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26) 내륙만 습지? 연안습지 빠진 습지보전계획

제주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올겨울 유난히 따뜻한 날씨 탓인지 제주를 찾은 겨울 철새들의 날갯짓이 힘차다. 제주의 바닷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먹이를 찾으려고 쉼 없이 자맥질을 해댄다. 제주의 주요 연안습지마다 철새들의 겨울나기가 한창이다. 

생태적·경제적 가치 지닌 연안습지

제주섬을 둘러싸고 있는 연안습지는 그야말로 생태계의 보고이다.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높은 생물생산력을 자랑한다. 특히 하천이나 용천수 등이 유입되는 기수역은 더 다양한 생태계와 높은 생산력을 보이기도 한다. 연안습지의 생태환경은 마을어촌계 및 해녀들이 운영하는 마을공동어장의 생산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마다 주민들은 유용 해조류의 서식환경을 위해 갯닦기 작업을 하는 등 연안습지의 보전·관리에도 신경을 써 왔다.  

최근 전 지구적 환경현안인 기후변화 문제와 연계해서도 연안습지의 가치가 강조된다. 바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주변지역의 대기온도 및 습도의 조절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연안습지의 탄소 흡수량은 숲보다 훨씬 많은 양을 흡수한다고 알려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습지 보전의 필요성을 높게 한다. 

이 외에도 연안습지는 육상의 오염원을 정화하는 기능을 하고, 태풍으로부터 피해를 완화하는 완충지역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제주의 경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연안습지의 친수공간 기능과 경관적 가치이다. 이는 제주사람들의 문화가 배어 있는 제주연안의 풍경을 만들어 왔고, 최근에는 환경교육의 장소로서도 각광을 받는다. 관광객들에게는 만족도 높은 경관자원을 제공한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해안경관이 제주의 경관자원 중 가장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에서 보듯이 연안습지의 경관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습지보전계획에 연안습지는 없다

제주의 연안습지가 가진 생태적 기능과 경제적 가치를 볼 때 연안습지 보전·관리를 위한 계획의 수립과 시행은 당연한 행정정책이다. 하지만 제주도 습지 보전정책의 범위 내에서 연안습지 보전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제주도가 지난 2016년 수립한 ‘제주도 습지보전 종합계획’을 보면 연안습지는 계획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다. 현황조사는 물론이고 향후 보전관리 정책계획 역시 연안습지는 제외하고 내륙습지만을 대상으로 수립되었다. 당시 종합계획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연안습지가 계획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를 물었더니 제주도는 예산문제로 연안습지를 계획에서 제외했다고 답변했다.

습지보전법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국가 습지보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도지사는 관할구역의 습지보전을 위해 습지보전실천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계획에 연안습지가 포함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제주도의 전반적인 습지보전 담당부서는 내륙습지만을 업무범위로 두고 있고, 연안습지는 해양부서의 관리범위로 두면서 습지보전계획의 수립과정에서 연안습지의 보전계획은 누락되기 일쑤다.

일례로 제주도에 지정된 습지보호지역 및 람사르 습지 보호지역은 5개소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내륙습지에 해당하며 연안습지는 단 한 곳도 없다. 연안습지 중에 습지보호지역이나 람사르 습지 지정 기준을 충족하는 습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단지 습지보전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의 업무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전부다. 

그러면 해양부서가 나서서 보전가치가 있는 연안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람사르습지 지정을 추진해야 하지만 해양부서에는 해양환경보전을 책임지는 과단위의 행정조직이 부재한다. 그나마 해양관리팀 내 담당자 1명이 제주도내 해양쓰레기, 해양생태계, 연안습지 등 모든 해양환경의 행정업무를 책임져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연안습지의 보전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정책시행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해양생태계의 보고, 연안습지 가치 높여나가야 

앞서 말했듯이 제주의 연안습지는 생태적 가치는 물론이고 경관적, 경제적 가치도 매우 뛰어나다.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연안습지의 경우는 기존 환경성 조사 결과만으로도 습지보전법에 의한 습지보호지역은 물론 국제습지보호지역인 람사르 습지 등재 기준도 충족하는 곳이다. 만일 이 지역이 람사르 습지로 등재된다면 제주의 대표적인 동부지역 철새도래지 벨트인 이 곳 연안습지 보호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지원이 되고, 생태관광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과 연계하여 생태교육 및 생태자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도내 습지 보전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연안습지는 파괴되고 사라져가고 있다. 무분별한 공유수면 매립허가로 이호 조간대 등 대규모의 연안습지가 사라졌다. 해안도로가 만들어진 이후 주변에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연안경관은 물론 습지 생태계도 크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안습지를 보호해 주던 해안사구도 함께 파괴되기 일쑤다. 한때 전국에서 가장 넓은 해안사구를 자랑하던 제주도였지만 지금은 해안개발로 잘려나가고 파헤쳐지고 말았다. 이에 비해 충남 태안의 신두리해안사구는 천연기념물로 등재되어 관리되고 있고,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리는 항상 제주의 가치를 찾아 보전하자고 하면서도 정작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자산은 잊고 있는 듯하다. 제주해안 곳곳의 연안습지는 다양한 생태계가 서식하고 각 마을마다 특색을 가진 경관과 문화자원도 존재한다. 우리가 먼저 연안습지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담론을 형성해 갈 때 그 가치가 상승하고 모두가 주목하는 제주다움을 지닌 자산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주도는 지금이라도 연안습지를 습지보전계획에 포함하여 보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보전가치가 높은 연안습지에 대해서는 보호지역 지정 및 람사르 습지 등재 등의 보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지역주민들이 연안습지 보전의 인식을 높이고, 보전활동에 대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주도가 적극 지원하기를 당부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