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숨은 영웅들] (3) 제주 의료진-보건소, 비상대기조에 특별근무반 편성

지난달 20일 코로나19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군 장병을 제주대병원으로 이송한 제주보건소. 일부는 군 장병을 병원에 인계하고, 나머지는 곧바로 현장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대병원으로 후송된 군 장병은 이튿날 새벽 제주 코로나19 첫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0일 코로나19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군 장병을 제주대병원으로 이송한 제주보건소. 일부는 군 장병을 병원에 인계하고, 나머지는 곧바로 현장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대병원으로 후송된 군 장병은 이튿날 새벽 제주 코로나19 첫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 내용 중)

지난달 21일 새벽 제주에서 군장병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코로나19 청정'을 유지하던 제주가 뚫렸다. 이튿날인 22일에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더 이상 제주는 코로나19 안전지대가 아니다. 3월2일에도 대구에서 제주에 온 40대 여성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주도가 관리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 모두 대구가 고향이다. 휴가차 고향 대구를 다녀왔거나 대구에서 제주에 여행온 뒤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을 통한 2차 감염 사례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는 일선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처한 보건소 직원들과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차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 사실상 지역 감염이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2차 감염을 막는 것이 전염병 예방을 위한 최우선 정책인 셈이다.
 
휴일인 1일 늦은 오후시간이지만, 제주보건소는 코로나19 긴급 대응을 위해 직원들이 상시 근무중이다.
휴일인 1일 늦은 오후시간이지만, 제주보건소는 코로나19 긴급 대응을 위해 직원들이 상시 근무중이다.

▲ 최일선 보건소는 24시간 가동중...비상대기조 편성에 비상소집도

보건소는 비상대기조를 편성해 24시간 운영에 들어갔다. 기존 업무는 최대한 미루고,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 1번 확진자의 경우 제주국제공항에 있는 해군부대 장병이라서 제주 입도 후 제주시 용담동 부대 앞 편의점에만 들리고, 곧바로 부대로 복귀해 이동경로가 짧다.
 
반면, 2~3번 확진자는 이동경로가 상대적으로 길었다.
 
지난달 13~16일까지 고향 대구를 방문했던 제주 2번 확진자 서귀포시 WE호텔 근무자 A(22.여)씨는 16일 제주에 입도해 대중교통과 대형마트, 숙소 인근 주점 등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대구가 고향인 3번 확진자 B(48.여)씨는 지난다 23일 제주에 입도해 조천읍 일대에 머물며 식당, 커피숍 등을 이용하다 대구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후 직접 제주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전 직원을 투입해 확진자 이동경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접촉자 명단 작성, 방문장소 방역, 자가격리자 격리 통지서 작성 등을 하루만에 마무리했다.
 
현재 도내 보건소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대응으로, 주간에는 전 직원이 근무하고 야간에는 역학조사원, 유증상자 환자 이송 담당, 행정요원 등 5~7명을 비상대기조로 편성됐다. 비상시에는 전 직원이 출근하는데, 부족한 인력 속에서 최적의 효율을 내기 위해서다.
 
고인숙 서귀포보건소장은 “비상 상황에는 전 직원을 소집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구를 방문했거나 확진자 이동경로를 거쳤던 도민들이 불안해하면서 코로나19 검사를 원하는 도민들이 많이 늘었다. 도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에게는 체력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대응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며 “밤샘근무를 하더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고 소장은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자가 격리자로 분류된 사람이 격리를 거부하는 일이 가끔 있는데,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대병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직원 모두가 보호복을 입고, 2교대로 코로나19 유증상자에 대응중이다.
제주대병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직원 모두가 보호복을 입고, 2교대로 코로나19 유증상자에 대응중이다.

▲ 코로나19 확진자 모두 제주대학교병원서 치료중...2교대 12시간 근무 편성 

제주에 코로나19 선별진료소는 제주도와 보건소, 감염병관리지원단 등과 24시간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제주대학교병원, 한라병원, 한마음병원, 한국병원, 중앙병원, 서귀포열린병원, 서귀포의료원 등이다. 최근에는 도내 보건소들도 선별진료소로 지정됐다.

 
제주도는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된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의료원, 서귀포의료원에 병동을 비워 음압, 격리 또는 일반병실을 확보하도록 하는 '소개 명령'까지 내린 상태다. 확진자가 더 발생할 경우 음압병상이 부족할 수 있는 상황에 미래 대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 중앙병원은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비호흡기질환과 분리된 호흡기 환자 전용 외래·입원 진료구역을 운영하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한마음병원도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재 제주지역 코로나19 확진자 3명은 제주대병원 음압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음압병동은 제주대병원에 위치했지만, 별도의 출입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존 병원과 완전히 분리됐다.
 
제주대병원은 음압병동을 1일 3교대, 선별진료소를 2교대로 운영중이다.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 선별진료소인 제주대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았던 사람은 1일 5~10명 수준이었지만, 확진자 발생 이후 1일 40명까지 늘었다.
 
제주대병원 선별진료소에 배치된 김영림 제주대병원 간호과장은 병문안 자체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과장은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관련 문의가 폭증했는데, 가끔 코로나19와 관계없는 내용을 문의하는 전화도 있다. 또 일부는 짜증을 내 전화상담을 담당하는 간호사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19 병원내 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진 모두가 보호복을 입어 음압병상에 출입해야 하는데, 보호복을 입고 벗는데만 40분 넘게 걸린다”며 “일부는 코로나19 병상을 관리하는 의료진을 ‘숙주’처럼 생각하기도 해 속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 정말 응원 한마디가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병문안을 자제해달라.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다보니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거듭해서 도민사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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