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예술칼럼, Peace Art Column](1) 되찾은 초록 들판과 푸른빛 바다 / 토미야마 카즈미

제주도는 평화의 섬입니다. 항쟁과 학살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4.3이 그렇듯이 비극적 전쟁을 겪은 오키나와, 2·28 이래 40년간 독재체제를 겪어온 타이완도 예술을 통해 평화를 갈구하는 ‘평화예술’이 역사와 함께 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세 나라 세 섬의 예술가들이 연대해 평화예술운동을 벌이고 있어 이에 대한 창작과 비평, 이론과 실천의 공진화(共進化)도 매우 중요합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세 섬 예술가들의 활동을 ‘평화예술칼럼(Peace Art Column)’을 통해 매주 소개합니다. 필자로 국외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어 일어, 영어 번역 원고도 동시 게재합니다.  [편집자 글]  

오키나와는 일본 열도의 남서쪽에 있으며, 대만 방향의 해상에 줄지어 떠있는 16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은 47개이다. 오키나와의 중심 도시 나하에서 제주시까지의 거리는 약 810㎞, 타이페이까지 620km. 제주시에서 타이페이까지 1,050km. 부등변 삼각형을 그리는 이 3개의 섬들이 ‘평화예술’의 거점이 되어, 동아시아에 새로운 비전을 일으키는 꿈틀거림이 시작된 것은 2018년이었다. 그 해 6월 제주의 미술가들이 미군기지의 섬 오키나와에서 개최된 평화예술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교류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018년 11월에 제주와 오키나와의 미술가들은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교류전을 개최했다. 그 전시의 개회식에 맞추어, 두 섬의 참가자들과 타이완의 예술인들이 참여한 위원회를 조직해,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PAP, East Asia Peace Art Project)의 취지문을 발표했다. 그 1년 뒤인 2019년 12월 18일, 첫 번째 EAPAP로 <섬의 노래> 전시를 개최하여 2020년 1월 31일에 전시를 마쳤다. 세 섬뿐만이 아니라 한반도와 일본 본도, 베트남, 홍콩 등에서도 참가한 <EAPAP 2019>는 참여 작가가 총 86명에 달하는 대규모 국제 전시회였다. EAPAP 조직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가해 온 나는,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은 전개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산파 역할을 한 사람들은 제주 미술가 박경훈, 민중미술의 카리스마 홍성담, 그리고 전 제주도립미술관장 김준기 등이다. 이들은 미술인으로서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동행하며 민중의 승리를 목도해 왔기에, 사회에서 예술의 힘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나는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던 류큐(오키나와의 옛 이름), 타이완, 조선이 공유하는 역사의 아픔에 마음을 쏟는 사람이다. 그리고 1945년 광복 이후 (오키나와만은 해방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미일 군사전략의 질곡 아래에서 평화와 상생을 위협 받는 동아시아의 일상에 강한 위화감을 갖고 있다. 나는 이렇듯 냉엄한 현실 때문에 미술인들도 국경을 초월해 연대하고 권력에 짓밟히는 사람들(minority)이 평화에 대한 희망을 끊는 일이 없도록 더욱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는 EAPAP의 이념에 공감한다.

ⓒ제주의소리
<EAPAP 2019 : 섬의 노래>에 출품한 박영균의 영상 작품 <헤노코-대추리> 캡처 이미지. 왼쪽은 풍요로운 농지가 군사기지로 변해가는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오른쪽은 아름다운 산호 바다에 들어선 오키나와 헤노코 미군기지를 표현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제주의소리

