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교육청 임용시험 '단순 실수'로 합격자 바뀌어...바닥난 신뢰 '후폭풍' 예고

'2020학년도 제주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고시' 관련 사과문을 게재한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
'2020학년도 제주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고시' 관련 사과문을 게재한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업무 담당자의 실수로 합격자가 뒤바뀐 '2020학년도 제주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고시'에 대한 감사 결과, 또 다른 실수가 드러나며 합격자가 다시 한번 뒤바뀌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교육당국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지만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제주도교육청은 '2020년 공립 중등교사임용 후보자 선정 경쟁시험'과 관련,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임용시험 전체 교과 성적처리 일체에 대한 자체감사를 실시한 결과, 체육 교과의 실기평가 5개 항목 중 선택항목 1개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누락된 사실을 추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체육 실기평가의 경우 육상·체조·수영 등을 필수항목으로 두고, 축구·배구·농구·배드민턴 중 선택과목 2개를 선택해 점수를 매기도록 하고 있는데, 이중 선택항목 1개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누락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조사 결과 시험 응시자 1명을 제외하고, 그외 응시자의 1개 선택항목 성적이 포함되지 않았다. 담당자가 엑셀 파일의 점수를 제대로 옮겨적지 못했다는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결국, 이로 인해 1명의 합격자가 또 다시 바뀌게 됐다. 뒤바뀐 합격자는 지난 10일 재공고를 통해 '불합격'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던 응시자다. 불과 나흘 사이에 지옥과 천당, 다시 지옥을 오간 셈이다.

전산 시스템 입력과정에서 '실기평가' 항목을 '실기시험' 항목으로 착오 입력해 실기평가 점수가 미반영됨에 따라 합격자가 변경된 것도 감사 결과 업무 담당자의 과오임이 확인됐다.

◇ "점수 납득못해" 항의자가 합격자로...궁색한 도교육청

새롭게 합격자로 이름을 올린 응시자는 지난 10일 도교육청이 관련 브리핑을 열었을 당시 현장을 찾아 공정성 의혹을 제기했던 A씨다(관련기사 - 뒤바뀐 합격자에 ‘바닥난 신뢰’...임용고시 공정성 의혹까지).

당시 A씨는 실기시험 점수에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했다. 상대적으로 정량평가 점수가 낮을 수 밖에 없던 경쟁 수험생이 보다 높은 실기점수를 받았다는데 대해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또 다른 수험생인 B씨의 경우 운동선수 출신인 저보다 농구 종목의 골도 적었고, 수영에서도 랩타임이 늦었다. 그럼에도 실기점수는 무려 4점이나 높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함께 시험을 준비하던 주위의 증언에도 제가 실기는 제일 잘했다고 했는데, 점수가 더 낮게 나온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 결과를 번복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제 성적을 어떻게 매겼는지에 대해서라도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만하더라도 도교육청의 입장은 확고했다. 합격자가 변경된 것은 명백한 실수로,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실기시험의 경우 정량적 평가지표 외에 자세·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된 평가라는 설명이었다. 또 관련법 상 응시자 본인의 시험점수라도 공개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실기점수 차를 납득할 수 없다는 A씨의 주장은 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자세·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도교육청의 설명도 궁색하게 됐다. A씨가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문제가 드러났겠냐는 의혹까지 이는 실정이다.

◇ 단순 실수 때문인데...지난 임용고시는 문제 없나?

사태가 커지자 임용고시 평가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되고 있다. 단순 업무 담당자의 실수로 불거진 문제가 이전부터 반복됐을 가능성이 없었겠냐는 것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실기시험 현장에서 감독관들이 1차적으로 수기로 점수를 매기고, 두번째 단계에서 업무담당자가 엑셀로 옮긴 뒤, 세번째 단계에서 합계 점수를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로 업로드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번 사건은 두번째 단계 데이터를 합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체육 과목 외에도 수기로 매긴 점수를 엑셀로 옮긴 후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업로드하는 평가 방식은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단순 실수'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번 논란도 체육과목 응시자 중 한 명이 '점수가 이상하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발견됐다. 

결국 바닥난 신뢰로 인해 2년 전, 3년 전을 넘어 10년 전 임용고시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게 됐다.

도교육청은 "자체감사 대신 필요에 따라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관련 감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필요에 따라'라는 조건을 붙였기에 이후 대처가 주목된다.

13일 오후 '2020학년도 제주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고시' 관련 긴급브리핑을 갖고 있는 변숙희 제주도교육청 감사관. ⓒ제주의소리
13일 오후 '2020학년도 제주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고시' 관련 긴급브리핑을 갖고 있는 변숙희 제주도교육청 감사관. ⓒ제주의소리

◇ 모습 드러내지 않은 이석문 교육감...뒷말 무성

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처신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해당 부서에 대한 감사를 수행한 변숙희 도교육청 감사관이 이 교육감 명의의 '2020학년도 공립 중등임용시험 합격자 재변경에 대한 사과문'을 대독했다.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도 이 교육감의 사과문이 걸려있다.

이 교육감은 이 사과문을 통해 "교육청의 거듭된 업무 실수로 인해 '2020학년도 제주도 공립 중등학교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합격자를 재변경하게 됐다. 응시자와 가족, 도민들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드렸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육감은 정작 브리핑 현장엔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10일 관련 브리핑 당시에도 뒷말이 무성했는데, 번복된 결과가 재번복되는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조금 더 살펴봐야하는 부분이 있다. 마무리되는대로 교육감이 직접 설명하도록 계획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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