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모 호텔의 갑작스런 권고사직, 노동자들 대처는?
서귀포 모 호텔의 갑작스런 권고사직, 노동자들 대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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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의 노동세상] 20. 권고사직서 작성, 먼저 전문가 상담 필요

연 초 부터 접한 상담 중 서귀포에 위치한 호텔의 이야기다. 

올해 1월 중순으로 개업일을 정하고 개장 준비를 하고 있던 서귀포 모 호텔. 하지만 갑작스런 경영난을 이유로 모든 노동자에게‘권고사직’을 통보했다. 길게는 작년 12월부터 출근하고 있던 직원을 시작으로 짧게는 1월초부터 일을 시작한 노동자들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회사는 1월 중순으로 권고사직 일자를 정해 통보했고 호텔에서 제공한 기숙사를 사용하던 노동자들은 숙소를 비워달라는 통보도 추가로 받았다. 며칠 안에 전기까지 끊을 예정이라고 한다.

해당 호텔은 사업을 잠정 휴업하는 것인지, 아예 폐업을 하는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노동자에게는 정보가 없었다. 휴업인지 폐업인지는 노동자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사업이 아예 폐업이 되는 것이라면 불가피한 이유로 근로계약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겠지만 잠정 휴업일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영난으로 인해서 개장일이 연기 된 잠정 휴업일 경우, 사용자는 노동자와 맺은 근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지 못한다. 경영난으로 인해 노동자와의 근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려는 경우라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영난으로 인한 인력 감축의 책임을 노동자가 져야 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다. 해당 호텔의 사용자가 ‘권고사직의 통보’라는 방식을 사용한 것은 이러한 법적 부담을 피하기 위함으로 추측된다. 해고와 권고사직의 차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만일 사직을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직서를 작성하는 경우 실업급여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사직의 이유와 조건을 명시한 ‘권고사직서’를 별도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출처=pixnio.
만일 사직을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직서를 작성하는 경우 실업급여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사직의 이유와 조건을 명시한 ‘권고사직서’를 별도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출처=pixnio.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통보하면 노동자는 그만둬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권고사직이라는 단어 속에도 있지만 권고사직의 법적 효력은 결국 ‘사직’이다. 사직이란 노동자의 일방의 의사 표시로 인해 근로 계약이 종료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가 사직 의사를 처리하면 즉시 사직도 가능하다. 사직은 해고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는 차후라도 부당함을 다투기도 어렵다. 권고사직은 회사가 사직할 것을 ‘권고’했다는 것 뿐, 결국 사직을 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주체는 노동자이고 그 책임은 노동자가 진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사직을 ‘권고’할 수는 있어도‘통보’할 수는 없다. 

노동자가 사직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한 권고사직으로 인한 근로 계약 종료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위 사례와 같이 권고사직의 통보를 받게 되는 경우 개별 노동자가 대응하기는 만만치 않다. 권고사직의 외형을 띄고 있지만 사실상 부당 해고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권고사직을 거부했다가 기존의 업무에서 배제된다거나, 적법한 연차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거나, 갖은 핑계를 모아 징계한다거나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권고사직을 받아들이면 구직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퇴사처리를 해주겠다는 회사의 말만 믿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회사에서 ‘자발적인 이직’으로 처리돼 결국 구직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위 사례의 서귀포 호텔의 노동자들은 입사한지 길어야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직 호텔과의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구두상의 계약만 존재했다. 하지만 경험했다 치고 사직서를 제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1개월 넘게 일한 직원의 급여는 아직까지 한 번도 지급된 적이 없었다. 해당 호텔의 취업을 위해 지역을 바꾸어 입도한 노동자도 있었고, 다니던 호텔을 어렵사리 정리하고 출근을 시작한 노동자도 있었다. 도내 호텔 업계의 반복되는 고용 불안을 수 차례 직접 경험한 노동자도 있었다. 한번 경험했다손 치기에는 노동자 각각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상상 이상이었다. 

상담을 온 노동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것을 안내했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순간 바로 사직이기 때문이다.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회사가 통보한 권고사직 날짜 이후는 회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될 것이고 이후 부당 해고 구제 신청으로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호텔이 폐업인지 휴업인지는 법적 대응 절차 과정에서 좀 더 파악해보는 방식을 제시했다. 일하고 받지 못한 임금에 대해서도 체불 임금 구제 제도를 안내했다. 

권고사직 위기에 놓여있다면...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도내업체의 규모를 떠나서 휴업, 휴직 이 늘고 있다는 제보가 많다. 

도내 대학의 개강이 2주씩 연기되면서 모 대학 기숙사 식당 노동자를 대상으로 2주간의 휴업이 결정됐다. 학교에서는 해당기간 중의 휴업수당(평균 임금의 70%지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모 대형 카지노 업장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소규모 호텔들에서는 연차를 몰아서 쓰도록 하거나 연차가 없는 경우 무급 휴직을 돌아가며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제보도 있으나 아직 전체적인 범위와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진 않다. 

그동안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한 경제난을 대처함에 있어서 권고사직은 인력 구조조정의 손쉬운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아직 파악하지 못했거나 향후 이 사태가 지속되는 경우 인력 조정의 방법의 대책으로 권고사직이 거론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만약 갑자기 강제적인 권고사직의 위기에 놓인 경우에는 아래의 점을 유의하면 좋겠다. 

사직의 여부는 노동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만일 사직을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직서를 작성하는 경우 실업급여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사직의 이유와 조건을 명시한 ‘권고사직서’를 별도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일단은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고 가까운 전문가를 통해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유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관련 업계의 경영난이 인력 감축의 방향으로 나아가진 않았으면 한다. 코로나19의 위급 상황이 아니더라도 많은 경우에 권고사직이라는 방식으로 노동자의 노동 인권이 침해되어왔다. 위급 상황을 헤쳐감에 있어서 노동자의 인권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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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4
호구사장 2020-02-20 22:02:15
회사는 아작나던지 상관없구나...
112.***.***.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