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해양폐기물에 일반쓰레기 불법 투기...한달 사이 40톤 쌓여 처리비용만 2000만원

천년의 섬 비양도를 오가는 제주 한림항 선착장 옆으로 다가서자 거대한 쓰레기 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서자 ‘해양폐기물 정화 사업’이라고 적힌 커다란 자루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자루 아래에는 ‘오염된 바다 우리 손으로 지킵시다’라는 빨간색 글자가 선명했다.

그 주변으로 폐그물과 밧줄, 아이스박스는 물론, 소파와 매트리스까지 쓰레기 산이 만들어졌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검은색 봉지도 뒤엉켜 찢겨져 나가면서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한림매일시장으로 이어지는 서쪽 항구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의자와 이불, 장판, 건설 폐기물에 어선용 오일필터까지 널브러져 있었다.

오일필터에서 오염된 검색 기름이 밖으로 흘러나면서 웅덩이까지 생겼다. 비가 오면 곧바로 바다에 흘러갈 만큼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그 옆으로 부패한 감귤과 양파까지 쌓여 악취를 풍겼다. 먹다 남은 김치에 족발까지 반드시 분리해야 할 음식물 쓰레기에 일반쓰레기까지 더해져 관광객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쓰레기 더미 중간에 세워진 폐쇄회로(CC)TV와 제주서부소방서 소화기보관함, 기둥에 묶인 올레길 표식 리본이 모두 무색할 정도였다.

문제의 쓰레기는 올해 초부터 쌓이기 시작했다. 당초 해당 지점에는 제주시가 한림수협에 위탁해 진행하는 ‘조업중 인양 쓰레기 수매사업’의 해양폐기물을 잠시 쌓아두는 곳이었다.

2019년 12월 말로 보조사업이 끝나면서 해양폐기물 정화 사업 자루를 임시 보관했지만 연초부터 일반쓰레기와 폐기물들이 하나 둘씩 쌓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해양폐기물보다 일반 생활쓰레기가 더 많아지면서 거대한 쓰레기 동산이 곳곳에 만들어졌다. 10일 현재 한림항에 쌓인 쓰레기만 40톤가량이다. 처리비용만 2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애초 생활쓰레기는 한림읍사무소 생활환경 부서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해양쓰레기가 뒤섞여 처리 기관이 애매해졌다. 이를 비웃듯 어민들은 버젓이 CCTV 밑에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쓰레기 더미는 제주 올레길 15코스에 위치해 있다. 항구 너머 비양도를 감상하며 해안도로를 끼고 애월읍 고내포구까지 이어지는 16.5km 구간의 시작점이다.

마을 주민 홍모(40)씨는 “해안도로를 오가면서 쓰레기를 볼 때마다 불쾌하다”며 “바로 옆에 비양도 선착장이 있고 올레꾼들도 지나는데 왜 그대로 방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원에 이어지자 제주시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상황을 파악했다. 관내 생활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한림읍과 협의해 향후 대책까지 마련했다.

한림읍 관계자는 "어민들이 한림매일시장쪽에 위치한 클린하우스 CCTV를 피해 해경에서 설치한 CCTV쪽으로 쓰레기를 투기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2건을 적발해 과태표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제주시 관계자는 “부서간 책임 소재를 떠나 민원을 고려해 폐기물 업체와 처리 계약을 우선 체결했다”며 “조업중 인양 쓰레기 수매사업도 재공고해 위탁운영자를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폐기물은 관련 사업에 따라 제주시에서 처리하지만 앞으로 생활쓰레기는 한림읍에서 처리하도록 협의할 것”이라며 “당장 내일부터 현장에 경고 현수막도 설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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