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2) 자본 수탈에 멍들고 무너지는 제주 / 최석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대표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를 다룰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을 중심으로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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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평화의 섬이라고? 정확하게는 평화의 가면을 쓴 자본의 수탈에 멍들고 무너지고 숲은 뿌리가 뽑히는 개발의 시험장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포’하고 ‘지정’된 지 15주년이란다. 

선포한 것은 ‘우리끼리 이런 거 해볼까?’하는 수준이다. 방향성이나 지향점을 사람들에게, 혹은 다른 국가에게 나타내는 것이지, 세계인이 그렇게 해보자는 의지를 모은 것은 아니니 말 그대로 ‘우리끼리 잔치’에 불과하다. 그걸 ‘지정’된 것으로 표현하면서 격이 상당한 것처럼 여기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닐까.

원희룡 지사가 말하는 평화는 어떤 것일까. 자연 환경을 함부로 하고, 이익을 위한 개발은 ‘벽창호’ 같이 밀어붙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제주도민만 보고 가겠다’는 약속은 헌신짝처럼 던져버리며 모두가 반대하는 걸 반드시 해야겠다며 억지와 거짓으로 도민을 기만하는 게 과연 평화일까.

제주도와 도민이 벌인 평화 사업은 어떤 것이며, 어떤 성과를 거두고 그 성과는 도민들에게 어떻게 전달이 됐을까. 열거한 성과들은 제주도의 것이지 제주도민의 것이라 할 수 있을지는 다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제주포럼의 정례화가 성과라면 그 안에서 다룬 이야기들과 주문들은 제주도의 평화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어떤 성과를 내고, 도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하지 않겠나.

국제개발협력 사업이 제주를 세계에 홍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주장에서도 평화는 자리 잡을 공간이 없다. 개발로 제주라는 섬 전체가 상처를 입고 지속적인 개발 계획들은 제주라는 자연 환경의 설 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

전임 도정이 강정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보여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시림 한 복판에 ‘사파리’를 만들려는 시도, 제주 돌담이 주는 상징성을 해치는 골목 안 난개발 등 꼼수와 술수와 기만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제2공항 건설 추진은 제주의 전통적 공동체를 해체하고 있다.

제주의 평화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1차 산업 투자보다 서비스 산업에 더 ‘올인’하는 듯 보이는 현 도정의 정책들. 평화 공동체를 해체하고 행정이 원하고 도지사가 원하는 평화를 덧칠하는 것이라 하겠다.

‘도시 간 풀뿌리 교류’라는 말은 여행자를 유치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외국 자본을 유치해 제주를 개발의 늪에 빠뜨리는 것이다. 국제자유도시라는 허울 속에 제주는 빠르게 제주다움을 버리고 천혜의 숲과 흙을 시멘트 덩어리로 바꿔가고 있다.

제주라는 섬 전체가 자연 그대로의 자원이라는 말은 옛 것이 됐고 이제는 그 천혜의 자원을 편리성을 앞세운 개발만 남았다. 나무를 베어내고 숲을 헐어내면서 오직 관광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도민의 목소리는 법으로 강제하려는 시도가 있는 속에서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  

‘제주형 평화’가 치유와 관용과 에너지라면, 해군기지와 공군기지(제2공항관련 군 발표로 보면)가 궁극적으로 도민을 위한 것인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를 이야기하면서 자연 훼손을 아무렇지 않게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무어라 답할 것인가. 

‘제주형 평화’나 ‘공존과 청정’은 자연을 그대로 두면 될 일이다. 개발과 편리성을 강조하면서 자연을 훼손하는 자 누구인가? 제주의 평화는 자연 안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삶을 이어가게 두면 될 일이다. 그게 제주형 평화인 거다.

원 지사가 말하는 평화가 관광객, 행정, 자본, 투기꾼을 위한 것이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사업을 위한 것이라면, 그 평화를 내세워 도민을 현혹시키면 안 된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채 제 잇속을 챙기려는 시도를 감추기 위해 평화로 포장하려는 꼼수를 버려야 한다.

제주에서의 평화는 4.3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늘려가면서 제주를 군사기지화 하려는 국가의 시도를 막아내는 것이다. 사람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아닌,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도민 전체가 제주라는 섬의 주인으로서 공동체의 주체로 제주라는 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것이다.

‘평화의 섬 제주’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을 배제하고 발전에 대한 이익을 공동 공유하고 공동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제주는 평화로운 섬에 가까워 지리라 믿는다.

우리 미래에 대한 결정의 권리를 가지고 행사할 수 있는 것이, 평화를 권리로 보는 인권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강정에서, 제2공항에서 분명한 사실을 보고 있다. 국가 주도의 국익과 공익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군사기지 유치를 통해 마을공동체가 어떻게 무너지고 해체되는지 보고 있다.

그 안에서 행복한 삶,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삶들이 무너지고 해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평화적 생존권’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살펴보고 생각해 봐야 한다. (*평화적 생존권 : 1970년대에 국제연합 인권위원회에서 등장한, 국가와 인종에 상관없이 평화적 생존의 권리를 고유하게 소유할 수 있다는 인권 개념)

평화는 인간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과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위협하는 등의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평화는 개인의 권리를 넘어 집단의 권리를 보호하고 보장하기 위해 사회와 국가가 해야 할 몫을 규정하는 것이다. 국가와 국가의 협력을 통해 모든 위협과 위험으로부터 개인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포함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결국 평화는 개인의 행복을 넘어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모두의 삶을 위해 모두의 미래를 위해 갈등을 해소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해 가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다. 공동의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최석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대표 

그런 평화를 사업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발상은 이미 개발과 이익을 위해, 정치적 이력을 쌓아올리려는 개인의 욕심을 위해 평화를 도구와 수단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평화의 섬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벌어지는 갈등요소들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하고 모두의 행복을 위한 방안을 만들기 위해 모두의 참여가 가능한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원 지사는 이전과 같이 할 거라면, 전혀 변화를 만들 생각이 없다면 평화에 대한 포부를 가지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도민 갈등을 줄이고 치유를 행하는 것이며 자연과 사람의 공존이 가능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길이다. / 최석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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