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제주] ‘8년’ ‘한달’...기세 꺽인 제주 이주열풍

제주로의 이주 열풍이 시들해졌습니다. 이주 열풍과 함께 인기를 끌었던 ‘제주 한달살기’ 등 장기체류 관광객도 점점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각종 숫자를 통해 제주 이중 열풍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8년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9년 국내인구이동’에 따르면 2019년 12월 제주도 전입인구는 862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달 전출 인구가 8651명인 점을 감안하면 24명이 줄어든 셈입니다.
 
제주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보다 적었던 것은 2011년 12월 –12명 이후 ‘8년’ 만입니다.
 
제주 이주 열풍은 2011년부터 시작됐습니다. 2011년 연중 순유입 인구가 2343명을 기록했고, 2016년에는 1만4632명이 순유입되며 정점을 찍습니다. 2017년 순유입은 1만4005명, 2018년 8853명, 2019년 2936명입니다.
 
2011년부터 매달 1000명이 넘는 순유입이 시작됐지만, 2018년 6월을 기점으로 순유입 인구 1000명 선이 무너졌습니다. 2019년 9월에는 42명을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제주 이주열풍에 대한 분석은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제주올레 신드롬, 제주 부동산 투자 열풍, 제주국제학교와 서귀포시 혁신도시 등에 따른 인구 유입 등이 동시다발로 영향을 줬다는게 중론입니다. 
 
여기에 각종 TV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제주의 여유로운 삶이 전파를 타면서 제주 이주에 대한 로망이 생겨났다는 얘기입니다.
 
바쁜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제주에서의 여유로운 삶을 택했다는 얘기인데요, 각종 통계를 보면 제주 이주열풍은 2018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시들해졌습니다.
 
◆ 한달(살이)
 
제주 이주열풍이 절정에 달할 쯤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제주 한달살기’ 열풍입니다.
 
섣불리 제주 이주를 결정하지 말고, 한달 정도 체류를 경험한 뒤 이주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판단이 큽니다.
 
혹은 이주할 상황은 못되지만 제주에서 '한달살기' 경험으로 인생 여행을 경험해 보겠다는 트렌드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은 소위 ‘장기체류 관광객’으로 불립니다. 2018년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장기체류 관광객 대부분은 저가의 민박이나 미등록 숙박업소에서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바일 커머스 기업 티몬에 따르면 2019년 1~2월 제주 한달살기 여행객은 전년동기 대비 가족단위는 112%, 개인 여행객은 무려 143% 증가했다는 점에서 제주 한달살기가 얼마나 유행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 한달살기가 증가하면서 제주 내국인 관광객의 신용카드 지출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장기 체류하다 보니 건강에 이상을 느끼는 관광객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 2019년 제주 관광객의 도내 약국 일반병원 신용카드 지출이 매달 3~5%씩 상승했습니다.
 
또 미용업과 세탁소 등 편의시설 지출도 매달 3~7%씩 올랐죠.
 
◆ 45.6%
 
최근 이주민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었습니다.  
 
제주도의 ‘2018년 제주사회조사 및 사회지표’에 따르면 제주 인구 유입에 대해 응답자의 ‘45.6%’가 부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31%에 그쳤습니다.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로는 ▲주택 및 토지 가격 상승 33.5% ▲거주환경 훼손 30.4% ▲제주 공동체문화의 변질 및 주민간 갈등 유발 20.5% ▲자연환경의 훼손 14.6% 등이 꼽혔습니다.
 
통계청은 2017~2047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통해 제주 인구를 ▲2025년 72만명 ▲2030년 75만명 ▲2035년 78만명 ▲2040년 79만명으로 내다봤습니다.
 
79만명을 정점으로 조금씩 떨어져 2047년 제주 인구는 78만명으로 추정했습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 인구 변동을 세 기간으로 구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세 기간은 유출기(2007~2010년), 급증기(2011~2017년), 둔화기(2018년 이후)입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과 생활물가 상승 등으로 제주 정주여건이 악화되면서 제주 이주 메리트가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2015~2018년 제주 땅값 평균 상승률은 6.6%로 전국평균 3.4%보다 3.2%p 높았습니다. 또 1인당 생활폐기물 증가율 8.5%(전국 평균 2%), 아파트 가격 상승률 4.6%(1.7%), 생활물가 상승률 1.4%(1.1%)도 전국평균을 상회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제주 인구가 급증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교통체증 등 거주환경 훼손 등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한 겁니다. 꿈에 그렸던 낭망적인 제주살이가 아니었던 셈이죠.
 
부정적인 상황은 도민뿐만 아니라 정착주민들에게도 불편함이 돼 제주 이주열풍이 시들해진 것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그럼에도 제주에서 제2의 삶을 일구고 있는 정착주민(이주민)들이 제주에 건강한 뿌리를 내려 진정한 ‘제주인’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