외고·자사고·국제고 운영근거를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주의 경우 한 차례 일반고 전환이 무산됐던 제주시 애월읍 소재 '제주외국어고등학교'가 직격탄을 맞았다.

일반고로 전환되면 제주외고는 기존의 학생 선발 권한이 없어지고, 학생 선택에 따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무상교육도 전면 시행되는 등 사실상의 고교 평준화가 이뤄지게 된다.

이에 제주도교육청은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모형모델을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의 공으로 넘겼다. 2025년까지 일반고 전환이 강제되는 상황에서 교육당국은 일단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였다. 이석문 교육감으로서는 2015년 제주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다가 학교 구성원의 강한 반발을 샀던 전례를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 정책에 따라 반강제적으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이전부터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돼왔던 '고교 재배치'의 기회를 맞았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현재 거론되는 전환 모형은 제주외고를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과 현재의 자리에서 읍면지역 비평준화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 등 두 가지다.

그간 제주시의 도시규모는 급격하게 팽창했지만, 동(洞)지역 내 고교 중 2000년대 이후 신설된 학교는 없었다. 가장 최근에 개교한 일반고를 찾기 위해서는 1986년 남녕고, 1984년 사대부고·대기고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그러는 와중에 2000년대 들어 일명 신제주권으로 불리는 연동·노형동 지구를 비롯해 아라⋅영평동, 삼화지구의 인구수는 크게 증가했다. 

해당 지역에 탐라⋅아라⋅한라⋅오름⋅노형중학교 등이 신설됐고, 최근에는 외도동 일대 학생 수용을 위한 서부중학교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고교생 수요해결은 해묵은 숙제다. 신제주권 고교 유치 의제가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 메뉴로 등장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제주외국어고등학교 전경.
제주외국어고등학교 전경.

교육당국 역시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명분은 찾지 못했다. 우선 이전에 비해 학교 신설의 벽이 너무나 높아졌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학교 신설을 최대한 배제시키고 있다.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는 것도 요원하다.

도교육청은 결국 대안은 '재배치'라고 판단해 제주여중·고의 공립 전환을 모색하며 신제주권으로 이전시킨다는 그림까지 그려봤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되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유형이 주목받고 있다. 2025년 이전에 어떻게든 결과가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동지역 일반고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벌써부터 대략적인 입지까지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1월20일 관련 브리핑을 통해 "동지역으로 이전했을 시 개교를 위한 시설을 비롯해 나름의 로드맵을 생각하고 있는데, 가능하면 노형-신제주권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며 "개인에게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부중학교와는 달리 고교 신설은 기존의 국공유지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기가 촉박한 만큼 사유지 매입을 두고 줄다리기를 할 물리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신제주권의 국공유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국공유지 후보지가 많은 것은 아니다. 노형동 미리내공원 인근 또는 제주고등학교 부지 등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특히 제주고의 경우 약 300만㎡에 이르는 넓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이미 학교 용도 부지로 사용되는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가장 덜하다.

도교육청은 비평준화 지역에서의 일반고 전환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100명 정원의 기숙사를 갖춘 현 제주외고 시설에서 외국어특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존의 외고가 지닌 메리트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동지역으로 편입된다 하더라도 기존에 일부 정치권이 주창했던 '여고' 설립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교육부의 지침상 단설 남고·여고 승인 사례는 드물다. 기존의 제주외고 역시 남녀공학으로 운영돼 왔던 터여서 남녀공학은 고스란히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제주외고 전환 모델을 정하는 교육공론화위원회 회의는 오는 7일 열릴 예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백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 있다. 어떤 결론이 나든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최대한 수렴해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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