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정의 세심한 배려가 절실하다 /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
우리의 인생은 선택의 연속, 선택의 집합이다. 잘된 선택이 쌓이면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되고, 잘못된 선택이 쌓이면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된다. 정책의 결정도 마찬가지다. 행정가들은 행정을 분배라고 정의하기도 하지만, 분배라는 것도 예산이 남아돌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그러면 선택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본질을 살펴보고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모든 나라가 국가의 기본이 되는 헌법을 먼저 제정하고, 그 뜻에 맞게 법률을 만들며 시행령과 고시, 규칙 등을 갖춰야 하듯이, 모든 정책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부작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을까를 살펴서 결정해야 한다.

요즘, 작년 말에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감염증으로 온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중국 당국의 초등대처 실패로 7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1770명이나 사망했을 뿐만 아니라 중남미를 제외한 전 세계 28개국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니 나라마다 방역에 초비상이다.

일본이 매뉴얼이 없어서 초동대처에 실패하는 바람에 크루즈 유람선인 다이아몬드호에 탑승한 홍콩인 한 명으로 말미암아 3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해 세계의 비난을 받는 것과는 달리, 우리 정부에서는 초반부터 방역에 온 힘을 기울인 결과 세계에서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감염원과의 접촉이 불분명한 29번과 30번 및 31번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대구에서는 31번 환자가 같은 교회에 다니는 10명을 비롯하여 11명을 감염시키는 바람에 지역사회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역사회감염이 중국을 벗어나 일본, 홍콩, 싱가폴 등으로 퍼지고 있으니, 예전처럼 중국을 대상으로 공항이나 항구에 일차방어선을 치는 것으로는 전파를 막기 힘들게 됐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에 조치할 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병의 확산을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병에 걸린 사람이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신속히 치료하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감염 확장이 우려되고 있다. 지역사회감염에서 가장 강조해야 할 사항은 철저한 개인위생의 실천이다.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자를 일찍 찾아내어 비감염자와 격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성 질환은 잠복기에 있는 환자는 전염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번 코로나 19에서는 잠복기에 있는 분들에 의한 전파가능성이 회자되고 있어서 방역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잠복기에 있는 분들을 찾아낼 방법이 없으니, 감염가능성이 있는 분들의 자가격리를 철저히 하여 잠복기에 병을 전파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결국 국민 모두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여 자신이 감염되는 것을 막는 수밖에 없다.

국가에서 국민 전체의 위생을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며, 이때에 제2방어선을 어떻게 쳐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결국 선택의 문제가 된다.

잠복기에 있던가, 병에 걸렸으나 아직 열이 나지 않아 열탐지기를 무사통과한 분들을 모두 추적할 수는 없으니, 결국 이 분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많은 차례로 방어선을 마련해야 하며, 다음으로는, 균이 침입하였다고 모두 발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감염 되었을 경우 발병할 가능성이 많은 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제주도의 특성 상 전자는 공항이나 항만 종사자와 운전기사, 관광업소, 및 병 의원 종사자들이다. 특히 신문에 보도되는 바와 같이 환자와 근거리에 오래 함께 있게 되는 운전기사와 의료진이 특히 취약하다. 후자로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나 노인 시설 및 어린이 수용시설 등이다. 그 다음으로 중국 학생들이 많은 대학이 문제가 되겠다.

그 동안 행정당국에서 관광과 연계된 곳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우려 1차 방어선에서 성공적으로 저지한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나, 이제 지역사회감염이 발생한 상황에서는 정책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 특히 요즘 개인위생에 꼭 필요한 마스크가 일부 상인들의 매점매석에 의해 품귀현상을 나타내고 있어 마스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많다. 이럴 때에는 행정에서 분배에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관광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보급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 다음으로 시급한 곳이 병의원이다 특히 요양병원은 호흡기전염병에 매우 취약하다.(이 점은 총리께서도 자적하고 있다.) 다른 곳들은 여차하면 문을 닫으면 되지만, 병원은 그렇게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단 한 분이라도 감염되는 경우에는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확산하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된다는 특수성을 이해하여 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감염에서 가장 강조해야 할 사항은 철저한 개인위생의 실천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급적 가지 말며, 다른 사람과 대면할 때에는 꼭 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이 접촉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이나 장치를 만진 다음에는 꼭 손을 1분가량 골고루 비누로 씻어야 하며, 마스크를 하지 않았는데 기침이 나오려고 하면 손수건이나 옷소매로 입을 막고 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일반 피부로는 몸에 침입이 되지 않고 점막에 의해 감염되므로 씻지 않은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코를 후비는 등 점막을 오염시키는 행위를 조심하여야 한다. 그리고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무조건 일반 병의원으로 가지 말고, 코로나 19 감염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보건소나 임시진료소로 먼저 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호흡기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의 방문은 삼가야 한다.

아무쪼록 민관이 합심해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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