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우도 해상에서 발생한 어선 화재는 취침 후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종된 선원들도 탈출로를 확보하지 못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당일인 4일 오전 1시 서귀포선적 연승어선 307해양호(29톤, 선원 8명)는 조업을 마치고 닻을 내려 취침에 들어갔다.

선장 김모(60)씨는 조타실, 갑판장 또 다른 김모(48)씨는 선박 앞쪽 선수 아래에 있는 선원실에서 잠을 청했다. 나머지 6명은 선미 지하에 위치한 또 다른 선원실에서 취침에 들었다.

화재 사고로 6명이 실종된 서귀포 선적 연승어선 307해양호의 설계도. 29톤 규모로 선체 길이는 20m다. [사진제공-제주지방해양경찰청]
화재 사고로 6명이 실종된 서귀포 선적 연승어선 307해양호의 설계도. 29톤 규모로 선체 길이는 20m다. [사진제공-제주지방해양경찰청]

이후 오전 2시34분쯤 조타실에 설치된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신호가 끊겼다. 이어 오전 3시 선수에서 잠 자던 갑판장이 연기를 흡입해 곧바로 일어났다.

불길을 처음 목격한 갑판장은 선체 중간에 있는 조타실로 이동해 선장을 먼저 깨웠다. 선장은 이 사실을 선단 어선에 알리고 탈출하라고 외치며 갑판장과 바다로 뛰어들었다.

해경은 AIS 전원이 차단된 오전 2시30분 이전에 최초 발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장과 갑판장은 공통적으로 기관실 창문으로 불길이 크게 솟아올랐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해경 조사에서 “불길이 거세지면서 선미 이동이 어렵게 되자 선수로 몸을 피한 후 고무펜더(방현재)를 손에 잡고 뛰어내렸다”고 진술했다.

화재 당시 선원들은 기관실과 근접한 지하 선원실에 있었다.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너비 78cm의 해치문을 위로 열고 식당을 거쳐 어선 끝에 위치한 출입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천식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이 4일 오후 3시 대회의실에서 해양호 화재 사고와 관련해 선박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이천식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이 4일 오후 3시 대회의실에서 해양호 화재 사고와 관련해 선박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해경은 기관실에서 불이 시작될 경우 불길이 바로 옆 선원실까지 옮겨 탈출이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체는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돼 화재에 취약한 구조다.

이천식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은 “선장의 진술이 있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화재 지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선원들이 취침 중이었다면 탈출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선수에 달린 앵커(닻) 줄을 붙잡고 버티다 현장 주변에 있던 107수복호에 의해 구조됐다. 신고에서 구조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어선에는 구명벌이 있었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구명벌은 수심 4m 수압이 작용하지 않은 이상 수동으로 터트려야 한다. 당시 화재로 구명벌이 타면서 작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사고 선박은 2일 오전 4시28분 서귀포시 성산포항을 출발했다. 출항 당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는 정상 작동했다. 출항계획서상 입항 예정일은 4월1일이었다.

2일 오전 8시50분쯤 서귀포시 성산항 남동쪽 약 63km 해상에서 V-PASS 신호가 끊겼지만 통달거리(55km)를 고려하면 거리가 멀어 신호가 자동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사고 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파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수온 18도를 적용하면 골든타임은 사고 후 35시간 안팎이다. 해경은 내일(5일) 오후 1시를 임계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함선 30여척이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밤 사이에는 대형함정 위주로 조명탄 약 300발을 투입해 수색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침몰 직전 307해양호의 모습. 바다로 뛰어든 선장과 갑판장은 사진 속 앵커(닻) 줄을 잡고 버티다 인근 어선에 의해 구조돼 목숨을 구했다. [사진제공-제주지방해양경찰청]
침몰 직전 307해양호의 모습. 바다로 뛰어든 선장과 갑판장은 사진 속 앵커(닻) 줄을 잡고 버티다 인근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사진제공-제주지방해양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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