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수눌음정신 필요...'장수'도 쌩쌩해야 

사진 설명.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번 전쟁에서 이기려면 도민 개개인이 방역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못지않게 리더십의 역할도 중요하다. ⓒ제주의소리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 19는 이미 육지부에선 지역사회 전파 수순에 접어들었다. 확진자와 접촉자, 그 동선만 피하면 되는 단계를 벗어났다는 얘기다. 마치 좀비라도 만난 듯 이제는 괜히 서로를 멀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다.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들이 오히려 섬뜩함을 자아내는 영화 인베이젼을 떠올려보라. 보균자가 누군지 모른다는 점은 공포를 유발한다. 그럼에도 보균자와의 접촉을 완벽히 차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도 없다.  

물론 지나친 공포는 금물이다. 사태 해결에 필수적인 사회적 연대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방심도 경계 대상이다. 결국 개개인이 방역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중앙정부나 의료진 만으로는 힘에 부친다. 

전국적으로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상황에서 지자체의 선제적인 역할도 절실하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허비할 시간이 없다. 시·도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 중앙의 지침만 기다려서도 안된다. 긴급행정명령을 발동한 경기도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 하다.   

위기 경보 단계를 격상한 정부에 발맞춰 제주도가 24일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제주 첫 확진자가 발생한 21일 비상사태 선포에 이은 두 번째 담화문이다. 전시에 준하는 비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그동안 제주도는 비교적 선방했다. 사태 초기부터 정부 방침 이상으로 강도높게 대응해왔다는 제주도의 입장에 공감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는 육지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청정 이미지만 무너지는게 아니다. 장기화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점차 왕래가 줄면서 서서히 고립되어가는 듯한 광경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아직까지 제주에선 지역전파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2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2건 모두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치사율 대신 빠른 전파력으로 무장한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 방역망을 언제 뚫을지 모른다. 전쟁 포고가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다. 

차단 방역이 시급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담화문에 나왔듯이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의료진, 격리시설 등은 무한정 늘릴 수 없다. 의료자원의 적절한 배분이 중요하다. 제주도가 코로나 19 확산 정도에 따라 격리시설을 추가로 확보하는 이른바 플랜 B, 플랜 C를 마련해놓았다는 얘기가 들린다. 당장 제주대병원 내 음압병동 확충은 계획대로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자고로 제주는 수눌음 정신으로 빛나는 고장이다. 수눌음은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상부상조의 결정체다. 과거 4.3의 폐허 속에서 제주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각자도생 식으로는 안된다. 

비상시국이다. 이 판국에 공포를 조장하는 행위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OO가 코로나로 쓰러졌다’는 가짜뉴스가 제주에서도 나돈다니 안타깝다. 유언비어는 바이러스 보다 무섭다. 코로나 관련 공문서를 공무원이 유출한 것도 기가 찰 노릇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누구보다 장수가 쌩쌩해야 한다. 충무공이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리더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인 원희룡 지사가 확진자와 접촉한 심재철 원내대표 옆자리에 앉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발적 격리에 들어갔다. 부디 무탈하길 바란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이끌 장수는 있어야 하지 않나. 

이참에 원 지사도 코로나 정국에서 만큼은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삼가면 어떨까. <논설주간 /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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