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시 응시생, 실기평가 '주관적 평가 개입' 의혹 문제제기

업무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인해 제주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고시의 합격자가 뒤바뀌며 교육당국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단순 해프닝을 넘어 시험과정의 공정성 의심까지 제기되는 형국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10일 오전 ‘2020학년도 제주특별자치도 공립 중등학교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합격자 변경 공고’와 관련 브리핑을 갖고 “중등 임용시험 관리에 오류가 생긴 것에 대해 혼란과 불편을 드린 데에 송구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는 지난 7일 발표된 공립 중등교사 임용합격자 발표된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의 오류가 드러남에 따른 후속조치다. 당초 체육 교사 시험에는 67명이 지원해 61명이 2차 시험 응시대상에 이름을 올렸고 8명이 최종합격했다. 합격선은 143.71점이었지만, 변경된 공고의 합격선은 162.98점으로 바뀌었다.

도교육청 자체 조사결과, 이는 업무 담당자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 시험과목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실기평가’ 항목 대신 ‘실기시험’ 항목을 선택했고, 결국 실기 점수 일부가 반영되지 않은 채 응시자 전원 0점 처리되며 불거진 문제라는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도교육청은 “7일 오후 응시자로부터 성적 오류에 대한 확인 요청이 왔고, 오류 확인 후 즉시 수정해 바로잡았다. 다른 과목도 모두 재검토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합격자 변경으로 인해 불합격 처리된 응시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지했다. 관계자가 응시자와 학부모 등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실제 최초 합격 통보를 받았다가 뒤늦게 불합격자로 뒤바뀐 당사자는 상심이 컸지만, 도교육청의 사과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도 이날 오전 주재한 주간기획조정회의에서 “공립 중등교사 임용 합격자가 변경 공고된 것에 대해 상처를 입은 당사자들과 불편·혼란을 겪은 도민들에게 송구의 말씀을 드린다”며 “교육행정 신뢰 문제이기에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반면교사로 삼겠다. 자체감사 등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면밀히 파악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도교육청의 행정업무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데 있다. 일부 수험생은 교육당국의 해명에 납득하기 어렵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이 진행중이던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을 찾은 수험생 A씨는 “1년을 이날을 위해 준비했다. 안그래도 실기시험 점수가 납득하기 어려웠는데, 전산오류까지 발생했다고 하니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며 실기시험 배점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A씨는 실기시험 점수에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할 여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상대적으로 정량평가 점수가 낮을 수 밖에 없는 경쟁 수험생이 보다 높은 실기점수를 받았다는데 대해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또 다른 수험생인 B씨의 경우 운동선수 출신인 저보다 구기종목의 성적도 좋지 않았고, 수영에서도 랩타임이 늦었다. 그럼에도 실기점수는 무려 4점이나 높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시험 과정에서부터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직 국가대표나 종목 코치 등 외부인사를 초빙해 진행되는 타 지역 임용고시 실기시험과는 달리 제주의 경우 제주도교육청 담당 장학관을 필두로 일부 체육교사들이 모든 종목에 대한 심사에 나서면서 공정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타 지역의 경우 모둠별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시험이 이뤄져 다른 응시자가 시험 과정을 지켜볼 수 있지만, 제주는 1명씩 폐쇄된 공간으로 불러들여 시험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A씨는 “함께 시험을 준비하던 주위의 증언에도 제가 실기는 제일 잘했다고 했는데, 점수가 더 낮게 나온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 결과를 번복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성적을 어떻게 매겼는지에 대해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합격자가 변경된 것은 명백한 실수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실기시험의 경우 정량적 평가지표 외에 자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된 평가다. 관련법 상 시험점수를 공개하라는 요구에는 응할 수 없지만,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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