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확산 방지 일등공신…각자가 화답할 차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제주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숨은 영웅들의 활약상이 빛을 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제주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숨은 영웅들의 활약상이 빛을 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 몸을 해부용으로 내놓은 ‘드라마 속 유의태’-현실에서는 유의태와 허준이 동시대 인물이 아니라는 둥 논란이 분분하다-는 당대(?) 영웅임이 틀림없다. 백성의 목숨을 구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가 본인도 감염돼 숨진 중국의사 리원양도 영웅으로 불릴만 하다. 리원양은 신종 코로나의 존재를 외부에 처음 알린 인물이다. 이 일로 당국에 의해 고초를 겪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영웅은 난세에 나는가 보다. 아니 그보다는 세상이 어지럽고 앞날이 깜깜할수록 위기 극복 능력을 갖춘 사람이 두각을 나타낸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고 난세를 돌파하는 게 오롯이 영웅의 몫은 아니다. 수많은 조력자들, 더 넓게보면 만백성이 힘을 합쳐야 비로소 가능하다. 결국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힘의 원천은 절대다수의 백성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제주에서도 조력자들, 이른바 숨은 영웅들의 활약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역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일꾼들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조명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일부에선 “당연한 일”이라며 큰 의미를 두려하지 않지만, 우리가 코로나 사태를 놓고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들 덕분이다. 아직 우리는 건강하다는 신호다. 

단언컨대, 우주복처럼 생긴 전신보호복(레벨D)을 입고 2시간 이상 버틸 사람은 많지 않다. 30분만 지나도 숨이 턱 막히고,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선별진료소 얘기다. 

의사와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팀원들은 요즘 최대 12시간을 쉬지 않고 근무한다고 한다.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점심을 거르는 일도 다반사다. 진료 도중엔 화장실에 갈 엄두를 못내다 보니 물도 마시지 않는다. 평소 습관처럼 즐기던 아메리카노 한 모금은 일종의 사치가 됐다.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의 풍경이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도 밤낮이 따로 없기는 마찬가지다. 늘어나는 검체 검사로 늘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오염원 제로’ 상태를 유지하는게 가장 힘든 부분이다. 

확진자가 나오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이들은 역학조사관이다. 그러려면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이들에게 ‘빠른 선택’은 필수다. 감염 경로와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도 특정해야 한다. 분초를 다투는 일이다. 저마다 케이스가 다른데도 그때마다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만큼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 아니다. 

‘소임’이라고는 하지만, 소방서 전담구급대도 빼놓을 수 없다. ‘5분 대기조’로 통한다. 의심환자가 생겼을 때 특별 이송을 도맡는다. 일도 일이지만, 흰색 보호복에서 빚어지는 불필요한 오해를 걷어내기가 쉽지 않다.  

병원 읍압병동과 보건소 역시 코로나19와 사투가 벌어지는 전장이다.  

민간 단체들의 활약상도 눈에 띈다. 자발적으로 다중이용시설 방역에 나서는가 하면 손소독제·마스크를 보급하거나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어디 이 뿐이랴. 임대료를 깎아준 건물주는 제주에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월세(350만원) 전액 면제다. 정부가 임대료 보전 방침을 발표하기 전의 일이다. 당사자가 극구 노출을 꺼리기에 미담으로만 남겨둘까 한다. 

당국의 폐쇄 요청에 군말없이 응한 업소들은 또 어떤가.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 하나로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됐는데도 이들은 대의를 위해 막대한 손해를 감수했다.  

코로나19 조기 종식에 헌신하는 이들을 위해 지금 우리는 뭘 해야 할까를 생각해본다. 개인위생수칙 준수는 기본이다. 

그제 박원순 서울시장이 ‘2주간의 잠시 멈춤’을 제안했다. 평상시처럼 활동해서 얻는 이익 보다 잠시 멈춤을 통해 얻게 될 일상 회복 속도와 사회적 이익이 몇십배 더 크다는 것이다. 잠복기를 2주로 봤을 때, 개개인이 완벽한 자가격리를 하면 감염은 완벽히 차단 가능하다는 논리에 기반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거창한 것은 아니나 다들 생업이 있고, 처한 상황이 다른데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고 싶지만 엄두 조차 못내는 취약 계층도 적지않다. 특히 효과를 내려면 전국적으로 일사분란해야 하지만, 자율이 중시되는 시대에는 이 또한 쉽지 않다. ‘2주 멈춤’이 아니어도 좋다. 숨은 영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각자 뭔가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논설주간 /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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