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관광객 발길이 끊긴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
코로나19 영향으로 관광객 발길이 끊긴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

코로나19로 침체된 제주 관광에 낀 먹구름이 더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청정제주를 강조함으로써 내국인을 중심으로 한 제주 여행심리 회복을 꾀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제주에 발생하면서 관광산업 위기 확산이 현실화 되고 있다. 

21일 제주국제공항 내 해군부대에서 복무하는 장병 A씨(22)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진자 제로' 청정 지역을 유지하던 도민사회의 노력이 허무하게 끝을 맺었다. 
 
지난달 20일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여행심리가 위축, 전국적으로 관광업이 크게 침체됐다.
 
이어 법무부가 ‘제주도 무사증입국불허국가 및 체류지역확대허가 국가 국민’을 지정고시, 지난 4일부터 제주 무사증 입국제도가 일시 중단됐다. 무사증 제도 일시 중단으로 제주 외국인 관광객의 80~90%를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끊겼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2월1일부터 20일까지 46만5554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8만2136명보다 40% 정도 감소한 수치다.
 
올해 2월1일~20일까지 제주 방문 외국인은 815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3558명)의 23%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1일부터 20일까지 제주국제공항 이용객은 96만363명이다. 출발은 47만7482명(국제선 1만8457명 포함), 도착 48만2881명(국제선 1만4438명) 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2월1일부터 20일까지 제주공항 이용객은 총 161만3877명이다. 이중 출발은 79만7437(국제선 6만6004명 포함), 도착 81만6440명(국제선 6만5150명)이다.
 
제주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청정 지역임을 강조하면서 위축된 여행심리 회복을 꾀해왔다.
 
그래서인지 제주공항 이용객은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2월5일 4만2724명(도착 1만7504명)수준에 불과했지만, ▲10일 4만2724명(도착 2만911명)에서 ▲15일 5만4700명(도착 2만9817명) ▲20일 6만362명(도착 3만1537명) 등이다.
 
제주가 코로나19 청정 지역이고,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관광객 발길이 끊긴 점 등이 알려지면서 제주 방문한 관광객 조금이나마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으로 가득했던 평소와 달리 21일 한산해진 수목원테마파크 주차장 모습.
평소 평일과 휴일 구분할 것 없이 방문객 차량으로 가득했던 제주시 노형동 소재 수목원테마파크 주차장이 21일 오후 텅비어 있다.  

최근 관광업계는 성명서와 입장문 등을 통해 자체적인 방역 등 자구 노력으로 코로나19 청정 제주를 유지하면 끊겼던 관광객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서로를 다독여 왔다. 

하지만,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공든 탑이 무너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찾은 제주 도심지 관광지 수목원테마파크는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했던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수목원테마파크는 다양한 메뉴의 푸드트럭과 예쁜 조명, 박물관 등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코로나19로 관광객 발길이 뜸해졌다.  

같은 날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의 '닭모루'도 비슷했다.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걸으며 청정 제주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닭모루는 제주의 숨은 명소로 이름을 알리면서 평소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날은 달랐다.

닭머르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고모(37)씨는 "평소였다면 수십대의 차량이 도로에 주차될 정도로 사람이 많이 찾았다.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보도되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오늘 커피숍 손님도 평소의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항공과 숙박 등 예약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오늘(21일)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올봄 제주에서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타지역 학교에서 취소 문의도 해왔다. 코로나19 청정 지역이라서 제주 수학여행을 계획했지만,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취소를 논의중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제주시 이호동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신모(32)씨도 그나마 남아있던 예약마저 취소됐다고 토로했다. 
 
신씨는 "오늘 오전 9시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예약 취소 전화만 10통 넘게 받았다.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컸다. 2월 예약은 모두 취소됐고, 3월 말까지 예정됐던 예약도 취소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석 제주도관광협회장은 현재 관광업계의 분위기를 “막막한 상황”이라고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부 회장은 “코로나19 청정 지역임을 강조하면서 제주에서 예정된 각종 행사나 연수 등을 취소하지 말아달라고 전국 관광협회에 요구했는데, 결국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제주에서 더 확산되면 제주 관광업계는 정말 무너질 수 있다.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며 “어제(20일)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3만명을 넘으면서 조금씩 회복되는 줄 알았는데, 코로나19가 제주에서 더 확산되면 관광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청정 지역을 유지하던 제주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제주의 생명산업인 관광업계가 코로나 쇼크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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