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모발서 나온 독세핀 복용 시점 “불확실”...사망 추정시간도 시반으로 추정 “불명확”

직접증거 없는 스모킹건이 결국 검찰의 발목을 잡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구속기소 된 고유정(38)에 대해  전 남편 살인 사건은 유죄로 판단한 반면 의붓아들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20일 무죄를 선고 했다.

고유정은 2019년 3월2일 새벽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현 남편 홍모(39)씨의 친자인 의붓아들(당시 6세)을 침대에서 몸으로 강하게 눌러 질식사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고유정은 자신은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새벽에 안방으로 이동해 컴퓨터를 작동하고 자신의 휴대전화에 접속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이를 스모킹 건으로 내세우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정작 직접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현 남편 모발서 나온 ‘독세핀’ 복용 시점 불확실...알프라졸람과 클로나제팜 성분은 미검출

고유정은 2018년 11월1일 제주시내 한 병원에서 수면제 성분이 들어간 명세핀정을 처방받았다. 검찰은 이 약을 범행 하루 전인 2019년 3월1일 밤 홍씨에게 먹인 것으로 판단했다.

최초 수사를 맡은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2019년 6월3일 홍씨의 모발을 확보해 졸피뎀 검출 유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결과는 불검출이었다.

경찰은 한 달 후인 그해 7월18일 국과수에 독세핀 검출을 재의뢰했다. 그 결과 2019년 6월을 기준으로 4~5개월 이전에 투약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홍씨가 아들이 죽은 후인 2019년 3월22일과 5월31일 두 차례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처방 받아 복용했다는 점이다.  

홍씨에 대한 추가 모발검사에서 독세핀은 검출됐지만 명세핀정과 함께 처방받은 알프라졸람과 클로나제팜 성분은 검출되지 않는 등 약물에 대한 투약 여부와 시기를 특정 짓기 어려웠다.

재판부는 “홍씨가 명세핀정을 복용한 것이 다른 시기는 아닌지 합의적 의심이 든다. 모발 길이도 짧아 독세핀을 투약 시기를 검찰의 공소사실 일시로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망 추정시간 시반으로 추정 ‘불명확’...고유정 사용 PC 기록시간 오류 가능성 의심

검찰은 고유정이 홍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이고 잠에 취하자, 2019년 3월2일 오전 4시부터 6시 사이에 아빠와 함께 자고 있던 의붓아들을 몸으로 눌러 질식사 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고유정은 2019년 3월1일 밤 감기 기운이 있어 다른 방에서 잠에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튿날 오전 8~9시까지 계속해서 잠을 잤다며 의붓아들 사망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밤 사이 고유정이 잠에서 깬 채로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데스크탑PC에 접속해 검색 기능을 사용한 점도 주요 증거로 내세웠다.

반면 재판부는 PC접속 시간이 1분으로 기록돼 있고 인터넷 검색도 이뤄지지 않은 점, 정작 실제 접속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은 점에 비춰 PC 접속 기록 자체의 오류 가능성을 의심했다.

사망추정 시간에 대해서도 의붓아들의 시신에서 나온 양측성 시반의 시간이 학자마다 4시간에서 24시간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이유로 시반으로만 사망 시간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반은 사후에 시체의 피부에서 볼 수 있는 옅은 자줏빛 또는 짙은 자줏빛의 반점이다. 사후에 심장박동이 정지되면 혈액이 중력의 작용으로 모세혈관 내로 침투해 표피 색이 변한다.

▲의붓아들 먹은 감기약에 클로르페나라민 성분 포함...“아빠 몸에 눌렸을 가능성 배제 못해”

검찰은 고유정이 잠을 자던 의붓아들의 몸에 올라 타, 머리를 침대 바닥으로 돌리고 10분간 몸으로 강하게 눌러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의붓아들은 키 98cm, 몸무데 14kg로 또래에 비해 왜소했다. 사망 당시 알레르기성 비염과 피부염, 콧물, 재채기로 클로르페나라민 성분이 들어간 약을 복용했다.

검찰은 키 166cm, 체중 60kg인 홍씨의 다리 등에 눌려 6살의 아이가 질식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의붓아들이 먹은 클로르페나라민 대표적인 부작용이 수면유도인 점에 비춰 홍씨의 다리나 몸통으로 머리나 가슴이 눌려도 적극적인 방어가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고의적인 가해행위가 아니더라도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코와 입이 막히거나 무의식적으로 머리와 가슴이 눌린 상태가 지속돼 사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감정 의견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사후적으로 추론한 것에 불과해 이를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