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 1심 선고 예정...2003년 이도동 노부부·삼도동 슈퍼 주인 살인사건 사형 선고

지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고유정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만 남겨두면서 제주에서 사형 선고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을 상대로 선고 공판을 열어 1심 형량을 정한다.

고유정은 2019년 5월25일 밤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전 남편을 살해해 시신을 훼손하고 완도행 여객선과 경기도 김포에서 사체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고유정은 살인과 사체 은닉 혐의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전 남편의 강압적 성관계 요구에 대응하다 발생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왔다.

반면 검찰은 고유정이 이혼과 양육 과정에서 생긴 불만으로 계획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자가 남긴 혈흔에서 나온 향정신성의약품 '졸피뎀'을 스모킹 건으로 제시했다.

고유정은 이보다 앞선 2019년 3월1일 밤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현 남편 홍씨의 친자인 의붓아들(당시 6세)을 침대에서 몸으로 강하게 눌러 질식사 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고유정은 자신은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새벽에 안방으로 이동해 컴퓨터를 작동하고 자신의 휴대전화에 접속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를 스모킹 건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직접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잘못된 망상과 피해의식 속에서 의붓아들을 참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 살인사건과 달리 “하늘이 알고 땅이 알 것이다. 나도 공소장 봤는데. 어떻게 이런 상상이 나올 수 있느냐. 그런 일은 없었다”며 공소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내 기준에서는 나 말고 현장에 있던 현 남편이 범인일 수밖에 없다. 타임머신 타고 돌아가서 판사님과 나의 뇌를 바꿔서라도 알려주고 싶다”며 현 남편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형법 제250조(살인, 존속살해)에 따라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극단적 인명경시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되면 최소 23년 이상 징역형에서 최대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제주에서 발생한 범행으로 사형이 선고된 사례는 2003년 제주시 이도동 노부부·삼도동 슈퍼마켓 주인 살인사건 뿐이다.

당시 37세이던 이모(경기도 수원)씨는 2003년 5월6일 0시20분 제주시 삼도1동 적십자 회관 인근 슈퍼마켓에서 주인 고모(당시 65세)씨 야구방망이로 때려 살해하고 15만원 훔쳐 달아났다.

2003년 9월7일 오전 2시15분에는 제주시 이도2동에서 모 환전상 부부 현모(당시 67)씨, 부인 신모(당시 63)씨 흉기와 야구방망이로 때려 살해한 후 2200만원 훔쳐 도주했다.

이씨는 공범과 함께 제주를 유유히 빠져나간 뒤 절도 행각을 벌이다 2005년 3월 서울지방경찰청 서대문경찰서 형사들에게 검거됐다.

살인 혐의까지 더해져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2005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에서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2009년 형이 확정됐다.

다만 이씨가 당시 서울에서 검거되면서 1,2심 재판은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고유정에 대해 사형이 선고될 경우 1990년 이후 제주지방법원의 첫 사형 선고 사건이 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