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인, 5년간 제주 흑돼지 매달 400두 홍콩에 수출 계약...5일 첫 수출

지난 4일 [제주의소리]가 홍콩에 대규모 수출을 시작한 고덕훈 탐라인 대표를 만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두운 소식만 가득한 제주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제주 수출가공업체의 흑돼지가 홍콩 시장에 대규모로 수출된다는 소식이다. 중국기업이 제주 업체에게 평생 계약을 맺자고 제안할 정도로 성공적인 계약이다. 

영농조합법인 탐라인은 최근 중국 펑다그룹과 계약을 체결, 5년간 매달 400두(약 30톤) 240억원 규모 돼지고기 수출이 성사됐다. 단발성으로 수출이 아닌 다년 계약에 따른 제주 축산물 수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탐라인은 5일 오전 9시 공장에서 제품을 선적, 첫 수출 물량을 홍콩으로 보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탐라인 올해 연매출은 약 80억원으로 추정된다.
 
[제주의소리]는 앞선 4일 오후 고덕훈(45) 탐라인 대표를 만나 수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천초등학교, 조천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한 제주 토박이 고 대표는 음악학원 등을 운영하다 2014년 8월27일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기존 삼겹살과 다르게 삼겹살에 뼈가 붙어 있도록 발골한 탐라인. 맛과 함께 먹는 재미를 더해 홍콩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기존 삼겹살과 다르게 삼겹살에 뼈가 붙어 있도록 발골한 탐라인. 맛과 함께 먹는 재미를 더해 홍콩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청정 제주의 돼지를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사업가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탐라인은 지난해부터 1년 3개월에 걸쳐 펑다그룹 관계자들과 미팅했다. 매달 최소 1차례씩 홍콩을 오가면서 수출 협의를 진행했고, 결국 성사됐다.
 
도시국가인 홍콩은 부동산이 비싸 1차 산업이 열악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 중국산 돼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고 대표는 수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7차례 항공편과 배편으로 홍콩으로 가공한 돼지고기를 보냈다. 아무리 질 좋은 고기라도 운송 과정에서 상하면 수출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7차례 운송 과정에서 딱 1번 고기가 상한 적이 있다. 홍콩에는 제 시간에 도착했지만, 홍콩세관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문제가 됐다.
 
“저는 고기가 상했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산 돼지고기 맛에 익숙한 펑다그룹 관계자들은 상한 돼지고기도 숙성 고기처럼 맛있다고 했습니다(웃음)”
 
청정 제주 돼지만을 취급했던 고 대표에게는 조금 상한 고기로 보였지만, 품질이 낮은 돼지고기만 먹던 홍콩 등 중화권 사람들에게는 이 마저도 맛있는 청정 돼지였던 셈이다. 제주에서 생산된 뛰어난 품질의 돼지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탐라인의 돼지 가공 과정. 철저한 위생과 함께 먹기 좋은 크기로 가공하면서 중국 펑다그룹의 관심을 이끌었다.
탐라인의 돼지 가공 과정. 철저한 위생과 함께 먹기 좋은 크기로 가공하면서 중국 펑다그룹의 관심을 이끌었다.

제주 흑돼지를 홍콩에 수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3가지 ‘깨끗함’. 청정 제주의 깨끗함과 제품 가공 과정의 깨끗함, 그리고 계약의 깨끗함이다. 

수출 계약을 맺기 전인 지난해 8월9일 홍콩에서 제주 흑돼지를 활용한 요리경연도 개최됐다. 경연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 곧바로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우리나라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자 펑다그룹은 계약을 미루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제주가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주는 청정 지역이라서 가축 전염병에도 안전하다고 말했죠. 제주는 깨끗하잖아요”
 
고 대표 말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제주에서 발병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4일 일정의 대규모 박람회에도 참여했다. 고 대표는 ‘갈옷’을 입고, 가공한 돼지 30마리를 현장에서 판매했다. 고 대표가 가져간 돼지는 하루 만에 완판됐다. 제주가 천혜의 자원환경을 가진 청정 지역이라는 점이 컸다.
 
펑다그룹 관계자들도 제주를 수차례 방문해 가공 시설을 둘러봤다. 고 대표는 애월읍 곽지리에 오래된 공장을 매입해 사용중인데, 건물이 노후화돼 외관상으로는 지저분하게 보인다.
 
고 대표는 시설 내·외부를 철저하게 관리했다. 외관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기계와 공장 내부의 위생을 철저히 챙기자 펑다그룹 관계자들이 탐라인 공장의 ‘깨끗함’을 인정했다.
 
"공장 외관은 허름하게 보일 순 있어도 제조 과정에 청결을 철저하게 유지하는 노력을 인정해줬습니다"
 
5일 탐라인이 첫 홍콩 수출 물량을 화물차에 싣고 있다.
5일 탐라인이 첫 홍콩 수출 물량을 화물차에 싣고 있다.

계약 체결 직전에 고 대표의 ‘깨끗함’이 다시 빛났다.

펑다그룹 측은 돼지 1마리당 가격을 적시해 계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돼지 가격을 높이 책정해 이득 볼 수 있는 상황임에도 고 대표는 단칼에 제안을 거절했다.
 
“돼지가격은 매일 다르잖아요. 그래서 역으로 제안했습니다. 그날 돼지고기 가격, 발골, 가공, 포장, 운송 등 비용 전부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달라지는 가격에 따라 대금을 지급해달라고 했더니 담당자가 저와 ‘형제를 맺고 싶다’고 했어요”
 
3가지 ‘깨끗함’을 알아본 펑다그룹은 고 대표에게 평생 계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고 대표는 이 마저도 거절했다.
 
기업이라는 특성상 언제 어떻게 상황이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펑다그룹은 아쉬움을 표하면서 30년 계약도 제안했지만, 협의 끝에 5년간 매달 400두의 돼지를 홍콩에 수출키로 계약했다.
 
탐라인과 펑다그룹이 체결한 계약서에는 펑다그룹이 ‘홍콩, 마카오 등 중국 대륙 총판권’을 갖는다고 명시됐다. 매달 400두의 수출은 시작일 뿐 사업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에서다.
 
홍콩 유명 잡지 표지를 장식한 고 대표. 잡지 첫 인터뷰는 세계적인 그룹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며, 바로 다음 인터뷰가 고 대표다.
홍콩 유명 잡지 표지를 장식한 고 대표. 잡지 첫 인터뷰는 세계적인 그룹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며, 바로 다음 인터뷰가 고 대표다.

고 대표는 이미 홍콩에서는 인기스타가 됐다. 쇄도하는 각종 현지 언론 등 인터뷰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홍콩의 유명 경제 잡지에 실렸는데, 고 대표가 표지 모델이다. 첫 인터뷰 기사는 세계적인 기업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며, 그 다음 페이지에 고 대표의 얘기가 실렸다. 

고 대표는 블록체인을 도입해 가공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가공 과정을 직접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 확보가 목적이다.
 
또 돼지 장기에 있는 해파린(heparin) 성분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도 고려중이다. 해파린 성분은 혈액 응고 저지 효과를 갖고 있다. 
 
고 대표는 “수출과 기업의 성장은 ‘제주’라서 가능했다. 제주가 가진 성장 가능성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청정 제주에서 생산된 제품은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다는 이미지만 부여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정 제주의 좋은 원물이 많아 이를 활용한 사업 확대도 고민중이다. 제주에서라면 다양한 발전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업종이 힘들어 하는데,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믿고 해외 수출 등에 도전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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