그러나 오키나와의 미술계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사회적 불화에 미술이 개입하는 것을 지나치게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미술이 정치적 선전물로 타락해서는 안된다는 그럴듯한 명제가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눈앞에 있는데도 그것을 금기시하는 미술가의 태도야말로 억압을 뒷받침하는 선전물이 아닌가. 미술가들은 상호 감시적인 자기 검열에 묶여 있다. 오키나와의 ‘평화미술가’ 중에도 한국 작가의 표현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며 머뭇거리는 사람도 있다. 이는 ‘아베’스러운(「安倍」的な) 일본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미술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치적 사회적 불화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응시하면서 ‘숭고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그 예로서 <EAPAP 2019 : 섬의 노래>에 출품한 박영균의 영상 작품 <헤노코-대추리>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07년, 현재의 캠프험프리스 미군기지의 확장 때문에 많은 농민들이 오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평택의 대추리. 그리고 2020년 현재,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산호를 메우고 바다를 죽이면서 새로운 미군기지 건설을 진행하고 있는 오키나와의 헤노코. 그는 아이패드(ipad)를 이용해서 과거 대추리의 풍부한 농지와 오키나와 헤노코의 빛나는 바다를 거칠게 스케치하여, 소박한 터치의 컬러풀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철망이 둘러쳐져가는 대추리 땅은 이제 헤노코 바다와 오버랩되고, 어느새 그 바다에도 매립구역 울타리가 나타나며 투입된 토사가 쌓여 바다 색깔을 갈색으로 바꾼다.

토미야마 카즈미 씨 ⓒ제주의소리
토미야마 카즈미 문화평론가 ⓒ제주의소리

 

풍요로운 생산지가 군사기지로 바뀌어 가는 비애는 박영균 자신이 대추리평화예술마을 운동에 깊이 관여하면서 맛본 것이다. 오키나와 헤노코의 해안에 선 박영균은 과거의 비애와 더불어, 20년 이상 이 기지 건설과 싸우고 있는 오키나와의 민중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을 것이다. 이 영상의 끝부분에서는, 마치 필름을 거꾸로 돌리듯이, 기지에 빼앗긴 농지와 바다가 초록의 들판과 푸른빛을 되찾는다. 비애와 희망이 뒤섞인 이 영상의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오키나와의 민요는 제주4.3기념관 전시장에 완만하게 울렸다. 힘없는 자의 비애와 희망의 목소리는 '섬의 노래'라는 새로운 곡조를 만들었고, <EAPAP 2019>의 백미(白眉)인 이 작품으로 결실을 맺는 것이다. 

토미야마 카즈미(豊見山和美 TOMIYAMA Kazumi) 씨는 도쿄 소재 추오대학교와 류큐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영국 런던대학교 아카이브연구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이후 오키나와현립공문서관의 아키비스트로 일하면서, 오키나와 전후사를 중심으로 문화평론을 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 (EAPAP, East Asia Peace Art Project)로 지난해 12월18일 첫 전시 '섬의 노래'가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렸다. 한국(제주), 오키나와, 타아페이 등 세개나라 세계섬 작가들이 전시에 참가했다.  ⓒ제주의소리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 (EAPAP, East Asia Peace Art Project)로 지난해 12월18일 첫 전시 '섬의 노래'가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렸다. 한국(제주), 오키나와, 타아페이 등 세개나라 세계섬 작가들이 전시에 참가했다. ⓒ제주의소리

 


島唄―権力なき者の悲哀と希望をのせて

豊見山和美

沖縄は、日本列島の南西にあり、台湾への海上に連なって浮かぶ160の島々から成る。そのうち人が住んでいるのは47だ。沖縄の中心都市・那覇から済州市までの距離は約810㎞、台北まで620km。済州市から台北まで1,050km。不等辺三角形を描くこの3つの島々が「平和美術」の拠点となり、東アジアに新しいビジョンをもたらそうという蠢きが始まったのは、2018年のことだった。同年6月、済州の美術家たちが、米軍基地の島・沖縄で開催されてきた平和美術プロジェクトを訪問し、交流を呼びかけたのである。

