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32. 야생동물 섭취·접촉, 전염병 감염 위험 높여

출처=칠병관리본부.

중국의 연간 90조 규모의 사업이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바로 중국 야생동물 산업이다.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16차 회의에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연기됐다. 이 뿐만 아니라 이날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전면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제까지 중국의 현행 야생동물보호법상에는 국가에서 지정한 중요 야생동물과 불법적인 유통 과정을 거친 야생동물만 식용과 거래를 금지했으나, 이번 결정으로 그 범위가 전체 야생동물로 확대된 것이다. 또한 결정된 그날 바로 즉시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감염원이 우한의 화난 수산물 시장의 야생동물인 박쥐에서 시작되어 멸종위기에 있는 포유류 천산갑이 중간 숙주가 되어 사람에게 전파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과 동물을 모두 감염시키는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야생동물로 만든 요리를 먹는 식습관과 직접 접촉하는 행위를 하는 인류에게 인수 공통 전염병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WHO는 최근 50년간 새로 발생한 전염병의 70% 이상이 인수 공통 감염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감염 질환의 증가는 식용 의복용 실험용 오락용에 사용되어지는 야생동물 매매, 가축의 집단 사육, 사람과 동물 접촉의 기회 증가를 꼽고 있다. 현재로선 사람 간 전파는 주로 감염자의 기침에 의한 호흡기 비말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하나 동물과 사람인 경우에는 단순한 접촉만으로도 병원체 감염은 가능하다. 

야생동물 뿐만 아니다. 가축을 먹고 가까이 할수록 인류는 숙주가 될 환경에 쉽게 노출된다. 인류 근대사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홍역, 결핵은 소의 산물이고 인플루엔자와 백일해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역시 돼지로부터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 역사적으로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켰던 질병들 중 대다수는 동물로부터 유래된 변종 바이러스인 경우가 많았다. 

생리학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에서 애초에 야생동물을 길들여 가축화시키는 과정에서 동물과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특정 동물에게만 기생하던 바이러스나 미생물들이 인간에게 감염이 가능한 변종을 만들어냈다고 보고 있다. 

야생동물 뿐만 아니라 우리는 지구의 공동 거주자인 모든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지금 바로 말이다. 출처=PETA 인스타그램

물론 치사율이 30%에 이르는 최악의 천연두 바이러스도 18세기 말에 개발된 백신 때문에 1980년 지구상에서 종적을 감췄고, 세계적으로 8098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을 희생시킨 사스도 9개월 만에 지구상에서 영원히 퇴출 되었다. 그러나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전히 존재하고 다시 새로운 이름의 바이러스가 단기간에 모든 것을 마비시키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19 확산 타격이 심각한 중국의 입장에서 야생동물 산업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약 90조에 이르는 중국의 경제를 고려해 볼 때 즉각적인 타격은 불가피 하다. 

홍콩 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터(SCMP)는 2017년 중국공정원이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야생동물 산업분야에 약 1400만명의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으며, 이 중 760만 명 정도가 모피와 가죽 산업에 일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 경제 규모는 약 3900억 위안으로 추정된다. 또한 약 620만 명 정도는 야생동물 사육과 식용 가공업 관련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야생동물 사육이 주요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은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자고 일어났더니 한 순간에 그들의 생업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예상되는 지역적 마찰과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류가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고, 지난 역사의 경험에서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미래의 전염병을 예방하는 첫 단추를 이제 막 끼웠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전, 지난 1월 13일 제주도내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 (사)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등 제주도내 7개 생명권단체에서 제주도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도내의 크고 작은 규모의 20여개 동물체험, 동물전시, 동물쇼 시설에 학생들이 현장체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위험성을 알리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청하였다. 출처=(사)생명환경권행동 인스타그램
이제까지 헤아릴 수 없는 협상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감염질환 원인, 증가요인 또 앞으로 예견될 수 있는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 위험 등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뼈아픈 고통으로 그 무엇보다도 생명이 우선되는 정책이 지금 바로 도입되어야 한다. 우리 미래세대에 더 이상 절망을 물려줄 수 없다. 사진 출처=PETA 필리핀 지부 인스타그램

사실, 어디 중국뿐이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식용, 약용을 위한 야생동물의 불법적인 포획과 거래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야생동물카페, 체험 동물원에서 아주 쉽게 야생동물과 접촉하고 있다. 야생동물과 직접 접하는 행위를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변종 바이러스들과 한 발짝 멀어질 수 있다. 또한 오로지 인간의 유희만을 위한 야생동물 쇼, 새롭게 추진하려 하는 동물원인 야생동물 전시장,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 이 모두는 즉각적으로 중단되어야 한다. 

야생의 박쥐와 평화롭게 공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에게 감염력이 없다. 코로나19인 경우는 천산갑의 세포 속에 일부의 유전물질이 교체되어 인간을 괴롭히는 변종 바이러스가 된 것이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언제나 힘겹기만 하다. 과거와 현재의 인류의 삶의 방식이 현재의 상황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듯이, 미래의 전염병을 막기 위해 이제 우리가 응답할 차례다. 

#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의 연설이다. 마지막에 ‘달려가 사랑으로 구하라. 그러면 평화가 따를 것이다.‘ 그의 형인 영화배우 리버 피닉스의 시구절에 호아킨 피닉스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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