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2일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인이 발생 사건 후 1년 지난 시점에야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왔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무기징역이었다.

범행 발생부터 357일간 쫓고 쫓기는 수사와 반박에 재반박을 하는 재판이 이어지면서 범죄와 범죄 혐의자에 대한 대한민국의 제도도 짧은 시간에 급변했다.

▲김선자 연쇄살인 버금가는 여성범죄에 충격...전무후무 정수리 공개 논란 속 머그샷 추진

고유정이 전 남편 살인 혐의로 충북 청주시의 자택에서 긴급 체포 된지 닷새만인 2019년 6월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고유정의 신상 공개를 전격 결정했다.

의붓아들 살인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연쇄살인에 대한 분노 여론이 전국적으로 들끓었다. 1980년말 전대미문의 사건이자 여성 최초의 연쇄살인인 김선자 사건까지 강제 소환될 정도였다.

신상 공개 결정으로 여론은 고유정의 얼굴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언론매체를 통한 공개는 없었다. 고유정이 긴 머리카락을 이용해 철저하게 얼굴 노출을 스스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경찰청 훈련인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16조(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따라 특가법상 요건에 충족된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해당 규칙 제16조 2항에는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없고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 때문에 경찰은 고유정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려도 대응하지 못했다. 신상정보 공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수리 공개’, ‘머리카락 커튼’ 등 제도를 비꼬는 수식어까지 등장했다.

결국 경찰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상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라는 조항에 ‘피의자 얼굴 사진 공개’도 포함하는 머그샷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실종신고에 고유정 경찰 따돌리며 시신 훼손...경찰청 실종사건 대응역량 방안 대폭 손질

고유정 살인사건 수사의 시작은 실종 신고였다. 고유정은 2019년 5월25일 오후 8시10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했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범행 발생 이틀 후인 그해 5월27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튿날 경찰이 고유정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정을 묻자, “전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유정의 말만 믿은 경찰은 강씨의 휴대전화 마지막 발신지를 중심으로 수색 작업에 나섰다. 그 사이 고유정은 시신을 여행용 가방 등에 담아 차량에 싣고 유유히 제주를 빠져나갔다.

초기 대응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청은 실종 사건 접수와 동시에 강력 범죄 연관 가능성을 판단하는 해 초기 대응 속도를 높이는 '실종사건 대응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경찰청은 실종사건에 대한 1차 위험도 판단 시기를 112신고 시점으로 당겨기고 현장 수사 회의와 추가 정보 수집을 거쳐 초동대응팀이 2차 위험도를 판단하도록 했다.

3차 위험도 판단은 최종적으로 각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와 형사과가 합동심의를 통해 정하도록 했다. 이제 실종신고는 물론 단순 가출도 지역경찰과 경찰서 여성청소년과가 합동 대응하게 된다.

경찰청은 실종사건 대응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로 기존 실종 수사 매뉴얼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여성청소년 수사 인력도 증원해 실종 전담팀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시민에게 머리채 잡힌 고유정...교도소 발칵 호송시스템 손질 ‘사상 첫 방청권 배부도’

2019년 8월12일 고유정이 1차 공판을 마치고 법원에서 검찰청 건물을 통해 호송 차량에 오르던 중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머리채가 잡히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사형에 처하라’, ‘혀를 깨물고 죽어라’, ‘살인마’ 등 고성이 터져 나오고 시민들과 제주교도소 호송 인력이 뒤엉키며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사건 후 제주교도소는 호송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호송차량 주변에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도록 후속 조치에 나섰다.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해 검찰 건물 외벽을 추가로 만들기도 했다.

피고인에 대한 호송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교정시설인 제주교도소에서 담당한다. 

제주지방법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방청권 배부도 이뤄졌다. 

재판은 헌법 제27조 제3항과 법원조직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공개가 원칙이다. 법원의 재판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만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제2조 제1호에 따라 법정질서를 위해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방청권을 발행해 소지자에 한해 방청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2019년 8월 첫 재판부터 2020년 2월 선고공판까지 13차례에 걸쳐 모든 재판을 방청권 소지자만 출입시킨채 재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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