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多] (38) 벤츠 ‘유니목’ 제주 15대 도입...등판경사 45도 ‘성능 압도적’, ‘5.16도로’ 쉽게 치고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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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주에서는 독일산 최고 브랜드인 벤츠의 트럭으로 제설작업을 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누리꾼들은 물론 제주도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국산차를 놔두고 왜 굳이 고가의 벤츠 차량을 사용하느냐는 의구심이 크겠죠. [제주의소리]가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제주도에 확인해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해당 차량은 벤츠에서 제작한 유니목(Unimog)입니다. 유니목은 1945년 당시 독일의 다임러-벤츠사가 농경용 차량으로 개발을 시작해 1948년부터 생산했습니다.

뛰어난 내구성으로 인기를 끌면서 세계 각국에서 주문이 쇄도했습니다. 이후 수 백 가지의 특수 전문장비를 장착하도록 개발되면서 독보적인 다목적 특수차량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주도가 보유한 유니목은 총 15대입니다. 기관별로는 서귀포시청 6대, 제주도청 5대, 제주시청 4대입니다. 각 기관별로 도로와 건설 부서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1대당 구입가는 유니목 U530기종을 기준으로 3억5000만원 상당입니다. 여기에 제설기나 벌초기 진공노면청소기계 등 전문장비를 장착하면 실제 차량 가격은 4억원에 육박합니다.  

제주도가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에 해당하는 유니목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성능입니다.

유니목은 6기통 벤츠 디젤 엔진이 탑재 돼 있습니다. 배기량은 7698cc로 최고 출력은 299마력입니다. 총 중량만 14.67t로 국내 경차와 비교해 15배나 무겁습니다.

10년 넘게 유니목 운전대에 오른 사용자에 직접 문의한 결과, 일반 국내 트럭에 제설기를 탑재할 경우 엄청난 양의 눈을 밀고 나갈 때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국내 트럭은 6단 미션이 장착되지만 유니목은 고속과 중속, 후속 각 8단씩 모두 46단의 기어를 지원합니다. 저속에서도 고출력이 가능해 제설과 풀베기 작업이 훨씬 수월합니다.

제설 작업시 국내 트럭은 운전자가 1단에서 1500rpm으로 출력을 높이면 차량이 8~9km/h로 이동해 작업 과정에서 주행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불안하다고 합니다.

유니목은 1단 1500rpm에서 0.5~1km/h로 움직여 제설이나 풀 베기시 낮은 속도로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합니다. 단수가 많아 원하는 속도에서 필요한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풀베기 작업의 경우 다른 트럭은 속도가 빨라 군데군데 나무와 풀이 삐져나오지만 유니목은 느린 속도로 빠르게 장비를 돌려 비틈 없는 풀베기가 가능합니다.

기동력도 좋습니다. 국내 트럭은 전장이 8m로 길어 회전 반경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유니목은 장축이 5.5~6.3m 수준이어서 유턴이 쉽고 방향 전환도 수월합니다.

제설시 국내 트럭은 도로 끝까지 이동해 돌아오지만 유니목은 눈이 없는 지점을 만나면 곧바로 방향을 틀어 맞은편 차선에서 작업을 바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등판 능력도 압도적입니다. 유니목의 등판 각도는 국내 트럭 31도보다 훨씬 높은 45도입니다. 전륜과 후륜, 상시사륜 이동이 모두 가능해 5.16도로와 1100도로는 가뿐하게 치고 나갑니다.

최근에는 같은 기종이 활화산으로 알려진 해발 6893m의 칠레 아타카마의 오호스 델 살라도 산에 올라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차량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내구연한도 남다릅니다. 유니목은 운전석 외관이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돼 부식에 강합니다. 제설작업에 투입되는 국산트럭은 철판으로 만들어져 염화칼슘에 취약합니다.

국산 트럭은 내구연한이 7~8년에 그치고 이를 10년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부식 방지를 위한 도장과 판금 수리가 필요합니다. 반면 유니목은 15년에서 최대 17년으로 갑절이상 길죠.

장점만 있는 건 아니겠죠. 단점은 역시나 가격입니다.

최근 유니목에 맞서 국내 업체가 다목적도로관리차를 개발했는데 가격이 2억5000만원 상당입니다. 이 기종은 국내 시판 트럭을 개조한 겁니다. 제주에서도 국산 다목적도로관리차 4대를 구입해 사용 중입니다.

유니목은 고장시 부품 수급이 어렵고 수리비용도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기름통은 250리터에 달해 폭설시 600km 운행에 나서면 경유 350리터를 소비합니다. 하루 주유비만 160만원을 넘습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성능으로 제주를 포함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유니목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에서는 열차를 끄는 견인차량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유니목은 앞, 뒤에 장비를 부착하면 어떤 용도로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제주에서는 눈을 치우는 제설기와 나무 정지작업을 하는 브랜치 커터 장비를 주로 사용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터널청소와 하수도 정비, 노면 청소 및 살수, 철도 레일 청소, 견인작업, 산불진압, 산사태 정비, 홍수·지진·해일 조난 구조, 비행기 견인, 전력선 복구 등으로 활용합니다.

유럽에서 유니목을 ‘하루도 쉬는 날 없는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차’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유니목을 능가하는 차량이 개발되지 않은 이상 제주에서 제설작업은 계속 유니목의 몫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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