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3개 환경단체 “깜깜이 심사기준-과정, 복마전 변질”

제주도가 최근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등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것과 관련, 제주도내 환경단체들이 “깜깜이 심사기준·과정이 특혜시비 논란을 자초했다”며 강력 성토하고 나섰다.

곶자왈사람들,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3개 환경단체는 13일 공동성명을 내고 “복마전으로 변질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육지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특혜시비, 유착의혹이 제주에도 터져 나왔다. 최근 보도된 언론의 취재내용을 종합해 보면 오등봉공원에 민간특례개발사업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 컨소시엄의 심사과정에서 여러 문제와 함께 전직 공무원의 유착이 의심되고 있다”고 했다.

공모절차에서 지침을 벗어난 부분이 있고, 심사 과정도 일반적이지 않아 공모에 참여했던 건설사들로부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터져 나왔다는 주장이다. 

제주도 공모지침에는 평가 가능한 계량 지표에 대해 57%를 반영하고, 공원조성 계획 등 주관적 평가에 대한 비계량평가에는 43%를 반영한다고 고지돼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럴 경우 통상 계량지표를 먼저 검토해 사업수행 가능 여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제주도는 비계량평가를 먼저 진행하고 그 후 계량평가를 진행했다는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비계량평가 방식과 관련해서도 공모지침에는 한라도서관과 아트센터 등은 계획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지침을 내렸지만,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 컨소시엄의 경우 이에 대한 리모델링 계획을 끼워 넣으면서 공원조성 계획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제주도는 심사 일정이 촉박했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그만큼 심사가 허술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제주도가 고백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규모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만큼 지역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고 이에 따른 고려사항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제주도가 오로지 빠른 사업진행만을 염두 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호반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도내 건설업체 한 곳의 간부가 2018년에 퇴직한 건설분야 고위공직자 출신인데다 건축경관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환경단체들은 “전관을 이용해 선정과정에 영향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더불어 이후 경관심의에서 특혜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하지만 이에 대해 제주도는 제안서 제출할 때 이를 알리도록 했지만 등록이 안돼 몰랐다는 입장이고 이후에 심의과정에서 제척하면 될 일이라는 안일한 판단을 하고 있다”며 “일단 제출할 때 알리도록 했는데 알리지 않은 것 자체가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것이고 또한 해당 심의위원회의 개발사업 관련 영향력을 감안하면 제주도의 해명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결국 한국사회의 병폐라 불리는 전관예우를 통한 영향력행사를 인정하는 것인데 과연 도민사회가 이를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정 부분 사법기관에서의 사실관계 확인 등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이 만들어내는 문제는 이미 육지부에서 상당부분 확인되고 있다. 개발이익을 우선하는 사업진행으로 공원이용의 편의나 공원의 공공성은 무너지고 그 자리를 오로지 탐욕이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타 지역에서 논란이 돼 제기되는 문제점과 그에 대한 대안적 방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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