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번째 확진자 지인 B씨도 확진...당사자 불만제기와 비협조 때문에 '동선 공개 거부'?

브리핑하는 배종면 제주도감염병관리지원단장
브리핑하는 배종면 제주도감염병관리지원단장

제주에서 코로나19의 4번째 확진자와 동행했던 지인이 대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제주도가 '동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정작 원희룡 제주지사는 "단 한사람도 잠재적 감염자 놓쳐선 안된다"고 강조했지만 제주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컴플레인'(불만)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6일 오전 11시 도청 기자실에서 코로나19 합동 브리핑을 가졌다.

이날 관심사는 아무래도 4번 확진자의 지인 B씨의 동선과 접촉자였다.

제주 4번 확진자는 지난 2월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 동안 대구에 다녀왔고, 이튿날인 21일부터 감기 증상을 보였고, 3월4일 코로나19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는 A씨와 함께 대구에서 동행했고, 제주에도 함께 내려와서 3월1일 오후 대구로 올라갈 때가지 10일 동안 A씨와 함께 했다.

제주도는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자 대구시와 B씨에게 알렸고, B씨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10일 동안 제주에 머물렀으면 제주도 방역당국은 B씨의 동선과 접촉자 등을 조사해서 방역해야 한다.

제주를 여행했다가 귀국해 중국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던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에도 제주도는 이동경로 등 상세한 동선을 공개하고, 접촉자들은 자가격리 조치하는 등 분주하게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제주도 방역당국은 이번은 B씨의 동선에 대해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제주도는 B씨의 동선에 대해 "A씨와 대부분 동선이 같고, 27일 하루만 혼자 뉴월드마트 신제주점을 방문했다"고 공개했다.

제주도는 B씨 직업과 성별, 접촉자가 있는 지 여부에 대해서도 '방역'과 관계없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배종면 제주도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A씨와 B씨의 동선이 일치한다는 것은 같이 다녔다는 개념이 아니라 A씨의 동선과 B씨 동선이 같았기 때문에 A씨를 중심으로 방역이 이미 이뤄졌다"며 "추가적으로 2월27일 뉴월드마트에서 가서 물건을 사고, 3월1일 오후 7시 티웨이항공을 타는 과정이 CCTV에서 확인했는데 마스크를 했고, 스스로 발권을 하고 비행기를 탔다"고 밝혔다.

배 단장은 "B씨에 대한 것으로 제주도 방역팀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어제 끝냈다"고 덧붙였다.

B씨의 감염경로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배 단장은 "A씨를 통해 전파됐다기 보다는 대구 출장에서 공통으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언제 증상이 나타났는가에 관계없이 방역대책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배 단장은 "역학조사는 당사자의 구술이 80% 이상 차지하고, 구술에 있어 특정장소나 몇시에 체류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카드(결제내역 확인) 등 보조적 방법으로 동선 확인을 완료한다"며 "하지만 어제 A씨와 B씨 두분 다 마음의 문을 닫았다"고 말해 구술 협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배 단장은 "A씨의 직장 상호명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언론에서 회사 이름이 보도됐고, A씨가 실망했다"며 "또한 이틀에 걸쳐 동선 공개하는 과정에서 A씨가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뉘앙스로 보도되면서 갑작스레 비협조적이 됐다. 그래서 약속한게 A씨와 B씨의 신상에 대한 것은 밝히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묻지도 않은 내용까지 답변을 했다.

배 단장은 "그분들 신상공개는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이고, 추가적인 협조를 위해서 공개하지 안키로 했다"며 "방역과 관련해 필요한 부분만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B씨의 동선을 파악하는 게 방역조치인데 그것을 물어보는 게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질문에 배 단장은 "그분의 협조가 있어야 구체적으로 동선이 나온다"며 "신상관련 정보를 밝히지 않는 전제하에 제주도내 동선을 알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배 단장은 "이 분들은 격리가 돼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다 언론보도를 보고 있다. 그분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저희에게 호소하는 것"이라며 "저희와 신뢰를 구축하는 부분에 있어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 이전에 온라인 카페나 카톡방을 통해 확진자가 어디서 일하는지 내용이 다 알려졌다'고 하자 배 단장은 "저희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필요한 정보를 얻어서 방역에 도움이 돼야 한다"며 "불필요하게 오해 받는 부분이 없도록 심사숙고해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와 B씨 서로 다른 동선이 분명히 있다. B씨의 경우 직장도 없느냐'고 질문하자 배 단장은 "방역에 도움이 안된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A씨의 사례만 보더라도 첫날 진술과 다음날 진술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질문하자 배 단장은 "B씨의 부분을 독립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서로 연관됐기 때문에 CCTV 등을 통해 확보한 것"이라며 "전화상으로 물어보면서 확인한 것"이라만 답변했다.

상식적으로 24시간 A씨와 B씨가 붙어다니지 않고서는 10일 동안 단 한곳만 빼고 동선이 일치할 수 없다. 기자들이 수차례 동선에 대해 공개를 요구했지만 '방역상 문제가 없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이날 원희룡 지사는 브리핑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단 한사람도 잠재적 감염자를 놓쳐선 안된다"며 "도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주도 방역당국은 확진자 A씨와 B씨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동선 진술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음에도 할 수 있는 방역조치를 다했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감염병관리법에 따르면 확진자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 또는 회피하거나 거짓으로 진술,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결국 제주도 방역당국은 B씨의 동선 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서둘러 방역조치를 마무리한 셈이어서 논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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