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사라지는 도시공원 / 윤용택

올해 6월말이면 제주지역 상당수 도시공원이 사라질 위기를 맞는다. 도시공원은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 휴양 및 정서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지정된 도시기반시설이다. 그리고 도시공원의 숲은 여름에 기온을 낮춰주고, 미세먼지를 제거하며, 깨끗한 산소를 제공해주는 공공재이다. 개발이 본격화되던 1970년대 대부분의 도시들은 공공성이 높은 토지를 공원용지로 지정했다. 하지만 도시공원 부지 가운데 사유지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토지소유자들은 재산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1999년 헌법재판소는 사유지에 공원, 학교, 도로 등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엄연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에 맞춰서 2000년 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부칙에서 20년간 원래 목적대로 개발되지 않는 도시공원을 2020년 7월 1일을 기해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한다는 규정을 담았다.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이다. 장기간 공원조성 사업에 착수하지 못한 부지를 공원용도에서 자동 해제토록 한 제도이다. 국토부 지침에 따르면, 도시공원에 해제되는 울창한 임야는 가급적 보전녹지지역으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보전녹지지역 내의 임야는 다른 용도로 변경하기 어렵다. 하지만 도시공원에 해제되면 토지주들은 매년 토지보유세를 내야하고, 시민들은 토지주의 양해 없이는 평소 이용하던 산책로라도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그곳을 도시공원으로 계속 이용하려면 토지주에게 보상해주거나 땅을 매입해야 한다.

제주도에는 244곳 991만㎡의 도시공원이 있다. 이 가운데 장기간 공원조성사업에 착수하지 못한 곳은 한라수목원이 있는 남조봉공원을 비롯하여, 오등봉, 사라봉, 중부, 동부, 용담, 명월, 동복공원, 삼매봉, 월라봉, 엉또, 강창학공원 등 39곳 679만㎡이다. 당장 올해 7월부터 30곳이 도시공원에서 자동 해제되고, 2021년 8월에 7곳, 2022년 4월에 나머지 2곳이 해제되는데, 여기에 포함된 사유지는 총 446만㎡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25년까지 지방채 등 8,912억 원을 투자하여 미집행 도시공원 36곳의 사유지를 매입하고, 나머지 동부공원(화북이동 일대), 오등봉공원(제주연구원~한라도서관~연북로 일대), 중부공원(국립제주박물관~연삼로 일대)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사유지 매입을 포기한다고 한다. 제주도정은 20여년의 유예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더구나 제주도정은 제주시 ‘동부공원’의 경우 국가공기업인 LH공사에서 인근 토지를 추가로 매입하여 총 32만㎡의 부지에 1784세대 주택을 공급할 주택지로 전환하려 하고 있고,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을 민간특례사업으로 민간업체에 맡겨 개발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도시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 휴양 및 정서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지정한 도시공원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에 따라 민간공원추진자가 면적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하여 기부채납하고, 남은 부지에 개발권한을 부여해 이익을 얻도록 하는 방식이다. 제주시 오등봉공원의 경우, 민간특례사업으로 H컨소시엄에서 사업비 8,262억원을 들여 비공원 9만㎡ 부지에 아파트 1630세대를 짓고 43만㎡ 공원을 조성하고, 중부공원의 경우 J컨소시엄에서 사업비 3722억원을 들여 비공원 4만㎡ 부지에 아파트 796세대를 짓고 16만㎡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처럼 시민들의 안식처 역할을 해야 할 녹지공간을 주택지로 개발하는 대단히 우려되는 계획이다.

오등봉공원 전체 조감도. ⓒ제주의소리
오등봉공원 전체 조감도. ⓒ제주의소리
중부공원 전체 조감도. ⓒ제주의소리
중부공원 전체 조감도.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인구와 관광객이 급증하였지만 2016년을 정점으로 그 추세가 점차 누그러지고 있다. 주민등록상 인구는 2016년에는 66만명, 2019년에는 69만명에 이르렀지만, 2019년 12월에는 유입인구보다 유출인구가 더 많았는데, 이는 8년 만에 처음이다. 이주 열풍이 시들해지면서 집값과 땅값도 하락하고 있는데도, 제주도정은 2025년 상주인구를 75만명으로 잡으면서 개발정책을 펴고 있다. 관광객 역시 2016년에 1,585만명으로 정점을 이룬 후 2019년 1,528만명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 때 제주도가 제2의 하와이를 꿈꾼 적이 있지만, 지금은 하와이보다 거의 2배의 관광객을 받아들이고 있다. 

여전히 관광업계에서는 관광객이 더 많이 들어와야 하고, 건설업체에서는 개발을 해서 건설경기가 좋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공간이 제한된 섬이라는 고려해야 한다. 적정 수용력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할 때 더이상 양적 팽창은 제주를 나락의 길로 몰고 가는 것이다. 제주도민은 그동안 인구가 늘어나고 관광객이 더 많이 오면 더 잘살게 될 거라 믿어왔는데, 요 몇 년 사이에 심각한 쓰레기대란, 오폐수대란, 교통대란, 부동산폭등을 겪으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학습하고 있다. 개발도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야 한다. 제주도의 수용력을 감안할 때, 더 많이 개발해서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고, 더 많은 인구를 유입할 경우에, 도민들의 삶의 질은 지금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이다. 

도내 주택보급률이 2018년 기준으로 107%이고, 미분양주택이 2019년 말 기준으로 1,072호에 이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나라 인구 자연증가율이 0%대이고, 제주도 역시 인구감소 위기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저임금 외국노동자가 많이 들어오면서 일용직 일자리마저 구하기가 쉽지 않고, 제주도를 동경하여 들어왔던 이주민들이 제주살이가 힘들어져서 떠나게 되면서면서 폭등하던 부동산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더 많은 관광객이 들어와야 유지되는 우리의 산업과 관광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윤용택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올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도시공원 일몰제를 계기로 제주도정이 제주시의 동부공원, 오등봉공원, 중부공원 등에 주택개발을 하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시책이다. 제주도민들은 지금도 겨울과 봄에는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여름에는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제주도정은 시민의 안식처가 될 도시공원의 녹지공간들을 개발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열대야를 식혀주는 시민들의 녹지공간을 축소시키고, 쓰레기대란, 오폐수대란, 교통대란을 가중시키는 도시공원의 주택개발을 재고해야 한다. 이참에 제주특별자치도는 그동안 도시공원으로 지정만 해놓고 장기간 방치했던 공원들을 도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명실상부한 도시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 윤용택 제주대교수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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