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다가 불이야 하고 소리를 질렀데요. 순간적으로 불이 나니까 도저히 배에 있지 못해서 바다로 뛰어내렸다고 하더라고요”

4일 새벽 제주시 우도 남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서귀포선적 연승어선 307해양호(29톤, 선원 8명) 화재 최초 목격자인 107수복호 김쌍근(52) 선장은 4일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해양호 선장 김모(60)씨는 이날 오전 3시18분 불길이 치솟자, 인근 어선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사고 해역에서 3.2km 떨어진 곳에 있던 수복호가 가장 먼저 현장으로 내달렸다.

이동까지는 15분이 걸렸다. 수복호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해양호의 선수는 물론 선미까지 불이 번진 상태였다. 그 순간 배 앞부분인 선수 아래에서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복호가 가까이 다가가보니 앵커(닻) 줄에 선장과 갑판장 또 다른 김모(48)씨가 매달려 있었다. 수복호 선장 김씨는 곧바로 줄이 달린 구명장비를 바다에 내던졌다.

두 사람을 구조하고 해양호 주변을 2차례 이상 돌았지만 추가 생존자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사이 부상을 당한 해양호 선장은 동료 선원들의 도움으로 응급조치를 받았다.

이어 무궁화12호에 환자 이송을 요구했다. 김씨는 머리와 어깨, 팔에 2~3도의 화상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갑판장 김씨의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

수복호 선장은 “갑판장 말로는 순간적으로 불이 붙었다고 했다. 고함을 질렀지만 불길이 번져 선미 쪽으로는 가지도 못하고 그대로 뛰어내렸다고 했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화염 속에서 선원들이 미처 뛰쳐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리가 도착했을 당시에도 갑판은 다 타고 뼈대만 남아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해양호 선장은 현재 제주한라병원에 이송돼 응급조치를 받고 있다. 갑판장도 뒤이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건강에 이상이 없어 집으로 돌아갔다.

사고 선박은 2일 오전 4시28분 서귀포시 성산포항을 출발했다. 출항 당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는 정상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항계획서상 입항 예정일은 4월1일이었다.

갈치잡이 어선의 특성상 해양호 선원들은 낚시를 바다에 던지는 투승작업에 앞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투승 작업은 해뜨기 전인 오전 4~5시에 이뤄진다.

화재 당시 선원실에는 한국인 선원 이모(58)씨와 베트남 어선 응모(25)씨 등 모두 6명이 잠을 자고 있었다. 이들 전원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사고 선박은 진화작업이 이뤄지던 오전 7시23분 수심 140m 아래로 침몰했다. 사고 당시 선원들이 선내에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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