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3) 필요와 착취 사이에 놓인 미등록 외노자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이주-난민인권분과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를 다룰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을 중심으로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제주사회의 핵심적인 노동층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에 대한 불안정한 체류지위는 제주지역사회의 노동환경을 위태롭게 만들 뿐 만 아니라 전체 제주산업의 근간도 흔드는 대표적인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이들의 체류지위를 개선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단순히 제주노동시장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침입이거나 제주산업의 비용 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 파악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들의 지위를 안정시킴으로서 제주사회의 안정과 산업의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고, 사회 구성원이면 그 누구라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인권의 섬 제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중순경, 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한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쳤다. 낙상사고로 팔과 얼굴에 중대한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당연히 농장주는 그를 병원으로 옮겼고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 문제는 그가 최종 이송된 병원이 제주시내 유명한 모 병원이었고, 이 병원은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매우 고약했다는 것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외과적 치료 상황에서 CT검사 등 기본 검사와 팔 깁스 등 치료비, 입원료 등을 포함해 1천만 원 가까운 진료비를 청구한 것이었다. 이 병원 측은 얼마 전에도 미등록 외국인에 대해 과도한 진료비를 청구하여 이주민 지원 단체와 마찰을 빚은 적이 있던 차였다.( "맹장수술비 1000만원... 95년생 미등록노동자의 눈물“, 제주투데이 2019.12.20. ) 과거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불만에 이번에도 에누리 없이 미등록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관광객 의료 숫가(보험급여부분의 2.5배, 비보험급여부분 1.5배)를 적용하였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거의 400여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부담해야 했다. 일부 병원에서 이렇게 고약한 행태가 불쑥 발생하는 것도 문제지만, 일부 제주지역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필요할 땐 이용하고, 어려워지면 합법이라는 절차를 통해 이들을 심하게 착취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금 현재 제주지역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는 1만4000여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제주도내 등록 이주노동자 수의 3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제주 산업에 뿌리내린 이주노동자, 언제까지 외면할텐가”, 제주의 소리 2020.01.01. ) 이미 제주의 모든 산업 현장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제외해버리면 전체 산업 자체가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그리하여 제주외국인청도(법무부 산하) 지역내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양성화 작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불안정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체류지위를 개선함으로서 전반적으로 사회안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제주도정도 제주산업의 비용지출 절감과 제주산업 특성인 계절성 노동으로 인한 심각한 노동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농작물 수확 작업이 한창인 제주 읍면지역의 밭. 현장에는 모두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농작물 수확 작업이 한창인 제주 읍면지역의 밭. 현장에는 모두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과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 여전히 체류지위가 불안정한 상태이다. 일부 국가의 노동자들은 자체적으로 조직을 결성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자체적으로 옹호하려고 하고 있으나 법적 관할이 없는 사적 조직이라 자칫 취약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력 중간착취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반대의 경우, 한국인 고용주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하여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되기도 한다. 필요하고 피할 수 없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위 병원의 사례처럼 어느 순간, 합법이라는 명분으로 불쑥 떠오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의식이 존재하는 한 제주사회의 불안정성은 지속될 가능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유엔 국제 이주기구( http://iom.or.kr )는 ‘국내외 이주를 포함한 전 세계 이주자의 수는 현재 10억 명에 이르고 이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의 7명 중 1명이 이주자’라고 밝히고 있고, 이주의 원인과 현상도 매우 다양하다고 밝히고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주분야에 있어서 인권 가치의 개진과 다문화 정책이 가져오는 현실적 어려움과 국내에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극심한 반대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이미 그 논쟁은 끝이 난 것

으로 보아야 한다. 유엔국제이주기구의 언급처럼 세계는 이미 이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빠른 정보의 유통과 대규모 사람의 이동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고립적이고 배타적인 공동체 성립이 불가능한 국제적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고민은 어떻게 그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다양성을 확보하여 어떻게 사회의 역동적 동력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평화와 인권의 섬,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인간적 삶을 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오히려 제주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라는 것이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이주-난민인권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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