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인간] 41. 감기(The Flu), 김성수, 2013.

영화 ‘감기’의 한 장면.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감기’의 한 장면. 출처=네이버 영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2011)은 감염을 통한 일상의 공포를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2016)에서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가 되었다. 14세기 유럽은 페스트가 퍼져 공포에 떨었다. 인류는 이 바이러스와 끊임없이 싸워왔다.  

영화 ‘감기’를 뒤늦게 봤다. 지금 상영되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을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는 걸 꺼리는 요즘이기에 장담하지 못한다. 물론 영화 ‘감기’를 제작한 까닭도 조류독감, 구제역 등의 전염병이 번지는 모습을 목도한 공포에 기인한다. 메르스. 신종플루,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등 감기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키며 확산되곤 해왔다. 

폐렴 자체가 무서운 병이다. 지금 온 나라가 이렇게 비상체제인 것은 아직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항체를 형성하게 하는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공포와 괴담과 이 상황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몰지각이 횡행할 것이다.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정박하지 못한 채 바다를 떠돌았다. 공포의 유람선이 된 그 배의 이야기를 목도하며 몇 년 안에 영화로 만들어질 거라 예상되었다. 발 빠른 영화 제작사에서는 이미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을 것이다. 폴 앤더슨의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 1997).’ 실종된 탐사선이 7년 만에 다시 나타나자 공포가 시작된다. 

감염자는 물론이고 감염지역에 다녀온 사람들도 격리된다. 영화 ‘감기’에서는 우한이 아니라 분당이 봉쇄되었다. 군사작전통제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분당의 감염자들을 차단하기 위해 폭격기 출격을 감행한다. 영화이기에 비약이 심한 점도 있지만, 그런 비극을 여기 제주에서 겪었다. 4․3. 사회주의가 전염병처럼 번진다고 생각한 권력자들은 이데올로기 감염자나 그의 가족들, 마을 사람들을 그 지역에 살았다는 이유로 사지(死地)로 밀어 넣었다. 아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않았다.

항체가 형성되어야 이 공포가 끝난다. 격리만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항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의학적 지식이 없는 내가 할 얘기는 아니지만, 일단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아닐까. 백신과 치료제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우리에게는 기다림의 자세가 필요하다. 폐렴이 유행할 때도 건강한 사람은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다. 

신종 바이러스 출현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독감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로 정치 싸움을 하는 정치인들은 얼마나 유해한 존재들인가. 바이러스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바이러스를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계산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병 든 사람이다. 그런 정치인이야말로 내란선동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마음의 질병관리본부부터 건강해야 항체가 형성될 수 있다. / 현택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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