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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 행사 모습. 제공=서귀포문협. ⓒ제주의소리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지부장 안정업, 서귀포문협)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서귀포항 여객선 터미널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스물 한 번 째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 행사를 전격 취소한다고 24일 밝혔다.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는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열린 예술 행사다. 한반도의 봄이 국내 최남단 서귀포에서 시작됨을 알리고, 문화도시 예향 서귀포의 아름다움을 전국에 소개하는 취지다. 

대신 서귀포문협은 오승철 시인의 봄을 여는 시 ‘칠십리를 여는 봄’을 행사 대신 발표했다. 서귀포문협은 “봄바람이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면서 코로나 19로 위축된 지역경제에 희망의 봄기운이 돋아나고, 바다 건너 육지로 북상해 국민의 가슴속에도 봄의 향기가 가득한 희망을 그려낸다. 시베리아 골짜기의 이름 모를 들꽃을 피우는 봄으로 승화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시 작품에 담긴 염원을 설명했다. 

칠십리를 여는 봄
오승철

어디까지 왔나? (아직까지 멀었다)
어디까지 왔나? (아직까지 멀었다)
마라도 지귀도 돌아 섬 몇 개 흘리는 봄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을 따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따겠니? 따겠니? 따겠니? (개똥이 꽃을 따겠다 따겠다 따겠다)
드릴 게 빈손이온데 제 이름 부르시다니요

방 안은 송구해서 바다로 나왔습니다
묵정밭 갈아엎듯 세 척의 발동선이
탕탕탕 하얀 속살로 갈아엎는 서귀포 바다

마중 나가 싣고 온 수선화며 오곡백과
새봄을 선물하자 희망을 선물하자
한반도 봄소식으로 평화의 꽃 피우자

어디까지 왔나? (아직까지 멀었다)
어디, 어디, 어디까지 왔나? (왔다, 왔다, 다 왔다~!)
칠십리 풍각쟁이로 풍작풍작 오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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