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이용시설 코로나19 사각지대...교육당국도 "뾰족한 수 없어" 끙끙

26일 오후 찾은 제주시 일도동 소재 모 PC방. 이용객들로 가득 찬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26일 오후 찾은 제주시 일도동 소재 모 PC방. 이용객들로 가득 찬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26일 오후 찾은 제주시 일도동의 한 PC방. 청소년으로 보이는 5명의 무리가 내부로 들어섰다가 곧 발길을 돌렸다. 2~3명씩 나란히 앉을만한 자리가 남아있지 않은 탓이다.

근처에 학원가가 형성돼 있는 이 곳은 PC방 역시 몰려있는 지역이지만, 길 건너 PC방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드문드문 빈 자리가 있었지만, 많은 자리가 채워져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학원가가 문을 걸어잠근 반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다중이용시설에는 갈 곳을 잃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제주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명이 발생하며 방역에 대한 긴장감은 드높아지고 있지만, 곳곳의 다중이용시설은 사각지대로 방치된 듯한 모습이다.

PC방의 자리를 차지한 이들 중 열에 아홉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휴대폰 옆에 검정 마스크가 놓여있는 것으로 미뤄 외부활동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가 실내로 들어와서는 벗어둔 것처럼 보였다.

A(17)군은 "게임을 하다보면 겜톡(음성채팅)을 사용할 수 밖에 없어서 마스크를 쓰면 불편해서 벗었다"고 했다. 옆에서 같은 게임을 즐기던 A군의 일행 역시 "동네 PC방까지 코로나가 퍼질 정도면 어차피 뭔 대비를 해도 걸리지 않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아이들의 출입이 잦은 PC방 등의 이용 자제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교사들이 PC방에 학생들을 잡으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실상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 밖에 없다. 

PC방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이 크다. 그나마 낮 시간대에 청소년들이 조금 찾는 정도인데, 밤이 되면 3분의 1 수준 이상으로 준다"며 "오는 손님을 막을 수야 있겠나. 손세정제를 비치하고, 손님이 자리를 비우는 즉시 소독제를 뿌리는 등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걸어잠근 제주시 소재 모 학원.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걸어잠근 제주시 소재 모 학원.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걸어잠근 제주시 소재 모 학원.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걸어잠근 제주시 소재 모 학원. ⓒ제주의소리

통칭 '코노'로 불리는 코인노래방 역시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제주시 이도동 소재 코인노래방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청소년보다 대학생이 주 고객층인 이곳도 코로나19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지만, 2~3명씩 무리지어 다니는 청소년들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반면, 학원가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이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일일상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6시 기준 도내 학원 총 1534곳 중 756곳이 휴원했다. 절반 가까이 문을 걸어잠근 셈이다. 교육당국의 휴원 권고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인 학부모들의 요구에 의해 휴원을 결정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학원가의 분위기다.

제주시 연동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학원은 한 달 벌어서 한 달 살아가는 구조다. 한 달만 쉬어도 타격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며 "교사의 수가 많은 학원일수록 피해는 더욱 커진다"고 토로했다.

차마 휴원을 결정하지 못한 학원도 말 못할 고충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학원이 먼저 휴원을 결정하면 수강료를 돌려줘야하고, 학부모가 제 풀에 지쳐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수강료는 보전된다. 웃지 못할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곳도 더러 있다"고 했다. 실제 지역 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휴원을 결정하지 않은 학원을 힐난하는 글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인근에 위치한 학원들의 동태를 살펴야 하는 애로사항도 들려왔다. 

이도동에서 교습소를 운영하는 E씨는 "휴원을 하고 싶어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학부모의 요청 때문에 문을 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근처 학원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도 많다. 만약 먼저 휴원을 결정했다가 학생을 근처 다른 학원으로 빼앗길 염려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기회로 생각하는 곳도 있더라"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 코로나19대책본부 관계자는 "각급 학교와 가정에 대해서도 다중이용시설 출입 자제 권고를 하고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뾰족한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학원의 경우 자발적으로 휴원에 동참해줬지만, 일일이 PC방까지 이용 자제를 시킬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더 홍보하고 가정 차원에서도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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