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숨은 영웅들] (1)선별진료소-보건환경연구원-역학조사관의 사투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40여일이 지났지만 감염자 증가폭이 오히려 늘면서 전국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제주에서도 2월21일 대구로 휴가를 다녀온 군인이 첫 확진자가 되면서 청정지역이라는 수식어는 사라졌다. 이튿날 호텔 직원까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도내 확진자는 2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의 중심지로 지목된 대구·경북지역 방문자가 생겨나고 신천지 교인 명단까지 공개되면서 도내 코로나 검사대상도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도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이들이 있다. 감염의 위협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숨은 영웅들의 현실을 들어다 봤다.

▲선별진료소 ‘24시간 꺼지지 않는 불’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

제주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제주대학교병원 선별진료소에는 하루 4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보건소에서도 코로나 검사가 시작됐지만 업무량은 변함이 없다.

선별진료소는 응급실과 분리된 별도의 진료 시설이다. 코로나 감염증 의심 환자가 의료기관 출입 전에 진료를 받도록 하는 간이 공간이자 최일선 현장이다.

체온 측정과 증상 확인 등 역학조사에서 의사환자나 유증상자로 분리된 경우 선별 진료소로 향하게 된다. 검사가 끝나면 자가격리 되고 1차 코로나 양성 판정 여부를 기다리게 된다.

제주대병원 선별진료소에는 의사와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6~7명이 24시간 교대하며 항시 대기하고 있다. 방문자가 많을 때는 최대 12시간 쉬지 않고 근무해야 한다.

1명당 검사 시간만 40~50분씩 소요돼 검사 대상자가 밀려들면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다.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점심시간을 건너뛰는 일도 다반사다.

“사람은 밀려들고 특수복장까지 착용해서 화장실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해요. 그래서 물도 안 먹어요. 매일 아침 습관처럼 먹던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먹는 일도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근무자들은 우주복과 비슷한 전신보호복(레벨D)과 N95 마스크, 고글과 장갑 등을 착용해야 한다. 30분만 지나도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진료를 거부하거나 증세도 없이 검사를 요구하는 민원인들도 상대해야 한다. 검사 기준에 합당한 유증상자를 우선 진료하고 나머지는 일반진료로 안내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선별 기준이 되는 정부 지침도 수시로 바뀌면서 내용이 변경될 때마다 이를 충실히 설명해야 한다. 정신병동에서 이송된 환자가 방문할 경우 현장은 초긴장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무턱대고 검사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기준과 방식을 일일이 설명해야합니다. 당사자도 답답한 마음이 있겠지만 지침과 기준을 지키며 이해시키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병원에서도 매일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철저한 방역을 하고 있으니 의료진을 믿고 안내에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보건환경연구원 ‘바이러스와의 사투’

“신경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죠”

선별진료소를 통해 의사환자로 분류되면 검체 검사를 실시해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도내 검사 기관은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과 제주대학교병원, 한라병원 등 모두 3곳이다.

도보건환경연구원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면서 4명이던 연구 인력은 최근 8명으로 늘었다.  

2월21일과 22일 제주에서 연이어 확진자가 나오면서 검사의뢰가 급증했다. 연구진은 검체를 전달받으면 밀폐된 연구실에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소독 작업을 진행한다.

“연구실은 보건환경연구원 내부 직원들조차 들어갈 수 없는 구역이예요. 실험장비가 오염되면 모든 검사가 양성으로 나올 수 있느니 단계마다 일일이 멸균 작업을 진행합니다. 연구원들의 신경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죠”  

소독이 끝나면 감염 사고를 막기 위해 유전자 정보만 남기고 바이러스를 죽인다. 사멸된 바이러스는 추출 장비를 통해 핵산(RNA)만 분리된다. 이후 유전자 증폭검사(PCR)를 거치면 결과가 나온다.

검사 준비에서 발표까지 꼬박 4시간이 걸린다. 추출장비 1대당 한 번에 최대 6개의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다. 추출기도 단 1대에 불과해 검사 의뢰가 밀려들면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된다. 

“24시간 2교대로 근무하는데 확진자가 나온 이후에는 오전 9시에 출근해서 꼬박 24시간 근무하고 다음날 아침 9시에 퇴근한 적도 있어요. 코로와 함께 피곤함과도 싸우는 중입니다”

한번 검사가 시작되면 가동된 장비는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 제주도에서 긴급 검사를 요청해도 검사 발표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사 시간이 지체되고 연구원들의 정신적·육체적 피로도가 쌓이자 제주도는 재난기금을 긴급 투입해 유전자 추출기와 분석기를 추가로 구입했다. 유전자 분석기는 1대당 가격만 1억5000만원에 달한다. 

“유전자 추출기 2대와 분석기 3대 설치가 끝나면 하루 처리 능력이 100명으로 늘어납니다. 2015년 매르스 사태 이후 도내 감염관리 기능은 계속 좋아지고 있어요. 어서 빨리 코로나도 종식돼 도민 모두 일상생활을 되찾길 바랄 뿐입니다” 

▲역학조사관 ‘전염병 차단 최전선의 판단자’

확진자가 나오면 역사조사관이 가장 먼저 현장으로 향한다.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전후관계를 확인하고 신속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선택이 빠를수록 대응도 빨라진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이 확인될 경우 역학조사를 벌여 방역 대책을 세우는 전문인력이다. 발생 원인과 특성을 추리고 확진자의 동선도 가장 먼저 조사해 접촉자 범위도 특정해야 한다.

“의사환자로 분류하면 격리가 될 수 있으니 그만큼 신중해야 합니다. 상황과 케이스가 저마다 다른데 그럴 때마다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스트레스죠”

상시 업무를 맡은 도내 역학조사관은 의사 2명과 간호사 3명 등 모두 5명이다. 일반 행정요원 2명도 제주감염병 관리지원단에서 자료분석과 기술지원으로 역학조사관들을 돕는다.

이들 근무 역시 밤과 낮이 따로 없다. 보건환경연구원의 확진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현장에 나갈 수 있도록 대기해야 한다.

도내 두 번째 확진자가 나온 2월22일에는 오전 7시 출근해 전날 발생한 군인 확진자를 조사했다. 이 와중에 WE호텔 확진 결과가 나오면서 이튿날 새벽 3시 차를 몰아 서귀포시로 향했다.

두 번째 확진자의 근무지와 숙소, 동선을 확인하고 제주시로 돌아오니 오전 7시가 넘었다. 24시간 내내 잠 한숨 못자고 현장 확인을 벌였다. 식사도 제 때하지 못해 속까지 쓰릴 지경이었다.

도내 역학조사관 5명이 지금까지 만나며 조사한 인원만 1000명을 훌쩍 넘는다. 이 과정에서 조사를 위한 확진자와의 만남도 피해갈수 없다. 감염을 막기 위해 순간순간 복장을 갖춰 입는 일도 잊어서는 안된다.

확진자가 지나온 모든 동선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감염 위험지도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 역학조사관들의 숙명이다. 최근 공중보건의 5명이 긴급 투입되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역학조사관은 상황이 터질 때마다 신속하게 회의를 열어 결정을 내립니다. 매르스 사태때에는 사실 허우적거리기도 했죠. 이후 대응 체계가 마련돼 대처능력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도민들도 보건당국을 믿고 개인위생에 철저를 기하면 코로나 종식 시점도 앞당겨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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