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제주시가 제주들불축제를 취소한 가운데, 자체적으로 진행하려던 새별오름 ‘오름 불 놓기’도 결국 취소키로 했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6일 오전 제주시청 브리핑실을 찾아 “가을철 관광활성화를 겨냥해 새로운 억새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직원들끼리 오름에 불을 놓으려 했지만, 의도와 다르게 비쳐질 수 있어 취소한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들불축제를 취소했지만, 오는 14일 오후 7시30분 새별오름 일대에 들불을 놓으려 했다. 새별오름에는 억새가 자라 가을철 관광 명소로도 꼽힌다.
 
예로부터 제주는 목축 문화가 발달해 봄철에 마을마다 소를 기르는 가구들이 윤번제로 돌아가며 아침 일찍 소를 몰고 야초를 먹이러 다니던 풍습이 있었다. 소에게 풀을 먹이려면 초지 관리가 필요해 중산간에 양질의 목초가 자란 들판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제주 사람들은 양질의 목초 확보를 위해 해묵은 풀과 해충을 구제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들판에 불을 놓았다. 들불을 놓는 행위를 제주어로 ‘방애(화입) 놓는다’라고 했다.
 
화입을 하고 나면 목야지가 깨끗해지고 진드기 등 병충해가 없어질 뿐 아니라 타고 남은 풀은 재가 되어 그 해의 목초를 연하고 부드럽게 해 소와 말들을 살찌웠다.
 
들불축제는 제주 방애 풍습과 정월대보름 소월빌기 의례 등을 계승해 1997년 시작됐다.  
 
제주시는 묵은 억새와 해충을 태워야 새로운 억새가 자라면서 가을 관광 활성화에 도움된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오름 불놓기를 계획했지만, 결국 취소한 것. 
 
고희범 시장은 “직원들과 소방, 경찰 관계자 등 최소한의 인원으로 오름에 불을 놓으려 했는데, 도민 정서상 의도와 다르게 비쳐질 수 있어 오름 불 놓기도 취소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름에 불을 놓으면 구경하러 오는 도민이 있을 수 있다. 의도치 않게 사람들이 모이게 돼 코로나19가 확산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취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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