2018年11月、早くも、済州と沖縄の美術家たちは済州の4.3平和記念館で交流美術展を開催した。その開会式に合わせて、両島および台湾の賛同者が加わった委員会を組織し、「東アジア平和美術プロジェクト:East Asia Peace Art Project: EAPAP」の趣意書が発表された。その1年後である2019年12月、4.3平和記念館で第一回EAPAP展『島唄』を開催し、1月31日をもって会期が終了したところだ。EAPAP展は、3島だけでなく、韓半島、さらには日本本土、ベトナムや香港からも参加があり、作家の数が総勢86という大規模な国際展となった。EAPAP委員の一人として参画してきた私は、まるでジェット・コースターのような展開にただ感嘆するばかりだった。

このダイナモになっているのは、前・済州道立美術館長の金俊起、済州の美術家朴京勳、そして民衆美術のカリスマ・洪成潭だ。彼らは、美術家として韓国の民主化運動に同行し、民衆の勝利を目撃してきたがゆえに、社会における芸術の力に確固たる信念を持つ。私自身は、大日本帝国の植民地となった琉球(沖縄の古名)、台湾、朝鮮が共有する歴史の痛みに心を寄せる人間だ。そして1945年の光復後も(沖縄だけは解放されなかったが)、いまだに日米の軍事戦略の桎梏の下で、平和と共存を脅かされる東アジアの日常に、強い違和感を抱いている。そんな厳しい現実だからこそ、美術家も国境を越えて連帯し、権力に踏みしだかれる人々:minorityが、平和への希望を絶やすことにないように寄り添わねばならないというEAPAPの理念に私は共感する。

しかし、沖縄の美術界は日本のそれと同様、政治的社会的不和に美術がコミットすることを過剰に忌避する傾向がある。美術は政治的プロパガンダに堕すべきではないという、もっともらしい命題が流通している。しかし、人々の自由を抑圧する政治的社会的問題が目の前にあるのに、それをタブー視する美術家の態度こそが、抑圧を下支えするプロパガンダではないか。美術家たちは相互監視的な自己検閲に縛られており、沖縄の「平和美術家」の中にも、韓国作家の表現が「政治的」だとたじろぐ者もいた。これは「安倍」的な日本軍国主義復活の動きと無関係ではないだろう。

美術家に求められるのは、政治的社会的不和を忌避するのでなく、それを見据えながらも崇高な作品を生み出すことではないだろうか。その例として、EAPAP「島唄」展に出品された、朴永均の映像作品「沖縄・大秋里」を挙げたい。2000年代、現在のキャンプ・ハンフリーズ米軍基地の拡張のために、多くの農民が先祖伝来の地を追われた平沢・大秋里。そして2020年現在、圧倒的に美しい珊瑚を埋め立て、海を殺しながら新たな米軍基地建設の進む沖縄・辺野古。朴は、かつての大秋里の豊かな農地と、沖縄辺野古の輝く海のラフスケッチを、ipadを用いて素朴なタッチのカラフルなアニメーションに仕上げた。金網が張り巡らされていく大秋里の土地はやがて辺野古の海とオーバーラップし、その海にもいつしか埋立区域の囲いが現れ、投入された土砂が堆積して海の色を茶色に変える。

豊饒な生産の場所が軍事基地に代わっていく悲哀は、朴自身が大秋里での平和芸術村運動に深く関わるなかで味わったものだ。沖縄辺野古の海岸に立った朴は、かつての悲哀を想起しつつ、20年以上もこの基地建設と闘ってきた沖縄の民衆への共感を確認したのだと、私は想像する。この映像の終盤、基地に奪われたはずの農地と海が、フィルムを逆回しにするように、緑の畑と青い輝きを取り戻す。悲哀と希望の映像のバックに流れ続ける沖縄の民謡は、4.3記念館の会場にゆるやかに響き渡った。弱き者の悲哀と希望の声は、まさに『島唄』であり、EAPAP展の白眉たる作品として実を結んだのだ


Island Song ― the sorrow and hope of the powerless 

TOMIYAMA Kazum

Okinawa, located in the southwest of the Japanese archipelago, consists of 160 islands floating side by side on the sea to Taiwan. Forty-seven of them live. The distance from Naha, the capital city of Okinawa, to Jeju City is about 810 kilometers and 620 kilometers to Taipei.1,050km from Jeju City to Taipei. It was in 2018 that the three islands, which draw unequal triangles, became the keystones of peace art and began to call for a new vision in East Asia. In June of the same year, artists from Jeju visited the Peace Art Project in Okinawa, an island is occupied by the US military base, and sought solidarity with Okinawan Artists.

