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사목서한 발표, 장례-혼인 미사 최소화 당부

천주교 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지역 내 모든 미사를 중단하는 내용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제주교구 지침'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방역당국, 진단과 치료의 최전선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의료진, 대응지침 준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새로운 긴장 속으로 접어들었다"며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사제단이 중지를 모아 지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교구 내 모든 본당과 기관의 성당은 27일부터 3월7일 저녁 미사 전까지 10일 동안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중지하고 회합이나 행사도 중단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장례미사는 가족과 위령회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도록 하고, 장례기간 중에는 조문객을 받거나 조문객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 혼인미사도 양가 가족을 중심으로 최소화해 거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사순절 사목서한을 통해 "그동안 우리는 근래의 오래지 않은 기간 중에 다양한 재앙을 겪어왔다. 해마다 발병하는 구제역, 조류독감, 사스(SARS), 신종플루, 메르스(MERS) 등을 일으킨 변종 바이러스들은 현대 의료계의 역량과 기술의 한계를 넘어 우리를 위협했다"며 "이러한 질병들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희생과 고통을 안겨줬으나 돌이켜보면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았음에도 얼마 후에는 차츰 잦아들었다"고 했다.

이어 "현 사태에 대한 지나친 위기의식과 공포심의 조장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전염병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과 혐오 바이러스의 심리적 증식"이라며 "혐오는 차별을 가져오고 차별은 폭력으로 발전한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대면하며 심리적 패닉 상태에 휩쓸려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고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비난하고 배척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말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사순절을 맞는 그리스도인은 우리가 당면하는 오늘의 이 현실을 우리 신앙 안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소화할 것인가 깊이 성찰하고 마음속에서 되새기면 좋겠다. 사순 기간에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오늘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고 함께 걷는 새로운 길을 찾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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