In November 2018, artists from Jeju and Okinawa held an exchange art exhibition at the 4.3 Peace Memorial Museum in Jeju. In line with the opening ceremony, a committee was organized with volunteers from both islands and Taiwan, and announced the concept of the East Asia Peace Art Project:EAPAP. A year later, in December 2019, the first EAPAP “Island song” was held in the 4.3 Peace Memorial Museum and the term has ended on Jan. 31. In the EAPAP exhibition, artists participated from not only the three islands, but also the Korean peninsula, main island of Japan, Vietnam and Hong Kong. It was an international exhibition, with 86 artists joining. As a member of the EAPAP Organizing Committee, I have been amazed at the roller coaster-like quick developments of it. 

The dynamo includes GIM Jun-gi, former director of Jeju museum of art, Jeju artist BAK Gyeong-hun, and the charisma in Korean Modern art, HONG Sung-dam. As an artist or a critic, they have accompanied the pro-democracy movement in South Korea and witnessed the victory of the people, so they have a firm belief in the power of art in society. I myself am a person who cares about the pain of history shared by Ryukyu, the ancient name of Okinawa, Taiwan and Korea, which became colonies of the Japanese Empire. Even after the liberation in 1945; though Okinawa has not liberated until now, and keep strong sense of incongruity to the situation of East Asia, where peace and coexistence are threatened under the banner of Japan-US military strategy. Because of this harsh reality, I agree with EAPAP's philosophy that artists must be in solidarity across national borders and empowers the “minority” not to  give up hope for peace. 

However, the Okinawan art society, as well as the Japanese one, tends to excessively avoid committing to political and social discord. There is a plausible proposition that art should not be degenerated into a political propaganda. In my idea, Such a kind of artist's attitude that taboos political and social problems actually oppress people's freedom, results to be propaganda to promote injustice in the world. Many Artists are restricted by mutual monitoring and carrying themselves out self-censorship. Some of the “peace artists" in Okinawa were showed the hesitation from time to time because Korean artists’ expressions seemed "too political" for them. This may be related to the revival of Japanese militarism, such as the one represented by Abe administration of Japanese Government.
 
Artists should not make invisible political and social discord, and at the same time, should create works as some thing sublime. As an example, I would like to mention PARK Young-gyun's video work "Henoko-Daechuri" which was exhibited at the <EAPAP 2020>. In 2007, Daechiri, Pyeongtek City, Korean Peninsula, many farmers were forced to leave their ancestral lands due to the expansion of the US military base named “Camp Humphrey’s”. In 2020 at present, Henoko, Okinawa, where is a construction site of new US military facilities burying an overwhelmingly beautiful sea. Park used ipad to create simple, touch-friendly, colorful drawings of the rich farmland and the glittering sea of those two sites. Gradually, on the land of Daechu-ri, the barbed wire starts to spread and the landscape overlaps with the sea of Henoko. Fences emerge in the blue water and injected soil to reclaim land changes the color of the sea into brown.

PARK experienced the sadness of the abundant production site became a military base in Daechuri, where he had co-worked with the protesting farmers in the peace art village activities. When he stand on the coast of Henoko, I imagine, PARK felt the same sorrow and sympathy for the Okinawan people, who had fought against the construction of the base for more than two decades. At the end of this video, farmland and the sea, which were supposed to be taken away, regains their green fields and blues as if rewinding a film. The Okinawan folk song, which continues to flow in the background of the sad and hopeful images, reverberated slowly to the 4.3 memorial exhibition room. The sorrow and hope of the weak has given new tune, "island song”, and borne fruit in the <EAPAP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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